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큐브',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적용
상반기 중 장비 선정 뒤 내년 하반기 양산 목표
LCD에서 반도체 후공정으로의 사업 전환을 추진 중인 대만 이노룩스가 3D 패키지 사업에 진출한다. 어드밴스드 패키지 기술로 분류되는 3D 패키지는 복수의 반도체 다이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이노룩스, 도쿄공대 스타트업과 양산라인 구축
이노룩스는 일본 테크익스텐션과 공동으로 자사 클린룸 내에 ‘BB큐브' 제조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고 29일 밝혔다. 테크익스텐션은 다카유키 오바 도쿄공업대학 교수가 설립한 반도체 패키지 전문 스타트업이다. 다카유키 교수는 도쿄공대에서 3D 패키지 기술 개발 조직인 ‘WOW얼라이언스'를 주도했으며, 이 WOW얼라이언스가 개발한 3D 패키지 기술이 BB큐브다.
이노룩스⋅테크익스텐션은 우선 올해 안에 클린룸 공사와 장비 선정 작업을 마무리하고, 내년 중 R&D(연구개발) 라인 구축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양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BB큐브의 BB는 ‘범프리스 빌드(Bumpless Bulid)’의 약어다. 두 개의 반도체 다이를 이어 붙이기 위해 매개체인 범프나 마이크로 범프 없이 바로 맞대어 붙인다는 뜻이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본딩', 혹은 ‘다이렉트 본딩' 기술을 의미한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현재 3D 낸드플래시 고다층 제품 생산과 CIS(이미지센서)⋅D램 접합에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AI(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반도체 간 높은 데이터 전송속도가 요구되고 있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이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HBM(고대역폭메모리)만 해도 아직은 마이크로 범프를 매개로 연결하지만, 이르면 2026년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로 D램을 고다층 연결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생산된 반도체가 더 얇고, 열배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임스 양 이로눅스 대표 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이노룩스는 ‘패널 그 이상(More than Panel)을 핵심 사업활동으로 삼고 변화와 발전에 전념하고 있다”며 “의료⋅자동차⋅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 등의 분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노룩스는 앞서 FO-PLP 사업을 통해 반도체 후공정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FO-PLP는 별도의 패키지 기판 없이도 칩 바깥까지 I/O(입출력) 단자를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이다. TSMC의 FO-WLP(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와 비슷하지만, 직사각형 패널 기반으로 생산된다는 점에서 생산성이 더 높다.
이노룩스는 현재 FO-PLP를 파일럿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다. 일부 외신에는 이 회사가 네덜란드 NXP로부터 FO-PLP를 대규모 수주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노룩스는 3분기부터 FO-PLP를 양산한다는 목표다.
이노룩스, 반도체로의 가장 공격적인 사업 전환
아직 사업 초기이기는 하나 이노룩스는 전통의 디스플레이 패널 기업 중 가장 공격적으로 반도체로의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한때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와 LCD 시장을 놓고 자웅을 겨루기도 했지만, OLED 사업 전환에 실패한 이후로는 반도체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유휴 클린룸과 LCD 설비들을 관련 사업에 활용할 수 있고, 모회사 폭스콘과의 연계를 통해 고객기반을 확보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폰의 최대 외주조립 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은 애플 비즈니스 외에 엔비디아 관련 비즈니스도 급성장하고 있다.
폭스콘 자회사인 폭스콘산업인터넷은 엔비디아의 핵심 협력사다. 엔비디아가 시장에 공급하는 AI용 GPU(그래픽처리장치) 모듈을 독점 조립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GPU 베이스보드도 공급할 전망이다. 이들을 하나로 합쳐 AI 서버로 조립하는 역할은 모회사 폭스콘 담당이다. 폭스콘은 올해 AI 서버 매출이 작년 대비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노룩스의 모회사 폭스콘이 애플⋅엔비디아를 양대 축으로 성장한다면 향후 이노룩스와 연계한 비즈니스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모바일은 물론 AI 서버용 반도체도 저전력⋅저발열 기술이 업계를 주도한다. 이노룩스가 차세대 사업으로 낙점한 FO-PLP나 3D 패키지 모두 저전력⋅저발열 특성이 뛰어나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비해 이노룩스가 공격적으로 사업 전환에 나설 수 있는 건, 장차 모회사를 통해 비즈니스 창출이 가능할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기술과 고객, 모두 원점에서 시작하는 경쟁사들보다 확실히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