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T용 전구체 강자 버슘, 하프늄 진출할 듯
2019년 독일 머크에 매각, 현재는 머크 산하

버슘머트리얼즈의 한국법인이 일본 트리케미칼래버토리(TCLC)를 대상으로 하프늄 전구체 특허 무효 심판을 국내서 제기했다. 심판 결과에 따라 국내외 하프늄 전구체 산업에 파급 효과를 낳을 전망이다.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이 적용된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이 적용된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버슘, TCLC에 특허 무효 심판 청구

 

버슘머티리얼즈코리아(이하 버슘)는 지난 4일 국내 특허심판원에 TCLC의 특허(출원번호 1020087008011)에 대해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이 건은 현재 본격 심결에 앞서 심판관 지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TCLC의 1020087008011 특허는 <하프늄계 화합물, 하프늄계 박막형성재료 및 하프늄계박막형성방법>에 관한 것이다. 

하프늄은 D램 커패시터나 메탈게이트 끝에 절연막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하이케이(High-K, 고유전율)재료다. 종전 하이케이 재료는 지르코늄 계열이 많이 쓰였으나 최근 미세공정이 고도화되면서 하프늄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구매할 하프늄 전구체 물량이 금액으로 환산해 도합 250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하프늄 전구체 시장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에 제기된 이번 특허 무효 심판에 업계가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버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제기한 특허심판 개요. /자료=특허심판원
버슘머트리얼즈코리아가 제기한 특허심판 개요. /자료=특허심판원

그동안 삼성전자에는 일본 아데카가, SK하이닉스에는 SK트리켐이 각각 하프늄 전구체를 독점 공급해왔다. SK트리켐은 하프늄 전구체 특허를 가진 일본 TCLC와 SK(주)의 합작사며, 아데카는 TCLC의 특허 라이선스를 받아 삼성전자에 하프늄 전구체를 공급한다.

이번에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한 버슘은 반도체용 전구체 회사이긴 하나 아직 하프늄 전구체를 공급한 바는 없다.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DPT(Double Patterning Tech)용 전구체의 절반 이상을 이 회사가 공급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DPT는 EUV(극자외선) 노광공정 이전 ArF(불화아르곤) 이머전 공정을 이용해 20nm(나노미터) 이하 패턴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공정 기술이다. 

DPT 전구체 사업에 집중했던 버슘이 TCLC를 상대로 하프늄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는 건 향후 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선전 포고와 마찬가지다. TCLC의 관련 특허가 2026년 11월까지 유효한 만큼, 사전에 특허 분쟁 소지를 제거하고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양측의 특허 공방전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특허심판은 민형사 일반 재판의 1심에 해당한다. /자료=특허심판원
특허심판은 민형사 일반 재판의 1심에 해당한다. /자료=특허심판원

이번에 버슘이 제기한 특허심판은 산업재산권(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 등록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절차다. 특허심판원 결정에 불복할 경우 일반 재판과 마찬가지로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2심)을, 대법원에 상고심(3심)을 제기할 수 있다. 각 지방법원에서 이뤄지는 1심 재판에 해당하는 게 이번 특허심판이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특허 관련 소송전인 만큼 특허심판에만 최소 수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2~3심까지 진행되면 2~3년 이상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 

만약 특허 공방전이 TCLC에 불리하게 진행될 경우, TCLC가 버슘에 라이선스를 주는 방향으로 화해에 나설 수도 있다. 끝까지 특허 방어에 나서다가 무효 심판이라도 나온다면 버슘 외에 다른 회사들에도 특허가 오픈되기 때문이다. 아데카 역시 특허 무효 소송을 제기해 TCLC로부터 라이선스를 이끌어 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KIPOST 2022년 1월 19일자 <하프늄 전구체 이원화에 日 TCLC와 특허 공방 예견> 참조).

한 반도체 소재 업체 대표는 “버슘의 주요 고객사가 삼성전자라는 점에서 국내서 특허심판을 받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허심판 추이에 따라 하프늄 시장 진출을 노리는 디엔에프⋅메카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머크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지난 2019년 버슘을 인수했다. /사진=머크
독일 머크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지난 2019년 버슘을 인수했다. /사진=머크

 

♦버슘=반도체용 고순도 화학물질 및 특수가스(이산화탄소⋅아르곤⋅헬륨), 전구체 제조업체다. 지난 2016년 특수가스 전문업체 에어프로덕츠에서 분리 독립했다. 2019년 독일 화학업체 머크가 반도체용 소재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인수, 현재는 머크 산하로 편입됐다.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DPT용 전구체 절반 이상을 버슘이 공급한다. 그 밖에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가 주요 고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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