2010년대 TV용 OLED 양산 기술 확보 경쟁 재판
기술 먼저 확보하는 쪽이 선점효과 독점

노트북⋅태블릿PC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생산하기 위한 양산 기술 개발 경쟁에서 삼성⋅LG디스플레이의 방향성이 달라지고 있다. IT용 패널은 스마트폰 대비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크다는 점에서 양산 표준을 어떻게 확립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업 수익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현재는 LCD가 디스플레이로 탑재되지만, 애플은 이를 OLED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 아이패드 프로. 현재는 LCD가 디스플레이로 탑재되지만, 애플은 이를 OLED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애플

세워서 통으로(삼성) 쓰거나, 눕혀서 반으로(LG) 잘라 쓰거나

 

그동안 국내외 디스플레이 업계에 6세대 하프(½) 공정의 양산 기술은 스마트폰용 OLED 생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백플레인(TFT)은 6세대 기판(1500㎜ X 1850㎜)을 통으로 써서 생산하되, 프런트플레인 증착은 기판을 반으로 잘라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는 증착 과정에서 섀도마스크(FMM)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쳐지는 ‘새깅(Sagging)’ 현상을 막기 위함이다. 기판 크기가 절반으로 작아지면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 대신, 생산속도도 그만큼 줄어든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2200㎜ X 2500㎜) OLED 생산을 위해 버티컬(수직형) 증착 기술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KIPOST 2021년 9월 17일자 <OLED 버티컬 증착 도입 추진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참조).

기판을 수직으로 세우면 섀도마스크가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동안 새깅 현상을 막기 위해 기판을 절반으로 잘라 사용해 왔는데, 중력에서 자유롭다면 굳이 기판을 자를 필요가 없다. 통원판 크기 그대로 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직형 증착이 공정 속도 개선과 함께 수익성까지 제고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현재 통용되는 수평형 OLED 증착 공정. 수직형 증착은 기판과 섀도마스크를 수직으로 세워 놓고 공정을 진행한다. /자료=KIPOST
현재 통용되는 수평형 OLED 증착 공정. 수직형 증착은 기판과 섀도마스크를 수직으로 세워 놓고 공정을 진행한다. /자료=KIPOST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수직형 증착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일본 진공장비 업체 알박과 다년간의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에서도 기존 수평형 증착 기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8.5세대 IT용 OLED 양산기술 확보를 위해 선익시스템과 협력 중인데, 선익시스템은 8.5세대 하프(½) 공정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LG디스플레이-선익시스템의 8.5세대 하프 OLED 공정은 기존 6세대 하프 공정과 얼개는 비슷하고 기판 사이즈만 커진다. 종전처럼 기판을 절반으로 자른 뒤, 마찬가지로 눕혀서 증착 공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알박 진영과 LG디스플레이-선익시스템 진영이 시도하는 각각의 방식은 장단점이 명확하다. 

전자가 생산성은 높은 반면 기술 확보를 위한 개발 과정이 더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수직형 증착을 통해 대규모 OLED 양산 라인이 구축된 사례가 전무한 탓이다. 후자는 현재 공정과 비교적 유사성 높다는 점에서 기술 확보 가능성이 더 높으나, 양산을 전제로 한 수익성은 전자 대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여전히 기판을 반으로 자르기 때문이다.

'갤럭시Z 폴드' 패널을 6세대 기판에서 면취하는 예시. 수율 70%를 감안하면 약 90개의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8.5세대로 패널 사이즈가 커질 경우, 한번에 훨씬 많은 패널 면취가 가능하다. /자료=KIPOST
'갤럭시Z 폴드' 패널을 6세대 기판에서 면취하는 예시. 수율 70%를 감안하면 약 90개의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추정된다. 8.5세대로 패널 사이즈가 커질 경우, 한번에 훨씬 많은 패널 면취가 가능하다. /자료=KIPOST

결국 낮은 확률로 큰 폭의 혁신을 달성하느냐, 높은 확률로 단계적 혁신을 추구하느냐의 차이다. 한 증착장비 업체 관계자는 “수평형 8.5세대 증착이 기존 6세대 증착과 유사하다고는 하나 이 역시 개발 과정이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LG디스플레이의 스탠스가 반드시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술 개발 성공 여부에 따라 사업 위상 크게 갈릴 듯 

 

아직 디스플레이 업계에 8.5세대 OLED 양산 공정 개발은 시작 단계다. 두 회사 모두 아무리 빨라도 2023년 내에 양산 투자에 나설 가능성은 ‘제로(0)’다. 이는 중국 BOE 역시 마찬가지다.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현재의 6세대 하프 공정으로 꾸려진 라인에서 최대한 IT 패널을 생산해내야 한다. 

다만 두 회사 중 어디서 먼저 양산 기술을 확립해내느냐에 따라 향후 IT용 OLED 패널 시장에서 두 회사 간 명암은 크게 갈릴 전망이다. 마치 지금의 TV용 OLED 시장에서 두 회사의 지위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것과 유사하다. 

TV용 OLED는 2010년 이후 삼성디스플레이가 SMS(스몰마스크스캐닝) 방식으로, LG디스플레이가 WOLED(화이트 OLED) 방식으로 제각각 개발하다 최종적으로 LG디스플레이만 양산에 뛰어들었다. 현재 TV용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100% 독점(수익성 논의는 제외하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왼쪽)와 LG디스플레이가 제각각 개발했던 TV용 OLED 양산 기술. 결국 LG디스플레이의 WOLED만 양산 투자에 들어갔다. /자료=KIPOST
삼성디스플레이(왼쪽)와 LG디스플레이가 제각각 개발했던 TV용 OLED 양산 기술. 결국 LG디스플레이의 WOLED만 양산 투자에 들어갔다. /자료=KIPOST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만약 한 쪽이 양산 기술 확보에 실패하거나 스케줄에서 밀릴 경우, 선점 효과에 따라 후발주자가 따라가기 어려워 질 것”이라며 “먼저 양산 투자하고 감가상각비를 털어내면 경쟁자가 따라가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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