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밀어주던 화웨이...오포⋅비보는 SDC 선호
내년 B12 완공하면 OLED 생산능력 남아돌아

최근 중국 언론을 중심으로 BOE가 화웨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OLED 구동에 쓰이는 드라이버IC 생산에 미국 반도체 기술이 혼입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반만 맞는 얘기다. 

드라이버IC도 로직 반도체인 만큼 설계부터 제조까지 미국 기술이 다량 포함된다. 미국 상무부가 수출관리규정(EAR)을 들이대면 두 회사간 거래를 손쉽게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화웨이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수급하지 못한다면, OLED만 가지고는 어차피 스마트폰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30'. /사진=화웨이
화웨이 스마트폰 '메이트30'. /사진=화웨이

OLED 시장의 큰손 화웨이, 내년에는 빠진다

 

화웨이의 TSMC 반도체 선주문량을 토대로 계산해보면, 화웨이의 반도체 재고는 이르면 올 연말부터 바닥을 드러내게 된다(KIPOST 2020년 8월 27일자 <반도체 재고 말라가는 화웨이, 내년 상반기로 쏠리는 시선> 참조).

내년 상반기 이후로는 일부 시장에 풀린 범용 AP를 수급해 성능이 처지는 스마트폰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가장 극단적 가정이기는 하나 중국 GF증권의 제프 푸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량이 5000만대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이 2억대 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생산량이 4분의 1로 줄어들 것으로 본 것이다. 

각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올해 OLED 채택률 전망.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각 스마트폰 브랜드들의 올해 OLED 채택률 전망.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이는 반도체는 물론 OLED 시장에 주는 충격파도 크다. 그동안 삼성전자⋅애플과 더불어 화웨이는 3대 OLED 큰손으로 꼽힐 정도로 많은 양의 OLED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올해 화웨이가 출하한 스마트폰 중 OLED를 장착한 비율은 33%(카운터포인트리서치)로 추정된다.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2억대)과 비교하면 연간 최대 7000만개의 OLED를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화웨이의 스마트폰 생산량은 하이엔드 제품, 즉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모델부터 줄여나간다. 고성능 AP 재고가 가장 먼저 바닥나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양상이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가장 답답한 회사는 BOE다. 그동안 화웨이가 삼성디스플레이의 대안으로 BOE 패널을 가장 많이 사용해주면서 전략적으로 육성했는데, 앞으로는 그러기가 어려워지는 탓이다. 지난해 BOE의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OLED 출하량은 1700만개, 올해는 4000만개 출하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화웨이가 흡수했다. 

더욱이 BOE는 내년에 세 번째 OLED 공장인 충칭 B12 양산 가동을 앞두고 있다. B12는 기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씩 총 3개 라인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첫 번째 라인이 이르면 내년 3분기에 양산에 들어간다. 계획상으로는 두 번째 라인도 내년 4분기 양산 가동이 잡혀 있다. 

가장 큰 고객사인 화웨이가 내년에 부재한 상황에서 생산능력만 속절없이 늘어나는 셈이다. 물론 화웨이가 사라진 스마트폰 시장의 빈자리는 다른 중국 브랜드인 오포⋅비보⋅샤오미 등이 상당부분 메울 것이다. 오포⋅비보의 OLED 채택율은 50% 안팎, 샤오미는 30% 정도로 추정된다. 

BOE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단위 : 천장/월). /자료=하이투자증권
BOE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단위 : 천장/월). /자료=하이투자증권

그러나 BOE를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화웨이와 달리, 오포⋅비보는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선호해왔다. 오포⋅비보와 같은 BBK 그룹인 원플러스 역시 삼성디스플레이 패널을 적극 도입했다. BOE의 남아도는 OLED 생산능력을 BBK 브랜드들이 당장 받아주는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얘기다. OLED 부품 업체 대표는 “같은 공산당 지휘를 받는 화웨이-BOE 관계와 달리, BBK 내 브랜드들은 당의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며 “무조건 BOE 패널을 대량으로 구매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 도는 BOE 생산능력, 가격으로 치고 나올 것”

 

따라서 BOE가 미국의 화웨이 제재 탓에 잃을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옵션은 많지 않다. 현재 B12 생산 모델 일부는 노트북PC⋅모니터 등 IT용 패널로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이를 통해 해소할 수 있는 물량은 한계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내년 기준 전체 OLED 시장(수량 기준)에서 노트북PC가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 모니터용은 0.7%다. 물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한다.

기기별 OLED 점유율. /자료=DSCC
기기별 OLED 점유율. /자료=DSCC

BOE가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애플 아이폰용 OLED는 올해도 공급에 실패했다. 애플이 아이폰에 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LTPO)를 도입하는 내년에는 더 진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각에서는 BOE가 B11(몐양)에서 기존 ‘아이폰X’ 및 ‘아이폰11’용 리페어 물량을 생산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섀도마스크 발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봐서 실제 생산하게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남는 방법은 대대적인 가격 공세를 통해 점유율과 가동률을 확보하는 것이다. BOE는 현재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절반 가격으로 스마트폰 업체에 접근하는데, 내년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BOE 패널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지 않았던 오포⋅비보⋅원플러스도 BOE가 패널 가격을 크게 치고 나오면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오포 '리노3 프로'. /사진=오포
오포 '리노3 프로'. /사진=오포

오포⋅비보⋅원플러스 내 점유율을 높여 왔던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수성을 위해 역시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다. BOE 관계자는 “이미 화웨이가 스마트폰 생산량을 줄이면서 청두 B7의 가동률은 30%까지 내려온 상태”라며 “화웨이 물량이 빠져나간다면 내년에는 가격 공세 외에는 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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