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CVD 대비 얇고 봉지 기능 우수
아이패드 수명 및 폴더블 내구성 염두한 듯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으로 구축하는 아이패드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에 ALD(원자층증착) 봉지 공정 도입을 추진한다. ALD는 기존 PECVD(플라즈마기상화학증착) 대비 봉지층이 얇고, 산소⋅수분 침투에 대한 방어력이 우수하다. 

ALD는 지난 2017년 OLED 투자붐 때도 양산 도입이 검토됐으나 느린 증착 속도 탓에 PECVD에 완패한 바 있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LGD, 아이패드 전용라인에 ALD 도입 추진

 

LG디스플레이가 ALD 봉지 기술 적용을 검토하는 곳은 애플 아이패드용 패널을 생산할 신규 투자 라인이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P10 공장 내 E7에 아이패드용 OLED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ALD 기술은 아직 검토 초기다. 바로 양산 적용은 쉽지 않겠으나 파일럿 추진 후 도입하거나, 향후 8.5세대(2200㎜ X 2500㎜) 신규 투자 라인부터 양산에 투입할 수도 있다. 

그동안 OLED 봉지 공정에 전량 PECVD 기술을 사용했던 LG디스플레이가 ALD 카드를 꺼내든 건 애플 요청 때문이다. 교체주기가 짧은 스마트폰 대비 태블릿PC는 교체주기가 긴 탓에 OLED 패널 수명을 더 확보해야 한다. 지난해 스태티스타가 미국 시장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태블릿PC 교체 주기는 4.2년으로 집계됐다. 평균보다 길게 쓰는 소비자를 감안하면 OLED 패널이 5년 이상 버텨 줘야 한다는 뜻이다.

봉지는 산소⋅수분에 취약한 OLED를 외부로부터 보호해 패널 수명을 늘려주는 기능을 한다. 유기막⋅무기막을 번갈아 쌓아 봉지층을 형성하는데, 다만 산소⋅수분을 근원적으로 막아내지는 못한다. IT 기기를 사용하는 동안 불량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산소⋅수분 침투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봉지막이 OLED를 보호하는 원리. 산소와 수분을 근원적으로 막지는 못하지만 침투 경로를 늘려 최대한 지연시킨다. ALD를 이용한 봉지막은 PECVD 봉지막 대비 조직이 더 치밀하다. /KIPOST
봉지막이 OLED를 보호하는 원리. 산소와 수분을 근원적으로 막지는 못하지만 침투 경로를 늘려 최대한 지연시킨다. ALD를 이용한 봉지막은 PECVD 봉지막 대비 조직이 더 치밀하다. /KIPOST

ALD는 그야말로 원자 단위로 무기막을 쌓아 산소⋅수분 침투를 효과적으로 방어한다. PECVD로 쌓은 무기막이 자갈로 이뤄져 있다면 ALD는 고운 진흙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것과 같다. 

그동안 OLED가 스마트폰에만 적용돼 왔을때는 PECVD 봉지로도 충분했다. 봉지막이 2~3년 정도만 버텨주면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블릿PC는 이보다 길게 최소 4년 이상을 버텨줘야 한다. 애플이 아이패드에 OLED를 도입하는 동시에 ALD 적용까지 추진하는 이유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아직 ALD를 바로 양산에 투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며 “ALD 봉지 기술을 도입하려는 건 OLED를 두 층으로 쌓은 ‘투 스택’ 기술 처럼 패널 수명을 늘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더블 아이패드에 대한 포석도

 

애플이 아이패드용 OLED에 ALD 기술을 도입하려는 목적에는 폴더블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도 엿보인다. ALD는 봉지막이 치밀하면서 상대적으로 두께도 얇다. 바꿔 말하면 더 얇은 두께만으로도 PECVD와 동등한 수준의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대략 500옹스트롬 정도의 두께로도 PECVD와 대등한 봉지막을 형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0옹스트롬은 0.05마이크로미터(μm)다. PECVD 봉지막이 수μm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백분의 1 정도 두께까지 봉지막을 얇게 만들 수 있다. 

이는 일반 태블릿PC에서는 큰 차이가 아니지만 접었다 펴는 폴더블 태블릿PC라면 큰 장점이 된다. 폴더블 OLED의 굽힘에 대한 내구성은 패널 두께가 얇아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즉 폴더블 OLED 두께를 얇게 만들면 반복된 굽힘에도 패널에 불량이 발생하지 않는다. 

애플이 2024년쯤 내놓을 첫 OLED 아이패드는 일단 폴더블 타입이 아니다. 향후 폴더블로의 전환을 위해 선제적으로 ALD를 테스트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폴더블 OLED 패널에서라면 봉지막 두께는 더 중요해진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폴더블 OLED 패널에서라면 봉지막 두께는 더 중요해진다. /사진=삼성전자

다만 LG디스플레이와 애플이 OLED에 ALD 기술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느린 증착속도와 파티클 문제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지난 2014년 미국 시노스로부터 ALD 파일럿 장비를 구매했으나, 양산 투자에서는 배제했다. 위에 언급된 두 가지 난제 때문이다.

꼭 ALD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면, 느린 증착속도는 장비 구매량을 늘려 해결할 수 있지만 파티클 이슈는 해결이 쉽지 않다. ALD 내부의 봉지재료(Al₂O₃)는 OLED 상단 뿐만 아니라 챔버 내부에도 성막되는데, 워낙 안정적인 물질이라 완벽하게 긁어내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이를 제거하지 않고 공정을 진행하면, 이후 공정에서 파티클이 돌아다니다 불량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관계자는 “애플이 그동안 하이엔드 기술을 추구해왔다는 점에서 ALD 도입에 따른 투자비 증가는 큰 이슈가 아닐 수 있다”며 “파티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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