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룩스, 3분기 FO-PLP 양산
삼성전자, 천안 LCD 라인 C1~C6로 재명명
방치된 일본 디스플레이 공장들도 탈바꿈
최근 노후화된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라인을 반도체 후공정 공장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는 중고 장비 시장이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데, 이를 반도체 후공정 생산라인으로 변경해 기존 설비들을 재활용할 수 있다.
신규 투자 비용을 절감하면서 신사업 진출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舊)세대 디스플레이 라인의 활용 방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노룩스 “FO-PLP 기대 매출, LCD의 두 배”
대만 이노룩스는 최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를 통해 “올해 3분기 ‘칩 퍼스트’ 방식의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FO-PLP는 어드밴스드 패키지 공정 중 하나로, 별도의 패키지 기판 없이도 칩 바깥까지 I/O(입출력) 단자를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TSMC의 FO-WLP(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와 비슷하지만, 직사각형 패널 기반으로 생산된다는 점에서 생산성이 더 높다.
이노룩스측은 “LCD 생산 과정에서 TFT(박막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공정과 FO-PLP 공정은 60% 유사성을 가진다”며 “같은 면적을 생산했을 때 FO-PLP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매출이 2배 수준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노룩스는 FO-PLP 사업을 위해 3.5세대(620㎜ × 750㎜) LCD 라인 중 한 곳을 FO-PLP 라인으로 전환했다. 3.5세대 공정은 이미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으로서는 경쟁력을 상실한 기술이다. 그러나 여기서 사용하던 포토리소그래피 장비들은 FO-PLP 생산에 재활용할 수 있다. FO-PLP와 FO-WLP 공정은 반도체 칩 위로 RDL(재배선층)을 형성해주는 게 핵심이다. 이 RDL을 패터닝하기 위해 LCD 장비들이 사용된다.
이노룩스의 매출 구조는 ▲커머디티(TV⋅IT⋅태블릿 등) ▲커머셜 ▲디스플레이 외로 나뉘는데, FO-PLP 사업은 ‘디스플레이 외’ 매출로 잡힌다. 지난해 4분기를 기준으로 이 회사의 디스플레이 외 매출은 28%, 금액으로는 148억대만달러(약 6300억원) 수준이다. 아직 해당 부문에서 FO-PLP 비중은 낮을 것으로 추정되며, 대부분은 자동차 전장부품과 X레이 매출이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지난 1월 이노룩스가 네덜란드 NXP로부터 대규모의 FO-PLP 물량을 수주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해당 보도가 맞다면 오는 3분기부터 FO-PLP 매출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합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천안 LCD 라인 C1~C6로 재명명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천안사업장 일부를 인수한 삼성전자는 최근 해당 라인들의 이름을 재명명하고, 반도체 후공정 생산라인으로 변경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공장은 구형 LCD 라인인 L3⋅L4⋅L5⋅L6다.
삼성전자는 L3⋅L4를 C1⋅C2로, L5⋅L6를 C3~C6으로 변경했다. 이 중에 C1⋅C2에는 1~2층을 할애해 FO-PLP와 FO-WLP 라인을 구축했다. FO-PLP는 과거 삼성전기와 공동 운영하다 관련 사업을 넘겨 받으면서 지금은 삼성전자가 단독 운영하고 있다. 현재 갤럭시워치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픽셀워치용 AP, 픽셀 스마트폰용 PMIC(전력관리반도체)를 이 라인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디스플레이 LCD 설비들을 FO-PLP 생산에 투입함으로써 초기 설비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C1⋅C2 3층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테스트 라인이 갖춰져 있으며, 이 공간에서 고객사 샘플 제작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C3~C6은 HBM 양산 라인을 깔기 위해 현재 유틸리티 공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디스플레이 공장들도 반도체로 탈바꿈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퇴각하면서 사실상 방치됐던 일본 내 노후 디스플레이 라인들도 반도체 관련 사업을 통해 생명을 연장한다. 일본 도판홀딩스는 파산한 JOLED의 이시카와현 노미시 공장을 지난해 연말 인수해 FC-BGA(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FC-BGA는 고성능 반도체를 패키지하는데 사용하는 기판이다.
최근 반도체 연산능력이 급속히 개선되고, 특히 다양한 이기종 반도체를 한번에 패키지하는 수요가 늘면서 대면적 FC-BGA 시장도 커지고 있다. 도판홀딩스는 FC-BGA 기판 생산능력 증대에 3년간 600억엔(약 52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그 일환으로 JOLED 이시카와현 공장을 인수했다. 이시카와현 공장에는 JOLED가 OLED 생산을 위해 구매한 설비들이 가동을 멈춘채로 창고에 쌓여 있다. 도판홀딩스는 이들 설비를 FC-BGA 생산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 이달 초 일본 래피더스는 세이코엡손의 홋카이도 치토세 LCD 공장에 2.5D/3D 패키지 R&D 라인을 짓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5D/3D 패키지는 TSV(실리콘관통전극) 기술을 기반으로 칩과 칩을 고대역폭으로 연결하는 게 골자다. 3D는 수직으로 칩을 적층하는 것이며, 2.5D는 유기 인터포저를 매개로 수평으로 칩을 연결하되 역시 대역폭을 높이는 기술이다.
래피더스가 세이코엡손 LCD 라인을 사용하다면 우선 클린룸 시설을 재활용 할 수 있고, 인터포저 공정 및 RDL 공정에 종전 LCD 설비들을 활용할 수 있다. 한 반도체 후공정 산업 전문가는 “LCD 설비들을 반도체 전공정에 쓰지는 못하겠지만 후공정에 필요한 L/S(라인앤드스페이스, 배선폭)를 구현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앞으로도 구형 LCD 라인을 반도체 후공정용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