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6세대 하프컷 설비와 유사한 수준
"알박, 추가 투자 수주 감안해 양보"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 장비업체 알박과 개발하는 8.5세대 수직형 증착장비와 관련해 6000억원 선에서 단가 협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IT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을 위한 8.5세대 수직형 장비는 디스플레이 업계가 사실상 처음으로 시도한다는 점에서 기술 방식과 가격에 산업 안팎의 관심이 높다. 

OLED가 적용된 노트북 'ASUS 젠북'.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OLED 증착 기술을 개발하려는 건 이 같은 IT용 OLED 수요 때문이다 /사진=ASUS
OLED가 적용된 노트북 'ASUS 젠북'.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OLED 증착 기술을 개발하려는 건 이 같은 IT용 OLED 수요 때문이다 /사진=ASUS

 

알박 9000억원 VS. 삼성디스플레이 3000억원

 

지난 2분기 양측이 장비 공급가격을 놓고 한창 협상을 벌일 때, 알박이 주장한 가격은 9000억원 정도였다. 알박은 8.5세대(2200㎜ X 2500㎜) 수직증착 설비가 업계서 처음 시도되므로 개발 비용 부담이 크고, 설비 크기도 커 원자재 가격도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박 설계에 따르면 8.5세대 수직증착 설비는 무게만도 기존 6세대(1500㎜ X 1850㎜) 하프컷 방식 대비 4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일본 캐논도키가 디스플레이 업체에 공급해 온 6세대 하프컷 장비가 1대에 6000억원 정도인데, 알박은 여기에 3000억원을 추가로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알박  대비 현격히 낮은 총가격 3000억원 정도로 협상에 임했고, 결국 양측의 중간 수준에서 최종 가격이 결정된 셈이다. 

결과적으로는 8.5세대 증착 설비는 이전 세대 설비 대비 단가 인상 여지가 거의 없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OLED 완제품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하다. 기존 중소형 OLED 원가에서 설비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는 대략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폰용 OLED 패널 1개가 80달러면, 감가상각비가 16달러를 차지한다는 뜻이다. 

8.5세대 수직증착 도입에 따라 투자 비용이 크게 늘어난다면 이는 모두 완제품 가격에 전가될 수 밖에 없다.

노트북용 리지드 OLED 단가. /자료=미래에셋증권
노트북용 리지드 OLED 단가. /자료=미래에셋증권

그러나 이번에 증착장비 가격은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정해졌고, OLED 라인 투자의 60~70%를 차지하는 박막트랜지스터(TFT) 생산장비 투자비도 경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TFT 투자 방식을 LTPS(저온폴리실리콘)⋅LTPO(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가 아닌 일반 옥사이드 타입으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옥사이드 TFT 라인에는 고가의 레이저 설비가 들어가지 않아 투자비 부담이 적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패널 업체들은 6세대 OLED 라인 1개를 투자 할 때 2조원(증착+TFT) 정도를 투자 금액으로 산정했다. 앞으로 투자할 8.5세대 OLED 라인은 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아질 여지도 있는 셈이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알박 입장에서는 당초 원하던 가격 대비 3000억원 정도 낮은 수준으로 협상이 이뤄졌다”며 “일단 첫 장비를 공급하고 나면 웬만해서는 장비 공급사를 바꿀 수 없을 것으로 보고, 후속 투자를 감안해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캐논도키 8.5세대 수평 장비도 대기

 

알박 로고. /자료=알박
알박 로고. /자료=알박

다만 알박의 바람대로 향후 추가 투자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6세대 OLED 증착장비의 표준으로 통하던 캐논도키 역시 8.5세대 장비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알박과의 수직형 장비 개발이 여의치 않을 때를 대비해 캐논도키와도 설비를 개발하고 있다. 

캐논도키 장비는 알박과 달리 기판을 가로로 눕혀 공정이 진행되는 수평형 설비며, 기판을 통으로 쓰지 않고 절반을 잘라 사용한다. 기판에 붙이는 섀도마스크(FMM)가 중력에 의해 아래로 처지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수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알박의 수직형 장비의 생산성이 캐논도키보다 더 높다. 

알박은 8.5세대 첫 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는 했지만, 캐논도키가 있는 한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8.5세대 OLED 투자 발주는 이르면 연내 나올 것으로 예상되며, 장비 입고는 내년 연말, 양산은 내후년이다. 

한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임원은 “앞선 6세대 투자 당시와는 달리 8.5세대는 복수의 장비 업체가 경쟁 체제로 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며 “알박 장비는 반입 과정에서 일부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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