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마스크 없이 2645 PPI 구현
WOLED + CF 대비 전력 효율 높아

AR(증강현실)⋅VR(가상현실)용 디스플레이의 난제는 어떻게 응답속도가 빠르면서 해상도가 높은 화면을 구현할 것이냐다. 이 때문에 기존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1인치당 픽셀 수(PPI)를 서너배 늘린 마이크로 OLED가 AR⋅VR 디스플레이 후보로 꼽히지만 여전히 해결할 과제는 있다. 여태껏 600PPI의 벽조차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화소 패터닝 문제다. 

미국 마이크로 OLED 개발업체 이매진은 섀도마스크(FMM) 없는 ‘다이렉트 패터닝’ 기술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매진 연구원이 마이크로 OLED 기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매진
이매진 연구원이 마이크로 OLED 기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매진

이매진, 섀도마스크 없이 2645 PPI 구현

 

이매진은 지난 1996년 설립된 마이크로 OLED 전문업체다. 미국 뉴욕에 본사와 생산⋅R&D 시설을, 캘리포니아에 백플레이인(TFT) 디자인 센터를 각각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섀도마스크 없이 고(高) PPI OLED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재 상용화된 OLED는 적색⋅녹색⋅청색(RGB) 화소 패턴을 만들기 위해 섀도마스크를 사용하는 게 정석이다. 이 방식으로 OLED가 양산된지 10년 이상 흐르면서 안정화 되기는 했으나, 고질적인 문제는 PPI를 높이는데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섀도마스크를 지금의 습식 식각 방식으로 제작해서는 600 PPI를 넘기기 어렵고, 이는 곧 OLED도 그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AR⋅VR 기기에서 화소가 점(도트)처럼 도드라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만들려면 최소 1200 PPI, 이상적으로는 2000 PPI를 넘어야 한다. 섀도마스크를 이용한 종전 방식으로는 도무지 해답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숫자다.

섀도마스크 없이 RGB 화소 패턴을 만드는 방식. 유기박막을 씌워 놓고 화소를 증착한다. /자료=옴디아
섀도마스크 없이 RGB 화소 패턴을 만드는 방식. 유기박막을 씌워 놓고 화소를 증착한다. /자료=옴디아

이매진의 다이렉트 패터닝은 기판 위에 섀도마스크 역할을 대신할 유기박막을 씌워 놓고, RGB 픽셀을 패터닝하는 게 골자다. 우선 유기박막을 기판 전체에 코팅한 뒤, 화소가 되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파내 그 안으로 유기물이 파고들어 증착되게 하는 것이다. 이때 유기박막에 구멍을 뚫는 공정은 반도체 생산에 사용하는 포토리소그래피 기술이 동원된다.

이매진은 이 같은 다이렉트 패터닝 기술을 이용해 WUXGA(1920 X 1200)급 마이크로 OLED를 구현했다. 이 패널은 0.87인치 크기로 PPI로 환산하면 2645 PPI에 속하는 픽셀 밀도다. 종전 스마트폰용 OLED 대비 4배 이상의 밀도를 구현했다는 뜻이다. 이 정도면 사람의 눈 바로 앞에 위치하는 VR용 디스플레이를 구현해도 픽셀의 점들이 도드라져 보이지 않는다.

 

WOLED + 컬러필터 대비 배터리 절감

 

이매진의 접근 방식은 중국 마이크로 OLED 업체들 사이에서 주류로 떠오른 화이트 OLED(WOLED)에 컬러필터를 씌우는 방식보다 전력 소비 측면에서 유리하다. 중국에는 쿤밍BOE디스플레이테크놀러지와 씨야(Seeya) 등이 WOLED에 컬러필터를 씌우는 방식으로 마이크로 OLED를 생산하고 있다. 

WOLED는 OLED 레이어는 발광만 담당하고, 발색은 컬러필터를 거쳐 구현한다. OLED가 RGB 색상을 제각각 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패터닝도 불필요하다.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방식과 완전히 동일하다.

WOLED 방식을 이용한 OLED 수직구조(왼쪽)와 다이렉트 패터닝을 이용한 OLED 수직구조. 컬러필터가 없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자료=이매진
WOLED 방식을 이용한 OLED 수직구조(왼쪽)와 다이렉트 패터닝을 이용한 OLED 수직구조. 컬러필터가 없어 에너지 효율이 높다. /자료=이매진

그러나 이처럼 컬러필터를 사용하면 전력 효율 측면에서는 불리하다. 컬러필터가 발색하는 과정에서 광량을 60~70%까지 감쇄하기 때문이다. 전원에 바로 연결되는 TV는 컬러필터를 써도 상관 없지만, 모바일 기기에 장착되는 마이크로 OLED로서는 크게 불리한 측면이다. 

단순하게 보면 이매진의 다이렉트 패터닝을 이용한 마이크로 OLED가 WOLED 방식 대비 전력 소비량이 절반 이하다. 

한 증착장비 업체 임원은 “현재 중국에서 판매되는 마이크로 OLED의 90%는 WOLED에 컬러필터를 씌운 타입”이라며 “아직은 AR⋅VR 산업이 초창기다 보니 배터리 소모량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매진의 아이디어가 이상적이기는 해도 실제 양산 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을 지는 다른 문제다. 특히 각 색상의 유기재료를 증착할 때마다 유기박막을 입혀야 하고,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이 최소 3번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문제도 크다. 섀도마스크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부품 원가가 낮아지겠지만, 설비투자 비용이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국내 디스플레이 회사들도 중국의 WOLED 방식보다는 RGB 패턴을 만드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며 “다만 실제 양산 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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