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0~30% 수준인 유기재료 증착 효율
수직형에서는 더 떨어질 듯
기판에 데미지 주지 않는 최적 거리 찾아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 공정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기술 중 재료 사용효율이 가장 극악한 축에 속한다. 고열로 끓여 기화시킨 유기재료 중 실제 OLED 기판에 안착하는 비율이 20~30% 정도에 불과한 탓이다. 나머지 70~80%는 챔버 내벽과 섀도마스크 등 패널과는 상관 없는 곳에 불시착한다. 

비싸게는 1그램에 수십달러에 달하는 유기재료 가격을 감안하면 여간 아깝지 않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 알박과 개발 중인 수직형 증착은 기존의 수평형 증착 대비 재료 사용효율이 더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기재료 증착 원리. 수직형 증착은 오른쪽 그림에서 기판과 섀도마스크(FMM), 증발원(증착원)이 수직 방향으로 나란히 세워져 있는 방식이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유기재료 증착 원리. 수직형 증착은 오른쪽 그림에서 기판과 섀도마스크(FMM), 증발원(증착원)이 수직 방향으로 나란히 세워져 있는 방식이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수직형 증착, 증발원-기판 거리 좁혀야

 

수직형 증착은 유기재료를 끓이는 증발원(소스)과 유리기판을 나란히 수직으로 세워 놓고 공정을 진행하는 게 골자다. 유리기판 앞에 있는 섀도마스크도 수직으로 세워져 있기에 중력에 의한 섀도마스크 처짐 현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다.

문제는 이처럼 수직으로 세워진 기판과 증발원 구조는 유기재료가 기판에 최대한 많이 들러 붙는데는 불리하다는 점이다. 고열로 끓여진 유기재료는 챔버 위쪽으로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려는 힘이 강하다. 물이 끓는 주전자 위쪽으로 대부분의 수증기가 올라가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나 수직형 증착은 기판이 증발원 앞에 나란히 세워져 있다.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가려는 유기재료 중 일부만 기판에 들러 붙게 되는 것이다. 현재도 20~30%에 불과한 OLED 재료 사용효율이 수직형 증착에서 더 낮아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 증착장비 업체 관계자는 “수직형 증착은 뜨거운 공기를 타고 상승하려는 유기재료를 위쪽이 아닌 옆에서 받아 내야 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방식”이라며 “그동안 양산에 적용되지 못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OLED 증착공정용 증발원. /사진=야스
OLED 증착공정용 증발원. /사진=야스

따라서 수직형 증착에서 재료 사용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증발원과 기판 사이의 거리를 최소한으로 좁히는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많은 유기재료가 기판에 안착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증발원과 기판 사이 거리를 400㎜까지 좁혀 증착 공정을 진행하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수평형 증착 시스템 내에서 기판과 증발원 사이의 거리(약 700~800㎜ 추정) 대비 절반으로 축소된 수준이다. 

그렇다고 증발원-기판 거리를 무작정 줄일 수는 없는데, 증발원이 뿜어내는 고열이 기판과 기판 위 유기층에 데미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판에 데미지를 주지 않으면서 유기재료를 최대한 많이 증착할 수 있는 최적의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증발원 형태도 바뀌어야 

 

증발원의 형태도 수평형 증착이 일반화된 현재와는 달라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증발원은 원통형 형태의 ‘포인트’ 방식과 길다란 직육면체 형태의 ‘리니어’ 방식으로 나뉜다. 포인트⋅리니어 모두 유기재료가 위쪽 방향으로 기화되는데 특화된 형태다. 따라서 유기재료가 옆으로 뿜어져 나와야 하는 수직형 증착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 때문에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에 증발원을 공급했던 삼성종합기술원은 튜브 형태의 증발원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로로 긴 둥근 원통형 몸체에, 중간중간에 작은 구멍이 뚫려져 있는 형태다. 증발원이 가열되면 내부 공기와 유기재료가 데워져 구멍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힘으로 증착하는 원리다. 마치 분무기로 물을 뿌리듯 앞으로 유기재료가 분사되는 것이다.

OLED가 적용된 노트북 'ASUS 젠북'.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OLED 증착 기술을 개발하려는 건 이 같은 IT용 OLED 수요 때문이다 /사진=ASUS
OLED가 적용된 노트북 'ASUS 젠북'.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OLED 증착 기술을 개발하려는 건 이 같은 IT용 OLED 수요 때문이다 /사진=ASUS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OLED 유기재료는 OLED 모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한다”며 “OLED 재료 사용 효율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8.5세대(2200㎜ X 2500㎜) 공정을 개발하는데 따르는 이점이 상쇄되어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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