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이드 TFT의 전자이동도 높이기 위해 도입
ALD, 반도체에서 디스플레이로 영역 확장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8.5세대(2200㎜ X 2500㎜) OLED 투자에서 앞서 ALD(원자층증착) 기술 검증에 착수한다. ALD는 기판 위에 원자층 단위로 박막을 얇게 증착하기 위해 쓰이는 설비로, 그동안 D램이나 선단공정 파운드리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다. ALD가 실제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 들어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갤럭시탭S8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탭S8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CVD 대비 속도 늦지만 막질은 우수

 

ALD는 기존 CVD(기상화학증착)나 스퍼터링에 비하면 박막층을 얇고 조밀하게 증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CVD는 화학반응에 참여하는 전구체를 한 번에 챔버 속으로 쏟아 붓는 방식이다. 작업 속도가 빠르고, 박막이 상대적으로 두껍다. 

이와 달리 ALD는 1차 소스(전구체)를 챔버 속에 넣은 뒤, 필요한 양만큼만 남기고 나머지는 Ar(아르곤)이나 N(질소)를 이용해 날려 보낸다. 그 뒤에 2차 소스(반응체)를 넣어주면 앞선 전구체와의 반응이 일어나 박막이 형성된다. 1차 소스를 주입한 뒤 필요 없는 여분은 날려 보냈으므로, 아무리 많은 양의 2차 소스를 주입하더라도 원하는 두께 만큼의 얇은 박막만 형성된다. 이 때문에 ALD를 ‘자기제한적 표면처리 공법’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1차 소스 주입 ▲여분 제거 ▲2차 소스 주입 ▲1⋅2차 소스 반응 ▲여분 제거를 1개 사이클로 수십 사이클 반복하면, 균일하게 적층된 고품질의 박막이 완성된다.

ALD 공정 개략도. 여분의 전구체를 날려 보냄으로써 필요한 만큼의 반응만 일어나게 유도한다. /자료=LG디스플레이
ALD 공정 개략도. 여분의 전구체를 날려 보냄으로써 필요한 만큼의 반응만 일어나게 유도한다. /자료=LG디스플레이

따라서 여러 반응물질을 한 번에 쏟아 붓는 CVD와 비교하면 ALD는 작업 속도가 매우 느리다. 여분의 전구체를 날려 보내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소재 낭비도 심하다. 이 때문에 ALD 기술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한 번도 사용된 바가 없고,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도 하이케이(High-K, 고유전율) 재료 증착 등 제한된 분야에서만 도입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내 천안 A1 라인에 ALD 설비를 도입, 공정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A1은 4.5세대(730㎜ X 920㎜) 리지드 OLED를 생산하던 라인으로, 현재는 거의 가동을 멈춘 상태다. 리지드 OLED 생산품목은 대부분 5.5세대(1300㎜ X 1500㎜) 라인인 A2가 담당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1 4.5세대 라인에서 ALD 공정이 제대로 검증될 경우, 향후 새롭게 투자할 8.5세대 IT용 OLED 라인에도 관련 장비를 발주할 전망이다. 

 

옥사이드 전자이동도 높이려 ALD 도입

 

삼성디스플레이가 업계가 도입을 꺼려오던 ALD 검증에 나선 건, 향후 IT용 OLED 패널 기술이 발전하면서 반드시 필요하게 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삼성⋅LG디스플레이 등 패널 업체들이 IT용 투자로 검토하고 있는 TFT(박막트랜지스터) 기술은 옥사이드(산화물)다. 옥사이드 TFT는 이전 스마트폰용 OLED에 쓰이던 LTPS(저온폴리실리콘) 기술에 비하면 투자비가 저렴하고, 대면적화가 상대적으로 쉽다. 고가의 레이저 장비가 들어가지 않아 유지비도 싸다.

문제는 전자이동도가 LTPS 대비 낮다는 점이다. 보통 옥사이드 TFT의 전자이동도는 10㎝²/VS 수준이다. 100㎝²/VS인 LTPS 대비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전자이동도가 빠를수록 높은 해상도의 화면과 고주사율을 구현하기가 용이하다. 

TFT 기술별 특징. /자료=LG디스플레이
TFT 기술별 특징. /자료=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업계는 향후 IT용 OLED 패널에서 QHD 이상 해상도와 120Hz 주사율을 동시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50㎝²/VS의 전자이동도가 뒷받침 돼야 할 것으로 본다. 지금의 옥사이드 TFT 기술로는 도달하기 힘든 목표다.

전자이동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옥사이드 TFT를 구성하는 IGZO(인듐⋅갈륨⋅아연)의 조성을 세밀하게 조절해야 한다. 이는 반응가스를 한 번에 집어 넣는 CVD나, 이미 조성이 정해진 타깃을 물리적으로 때려 증착시키는 스퍼터로는 불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IT OLED 라인 투자를 앞두고 ALD 공정 검증에 나선 이유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TFT에 들어가는 ALD 기술은 당장 1기 투자에는 빠질 수는 있겠지만, 디스플레이 품질에 대한 애플의 눈높이를 감안하면 결국에는 사용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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