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C 하프늄 특허 유효
하프늄 특허 TCLC와 공동 소유한 솔브레인
디엔에프 인수 통해 아데카 독점 깰 듯

버슘머티리얼즈코리아가 일본 트리케미칼(TCLC)이 보유한 하프늄 관련 특허 무효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 하프늄은 D램 커패시터나 메탈게이트 끝에 절연막을 형성하는 대표적인 하이케이(High-K, 고유전율) 재료다. 

미세공정 발전에 따라 기존 지르코늄에서 하프늄으로의 기술 진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TCLC가 관련 특허가 워낙 강고한 탓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단일 공급사로부터 하프늄을 공급받고 있다.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이 적용된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이 적용된 DDR5 D램. /사진=삼성전자

 

특허심판원, 버슘 청구 기각

 

우리나라 특허심판원은 버슘머티리얼즈코리아(이하 버슘)가 TCLC를 상대로 제기한 <하프늄계 화합물, 하프늄계 박막형성재료 및 하프늄계박막형성방법(출원번호 1020087008011)> 특허 무효 청구를 지난달 31일 기각했다. TCLC의 관련 기술이 특허로서의 신규성⋅진보성을 충족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1월 버슘이 청구를 제기한지 1년 7개월만의 판단이다.

이번 소송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게 하프늄 공급사 이원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현재 삼성전자는 일본 아데카로부터, SK하이닉스는 TCLC와 (주)SK의 합작사인 SK트리켐으로부터만 하프늄을 공급받는다. 

이는 TCLC가 하프늄 관련 높은 특허 장벽을 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데카는 앞서 TCLC와의 협의를 통해 특허 실시권 내지는 크로스라이선스를 얻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특허심판은 민형사 일반 재판의 1심에 해당한다. /자료=특허심판원
특허심판은 민형사 일반 재판의 1심에 해당한다. /자료=특허심판원

만약 이번 소송에서 버슘의 특허 무효 청구가 인용됐다면 TCLC의 특허는 무효가 되고, 버슘을 포함한 국내외 전구체(프리커서) 회사들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하프늄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1심에서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버슘은 특허법원과 대법원에서 2⋅3심을 각각 진행해야 한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ALD(원자층증착) 장비회사인 유진테크가 동일한 특허에 대해 무효 심결을 구했으나, 도중에 취하한 바 있다. 

버슘의 모회사는 독일 화학소재 기업 머크다. 머크는 지난해 메카로의 전구체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관련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하프늄 전구체를 공급하려던 계획은 다소 연기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독일 머크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지난 2019년 버슘을 인수했다. /사진=머크
독일 머크는 반도체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지난 2019년 버슘을 인수했다. /사진=머크

 

특허 자유로운 솔브레인의 디엔에프 인수, 하프늄 공급 포석

 

이번 소송 결과와 별개로 솔브레인의 디엔에프 인수는 하프늄 공급망에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솔브레인은 현재 김명운 디엔에프 대표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19.7%를 인수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양측의 가격 조율은 끝나고 최종 서명만을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다.

솔브레인은 반도체 소재 분야에서는 불산과 인산계 에천트, BOE(버퍼드옥사이드에천트) 등을 공급하고 있다. 앞서 전구체 사업도 추진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아데카와 함께 삼성전자의 주요 전구체 공급사로 등극한 디엔에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반도체용 전구체 기업에 등극할 수 있다. 

하프늄 관련 특허(출원번호 1020087008011)의 등록사항. '테크노세미켐'은 솔브레인의 옛 이름이다. /자료=KIPRIS
하프늄 관련 특허(출원번호 1020087008011)의 등록사항. '테크노세미켐'은 솔브레인의 옛 이름이다. /자료=KIPRIS

특히 솔브레인은 국내서 하프늄 특허를 TCLC와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014년 ‘1020087008011’ 특허가 국내에 등록될 당시 TCLC와 솔브레인이 공동 권리자로 등재됐다. 솔브레인은 TCLC와 특허 분쟁이 필요없는데다 디엔에프를 통해 전구체 생산 인프라를 획득하게 되면 삼성전자에 안정적으로 하프늄 전구체를 공급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아데카 간에 2023년까지 독점 공급 계약이 맺어져 있어 실제 공급은 빨라도 내년이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2021년 210억원을 투자해 디엔에프 지분 7%를 확보했는데 솔브레인으로 하여금 디엔에프를 인수케 하는 큰 그림까지 그려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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