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투자 방식은 구매력 쥔 애플이 결정
애플 선급금 논의되면 캐논도키 외 입지 더 좁아져

애플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 8세대급 OLED 투자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LG디스플레이쪽에 줄을 선 선익시스템 역시 좌불안석이다. 6세대(1500㎜ X 1850㎜)에 이어 8세대 투자에도 캐논도키 외에 다른 메이커 설비 인증이 어려워지면, LG디스플레이가 불가피하게 캐논도키에 증장착비 발주 물량을 100% 몰아줄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애플, 이번에도 캐논도키에만 인증줄까

 

삼성디스플레이는 일본 알박을 우선으로, 캐논도키는 대안으로 8세대급 OLED 투자 검토를 시작했다. 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처음부터 캐논도키에 선익시스템을 엮어 공동으로 공정 개발을 진행했다. 

캐논도키⋅선익시스템 두 회사에 파트를 나눠 증착설비를 각각 발주하면 캐논도키에서만 구매하는 것 보다 설비 도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서로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국내 협력사와 공정을 같이 개발함으로써 경쟁사들과 차별화 포인트도 만들 수 있다. 

장비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유기물 증착파트는 캐논도키에, 무기물 증착파트는 선익시스템에 각각 맡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비 제작 난이도와 단가는 소스(도가니) 제작이 힘든 유기물쪽이 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LG디스플레이의 계획은 결국 OLED 구매력을 틀어쥔 애플에 의해 좌우될 여지가 크다. 여타 세트 업체들과 달리 애플은 OLED 생산 단계에서부터 직접 인증한 장비로 제조한 제품만 구매한다. 6세대 투자 국면에서는 오직 캐논도키의 증착장비만 인증을 통과했고, 이는 글로벌 OLED 증착장비 시장을 캐논도키가 거의 독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매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매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16년 캐논도키 증착설비를 구매하지 못하게 되자 경북 구미 E5에 선익시스템 증착설비를 들인 바 있다. E5는 끝내 애플이 인증을 내주지 않은 탓에 LG전자 MC(스마트폰)사업본부와 일부 중국 업체들에만 OLED를 공급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LG전자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몰린 상태로, 대규모 OLED를 구매할 형편이 못됐다. 이는 E5 가동률 저하의 원인이었고, 결과적으로 중소형 OLED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실력차가 벌어진 단초가 됐다. 

따라서 이번 8세대급 OLED 투자시에는 LG디스플레이가 장비 발주에 앞서 어떻게든 애플로부터 선익시스템 장비 인증을 사전에 받아내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 선급금 급한 LG디스플레이

 

특히나 최근 최악으로 치달은 디스플레이 업황과 LG디스플레이 실적을 감안하면 8세대급 OLED 투자를 위해서는 애플 선급금 수령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더더욱 설비 투자에 애플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될 수 밖에 없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애플 입장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를 견제할 수단으로 LG디스플레이를 계속 데려가는 게 유리하다”며 “8세대 OLED 라인 투자에 앞서 둘 사이에 선급금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물론 과거 LTPS(저온폴리실리콘) LCD 등 애플 선급금을 받고 진행했던 선례들 역시 리스크가 적지 않다(KIPOST 2021년 2월 9일자 <[칼럼] 애플은 지금 자동차 회사를 길들이고 있다> 참조). 그래도 LG디스플레이로서는 선급금이 부족한 자금여력과 고객사 기반을 동시에 확보할 좋은 솔루션인 것은 맞다.

3분기까지 LG디스플레이 영업손실은 1조2000억원 정도다. 4분기에도 적지 않은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장치산업의 투자 여력 지표인 EBITDA(감가상각 차감 전 이익)는 3분기 누적 약 2조2000억원으로, 4분기까지 더해도 3조원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간 EBITDA 6조원에 비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만약 예상대로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선급금을 수령하게 되면, 선익시스템이 LG디스플레이 8세대급 OLED 라인에 장비를 공급할 가능성은 더더욱 낮아진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BOE에 대한 애플의 신뢰가 악화된 상황이라 LG디스플레이도 애플에 대한 협상력이 아주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선익시스템의 장비 양산공급 여부는 LG디스플레이가 애플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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