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인치 패널 48개 면취 가정
게이밍 노트북PC 침투율 50% 점유에 2개 라인 필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를 넘어 IT(태블릿PC⋅노트북PC⋅모니터)용 디스플레이 시장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침투하고 있다. IT용 패널은 스마트폰 대비 패널 사이즈가 커 현재 6세대(1500㎜ X 1850㎜)로 표준화된 OLED 라인에서는 생산 효율이 떨어진다. 

8세대급(2200㎜ X 2500㎜) 신규 라인 투자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지는 이유다.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에이수스 '젠북'. /사진=삼성디스플레이
O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에이수스 '젠북'. /사진=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기판에서 15.6인치 패널 40여개 생산

 

노트북PC 시장의 대세는 15인치대 제품이다. 지난해 국내 노트북PC 시장의 60% 이상은 15인치대 제품이었다. 15.6인치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하면, 가로 356㎜, 세로 228㎜ 정도다.

이 패널을 6세대 라인과 8세대 라인에서 각각 생산하면 몇 개씩 면취할 수 있을까. 산술적으로는 6세대 기판에서는 28개, 8세대 기판에서는 48개까지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패널과 패널간 커팅을 위해 약간의 거리를 띄어야 하고, 기판 테두리도 공정시 편의를 위해 일정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또 수율까지 감안하면, 실제 기판 1장에서 얻어지는 패널 수는 이보다는 훨씬 적을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노트북PC 시장에서 OLED 침투율이 상승할 경우, 8세대 OLED 라인은 몇 개가 필요할까.

8세대 기판 1장에서 40개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한달 분량인 기판 1만5000장에서는 60만개의 15.6인치 패널이 생산된다. 연간으로는 8세대 OLED 1개 라인에서 720만개 정도를 얻을 수 있다.

8세대 1기판 한 장에서는 15.6인치 패널 48개 정도를 면취할 수 있다. 수율 등을 감안하면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자료=KIPOST
8세대 기판 한 장에서는 15.6인치 패널 48개 정도를 면취할 수 있다. 수율 등을 감안하면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자료=KIPOST

이를 현재의 노트북PC 시장에 대입해 보자. 연간 노트북PC 시장은 2억대 초반, 올해는 연간 2억2000만대 정도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OLED 패널 720만대면 전체 노트북PC 시장의 3.2%를 커버할 수 있는 규모다. 만약 노트북PC 시장에서 OLED 침투율이 10%(2200만대)까지 높아진다면, 8세대 라인 3개가 필요하다.

시선을 돌려 OLED 디스플레이가 가장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게이밍 노트북PC 시장만 놓고 보자. 게이밍PC는 CPU와 별도로 외장 GPU(그래픽카드)를 탑재한 제품을 뜻하며, 빠른 화면 응답속도와 높은 명암비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게이밍 노트북PC 시장에서 OLED가 각광받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게이밍 노트북PC 시장은 연간 2800만대 수준인 것으로 추산된다. OLED가 게이밍 노트북PC 시장의 절반(1400만대)을 침투해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8세대 라인이 2개 정도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이 같은 계산은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IT용 패널 생산을 위해 처음부터 8세대 신규투자를 결정한다는 것을 가정한 것이다. 실제로는 기존 6세대 라인이나 감가상각비가 거의 없는 5.5세대(1300㎜ X 1500㎜) 라인에서 IT용 패널 생산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5.5세대 리지드 OLED 라인인 A2에서 노트북PC용 OLED를 생산하고 있다.

노트북PC 시장 출하량 전망(2020년 자료). /자료=옴디아
노트북PC 시장 출하량 전망(2020년 자료). /자료=옴디아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LG디스플레이 모두 8세대 OLED 공정 개발에 들어간 만큼, 공정이 완성될 때까지는 일단 기존 라인에서 IT용 패널 생산을 대응할 것”이라며 “향후 단계적으로 8세대 라인 투자에 들어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비업계 대응 고심

 

이 같은 가정은 장비 업계로서는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8세대 OLED 장비 개발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데, 미래 시장이 불투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6세대 OLED는 스마트폰 시장의 폼팩터(형태) 변화가 명확했기에 대규모 투자에 대한 확신이 컸다. 그러나 노트북PC를 포함해 IT용 OLED는 게이밍 제품 같은 프리미엄 제품에만 한정적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높다. 8세대 OLED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6세대 당시처럼 대규모 투자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중저가 시장까지 OLED가 침투해야 하는데, 가격 저항과 함께 기존 LCD 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스마트폰용 OLED 시장조차 2017년 이후 LTPS(저온폴리실리콘) LCD와의 가격 경쟁 탓에 라인 가동률이 바닥을 치기도 했다.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하이엔드 제품을 제외하면 OLED 스마트폰을 출시하려는 업체가 없었던 것이다. 당시 경험 때문에라도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섣불리 8세대 OLED 라인 투자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017년 출시된 애플의 첫 OLED 스마트폰 '아이폰X'. 첫 출시 당시에는 삼성전기⋅비에이치⋅인터플렉스가 RF-PCB를 공급했으나, 이후 인터플렉스가 빠지고 영풍전자가 합류했다. /사진=애플
2017년 출시된 애플의 첫 OLED 스마트폰 '아이폰X'. 당시만 해도 OLED 스마트폰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하이엔드급 제품에 한정됐다. /사진=애플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6세대 OLED는 삼성⋅LG⋅BOE가 경쟁적으로 투자할 것이라 확신이 있었기에 다수 업체가 설비 개발에 나섰다”며 “8세대는 개발하고도 몇 대 못팔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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