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하프늄 이원화 절실
현재는 일본 아데카에서 100% 구매
특허심판 등 변수

반도체용 전구체 회사인 버슘머트리얼즈(이하 버슘)가 삼성전자에 하프늄 전구체 공급을 추진한다. 버슘은 지난달 초 국내 법인을 통해 일본 TCLC(트리케미칼래버토리)의 관련 특허 무효 심판을 청구, 하프늄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선 바 있다(KIPOST 2022년 1월 25일자 <버슘코리아, 일본 TCLC에 하프늄 특허 무효 심판 청구> 참조).

기존 D램 구조(왼쪽)와 HKMG가 적용된 모습. /자료=삼성전자
기존 D램 구조(왼쪽)와 HKMG가 적용된 모습. /자료=삼성전자

22일 버슘 관계자는 KIPOST에 “이르면 연내 삼성전자로 하프늄 전구체 공급이 개시될 것”이라며 “이미 미국 법인이 인텔⋅마이크론에 하프늄을 공급하고 있는 만큼 제품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버슘이 공급을 추진하는 하프늄은 D램 하이케이 메탈게이트(HKMG) 패터닝에 사용하는 고유전율(High-K, 하이케이) 재료다. 메탈게이트 끝부분에 ALD(원자층증착) 장비를 이용해 하이케이 절연막을 증착하면, 더 높은 정전 용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메탈게이트 아래로 (-)전하를 잘 긁어 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D램용 하이케이 재료는 지르코늄이 주로 사용돼 왔으나, 공정 미세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하프늄 사용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버슘의 국내 하프늄 시장 진입에는 삼성전자측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일본 아데카로부터 하프늄을 100% 공급받아 왔다. 반도체 생산에서 하이케이 물질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역시 이원화가 절실하다. 

버슘이 삼성전자에 하프늄 공급을 시작하면 삼성전자는 소재 수급 리스크를 덜게 된다. 버슘은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DPT(더블패터닝)용 전구체를 절반 이상 공급하는 핵심 협력사이기도 하다. DPT는 EUV(극자외선) 처럼 고가의 노광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미세 회로 패턴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시의 버슘 연구실에서 연구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버슘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시의 버슘 연구실에서 연구원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버슘

다만 버슘이 실제 삼성전자로의 하프늄 공급에 나서기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우선 TCLC와의 특허 관계다. 지난달 버슘은 한국 법인을 통해 TCLC 특허 무효 소송에 나섰는데, 이 케이스는 현재 특허심판원의 1심이 개시된 상태다. 이제 막 심판관이 지정됐다.

특허심판원 결정이 나오는데만도 최소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 특허법원⋅대법원의 2⋅3심까지는 짧아도 3년 이상 소요된다. 버슘이 특허심판 제기와 동시에 삼성전자로의 하프늄 공급을 시작한다는 건, 그만큼 특허 소송 승소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통상 특허 침해에 따른 배상 범위는 특허를 침해함으로써 얻어진 수익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승소에 자신이 없다면 판결 전에 섣불리 제품 공급을 시작하기 어렵다. 

버슘은 국내 법인을 통해 특허심판을 제기했으나, 실제 특허 소송 전략은 미국 법인이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아데카와 삼성전자 간의 관계도 변수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아데카는 2023년까지 하프늄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계약대로라면 삼성전자는 내년 연말까지 하프늄 공급사를 이원화하지 못한다. 그 전에 삼성전자가 버슘으로부터 하프늄을 공급받으려면 아데카와 협의가 필요하다. 이 경우, 일정 규모 이상 물량을 아데카에 배분하는 등의 배려가 뒤따를 수도 있다.

한 반도체 소재 업체 대표는 “버슘이 삼성전자에 하프늄 공급을 시작한다고 하지만 실제 어느 단계까지 평가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파악된 바가 없다”며 “연내 의미 있는 규모로 공급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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