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AP2-E2 중고 장비 매각 공회전
삼성디스플레이 A1 일부 구형 매각도 실현 어려울듯

디스플레이 업계가 4.5세대(730㎜ X 920㎜)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팹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통상 가동을 정지한 구(舊) 세대 생산장비는 해외 매각을 통해 처리하지만, 4.5세대 생산설비는 중국에서도 채산성이 나오지 않을 만큼 구형이기 때문이다.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AP2-E2 장비 매각 공회전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 이후 경기도 파주 AP2-E2 라인 가동을 정지하고,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장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AP2-E2는 TFT(박막트랜지스터) 생산라인인 AP2와 유기물 증착라인 E2를 합쳐 통칭하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3년부터 AP2-E2를 통해 애플워치용 소형 패널과 일부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생산해왔다.

그러다 2020년 이후 해당 라인에서 생산하던 물량을 경북 구미 E5로 이관하면서 점차 생산량을 줄였다. 지난해 상반기 중 생산을 완전히 정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4.5세대 규격인 AP2-E2는 이제 워치용 패널을 생산하기에도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LG디스플레이는 AP2-E2 가동 중단 이전부터 중고 장비 매입처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생산라인 현황. /자료=옴디아, IBK
LG디스플레이 생산라인 현황. /자료=옴디아, IBK

다만 LG디스플레이는 이미 1년 이상 해외 업체를 대상으로 장비 매각을 타진했음에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서 폐기된 LCD 설비들은 주로 중국 내 디스플레이 회사로 매각되는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OLED는 중국 BOE⋅CSOT⋅티안마⋅비전옥스 등도 6세대(1500㎜ X1850㎜) 신규 장비로 생산라인을 완비했다. 구태여 4.5세대 설비를 매입할 니즈가 없다. 

천상 중국 내 신생 디스플레이 업체에 설비들을 매각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라인의 경우, 서플러스글로벌처럼 중고 장비 전문업체를 통한 거래가 활발하지만 디스플레이는 사정이 다르다. 반도체는 200㎜⋅300㎜로 기판 사이즈가 규격화 돼 있고, 200㎜ 장비는 레거시 제품을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여전히 수요가 크다. 300㎜ 최신 공정이 필요치 않은 로직 반도체 제품들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업계서 기판 사이즈는 곧 생산성 자체를 의미한다. 작은 기판에 특화돼 생산되는 제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미 8.5세대(2200㎜ X 2500㎜) OLED 투자가 거론되는 시점에서 4.5세대 생산설비는 사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증착⋅노광⋅식각⋅세정 등 공정별로 중고장비 시장이 큰 반도체와 달리, 디스플레이 장비는 매입처의 생산을 위해 반드시 장비들이 완결된 상태로 매각해야 한다는 점도 난제다. 장비를 필요한 곳에 따로따로 찢어서 팔 수 없는 것이다. 

애플워치 시리즈5. LG디스플레이는 4.5세대 OLED 라인에서 주로 애플워치용 패널을 생산했으나, 현재는 6세대로 옮겨 생산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워치 시리즈5. LG디스플레이는 4.5세대 OLED 라인에서 주로 애플워치용 패널을 생산했으나, 현재는 6세대로 옮겨 생산하고 있다. /사진=애플

4.5세대 설비 매각을 놓고 고민하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천안 A1 공장에서 4.5세대 리지드(기판이 딱딱한) OLED 생산 설비를 가동했는데, 현재는 거의 가동을 멈췄다. 리지드 OLED를 훨씬 높은 효율로 생산할 수 있는 5.5세대(1300㎜ X 1500㎜) A2에서 생산을 전담하는 게 이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A1 라인 내 일부 설비들에 대한 매각 방침을 세웠으나, LG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 이유로 매각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4.5세대는 OLED 생산 노하우가 가장 높은 삼성⋅LG디스플레이조차 채산성이 나오지 않는데, 신생 디스플레이 업체가 사가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삼성⋅LG디스플레이가 4.5세대 설비 매각에 끝내 실패하면 매각 이익을 포기하고 라인 스크랩에 나설수도 있다. 설비들을 고철로 뜯어내는 것이다. 이미 감가상각 처리는 끝나고도 남은 설비들이기 때문에 고철 처리에 따르는 손실은 매각 이익에 대한 기회비용 정도다. 

다만 AP2-E2가 있는 공간이나 A1 모두 철거 후 신규투자 계획이 잡혀 있지 않기에 일단은 최대한 시간을 두고 중고 장비 매입 후보를 찾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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