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대 투자시 캐논도키 독점한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급 투자 국면에서는 LGD가 먼저 받을 듯

일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장비업체 캐논도키가 8세대급 설비는 LG디스플레이에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캐논도키의 증착설비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노광기처럼 차기 투자 구도와 속도를 결정짓는 독점 품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6세대 OLED 투자 국면에서 캐논도키의 증착장비 슬롯을 최소 1년치 이상 독점함으로써 경쟁사들과 기술 격차를 극대화했다. 이번 8세대급 투자시에는 동일한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캐논도키 “8세대급 증착장비는 LG디스플레이에 우선 공급”

 

이 사안에 정통한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캐논도키가 8세대급 수평형 증착장비 개발을 먼저 시작한 LG디스플레이측에 관련 장비를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이는 각 고객사에도 전달됐다”고 말했다.

캐논도키의 증착장비는 유리기판 위에 OLED 발광에 필요한 유⋅무기물을 고열로 끓여 코팅하는데 쓰인다. 코팅된 유⋅무기물 보호층을 만드는 봉지장비와 함께, OLED 생산에 필요한 양대 설비다. 

봉지장비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카티바 조합 외에 주성엔지니어링⋅세메스⋅원익IPS⋅AP시스템 등 대안이 존재하는 것과 달리, 증착장비는 캐논도키 독점이다. 일본 알박, 국내 선익시스템 등도 증착장비를 만들지만, 이들 장비로 생산한 OLED는 애플에 공급하는 게 불가능하다. 애플이 장비 인증을 해주지 않아서다.

올해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애플의 구매비중(금액 기준, DSCC)이 55%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사 장비로 만든 OLED는 시장의 반을 잃고 시작하는 셈이다. 투자 타당성이 떨어진다.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매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매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이 때문에 OLED 업계는 지난 2016~2017년 6세대 설비투자에 앞서 캐논도키의 생산 슬롯을 확보하는데 혈안이었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향으로 7대, 삼성전자향으로 1~2대의 장비를 한꺼번에 발주하면서 경쟁사 설비투자를 지연시켰다. 캐논도키의 장비 생산능력을 잠궈버린 것이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한동안 캐논도키 설비를 구매하지 못한 탓에 경북 구미 E5용 증착장비를 선익시스템으로부터 도입한 바 있다. 근래 중소형 OLED 분야에서 LG디스플레이의 경쟁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열세인 건 당시 구매 전략 실패에서도 일부 기인한다.

 

캐논도키-삼성디스플레이 간 불편한 관계도 영향

 

다만 앞으로 1~2년 내 전개될 8세대급 OLED 생산라인 투자 국면에서는 지난 6세대 투자시기와는 다른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캐논도키가 LG디스플레이에 증착장비를 우선 공급하면, 향후 양산 시기와 수율 안정화 경쟁에서 LG디스플레이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때문이다. 

통상 신규 장비가 입고되고 안정적으로 양산하기까지는 6개월~1년 정도가 걸린다. 먼저 장비를 입고 받는다는 것은 시행착오에 따른 경험치를 앞서 쌓는다는 것과 같다.

캐논도키가 LG디스플레이에 8세대급 설비를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힌 표면적 이유는 LG디스플레이와 장비 개발에 먼저 착수했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캐논도키를 대신해 알박의 수직형 증착장비 개발에 집중했고, 올해 초 들어서야 캐논도키 수평형 장비까지 병행 검토하기 시작했다.

LG디스플레이는 캐논도키와 함께 선익시스템을 병행 검토했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두 회사가 유⋅무기물 영역을 나눠 설비를 공급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알박 장비를 이용해 애플의 인증을 통과해보려 한 것으로 보이나, 애플은 캐논도키의 수평형 증착 기술 외에 대안을 검토할 이유가 없다”며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에는 캐논도키 설비 도입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이와 함께 과거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 국면에서 캐논도키와 삼성디스플레이 간 불거진 갈등도 캐논도키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거래 관계를 껄끄럽게 바라보는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Q1에 들어간 증착설비 역시 캐논도키가 공급했는데, 당시 캐논도키는 설비 개발을 위해 적지 않은 자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이후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후속투자가 불발되고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개발비만 손실로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Q1 라인에 장비를 공급한 한 업체 임원은 “Q1의 증착 라인 설계가 여러번 바뀌었는데, 캐논도키가 이에 대응하느라 인력과 비용을 많이 소진했다”며 “그러나 이후 QD-OLED 투자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내부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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