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 독점 체제서 카티바 경쟁 체제로
8K 등 차세대 투자 위해 이원화 경쟁 불가피
"QD-OLED, 잉크젯 공정이 병목"

삼성디스플레이가 미국 잉크젯 프린터 전문업체 카티바와 다시 손잡는다. 카티바는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서 삼성디스플레 핵심 협력사였으나 QD디스플레이(QD-OLED) 투자시에는 세메스에 밀려 거래가 단절됐다. 

향후 8K UHD 등 차세대 투자를 위해 잉크젯 프린터 부문에 다시 협력사 경쟁 체제를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은 모습. 세메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다.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세메스 천안사업장을 찾은 모습. 세메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다. /사진=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카티바 잉크젯 1대 도입

 

지난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 파잇럿 라인인 ‘Q1’을 투자하면서 잉크젯 프린터를 전량 세메스로부터 구매했다. 당시 세메스는 적색⋅녹색 서브픽셀 형성을 위한 프린터 5대와 박막봉지(TFE)를 위한 프린터 2대 등 총 7대의 잉크젯 프린터를 공급키로 했다.

이처럼 특정 장비를 한 개 회사가 독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고객사 입장에서 가격 협상력도 떨어지고, 협력사로 하여금 차세대 기술개발도 독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메스가 삼성전자 자회사라는 점을 감안해도 마찬가지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는 2019년 발주가 나갔던 7대 장비 외에 추가로 1대(QD 서브픽셀용)를 구매키로 했는데, 이 잉크젯 프린터 설비가 카티바 기술로 만들어진다. 다만 카티바와의 직거래는 아니고, 국내 장비업체인 엘이티를 통해 우회하는 방식으로 카티바 기술을 Q1 라인에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거래를 단절했던 카티바에 다시 손을 내민 것은 세메스 독점 체제로는 QD-OLED 추가 투자시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말 Q1 시험 가동 이후 라인 안정화에 애를 먹고 있는데, 가장 난관으로 꼽히는 공정이 잉크젯 프린팅이다. 

세메스 잉크젯 프린팅 장비. /사진=세메스
세메스 잉크젯 프린팅 장비. /사진=세메스

잉크젯 프린터는 적색⋅녹색 서브픽셀이 형성되어야 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QD 잉크를 떨어뜨리는 게 핵심이다. 4K 기준으로 각 서브픽셀 간 간격은 수십μm(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금만 위치가 틀어져도 불량이 발생한다. 한 번에 떨어뜨리는 잉크의 양도 피코리터(1조분의 1리터) 단위에 불과한데, 양이 넘치면 잉크가 인접 화소를 침범한다. 적색과 녹색 잉크가 섞이는 것이다. 정해진 양보다 잉크량이 적으면 화소가 충분한 밝기의 빛을 내지 못한다. 

 

8K UHD 등 투자 위한 포석

 

삼성디스플레이는 Q1 시험 가동 이후 줄곧 잉크젯 프린팅 공정 안정화에 애를 먹다 올해 3~4월을 전후로 겨우 만족할만한 수준의 수율에 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카티바에 손을 내민 건 차세대 투자를 위해서는 어차피 경쟁 체제를 도입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한 Q1 라인은 8.5세대(2200㎜ X 2500㎜) 원장을 사용하며, 해상도는 4K UHD까지 지원한다. 요즘 프리미엄급 TV 대부분 8K UHD 해상도를 갖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QD디스플레이는 출시와 동시에 주요 스펙(해상도)에서 열세다.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가 Q1에 이은 본격 양산라인(가칭 Q2), 혹은 그 이후를 준비한다면 8K 투자가 필수다. 8K UHD TV는 4K UHD TV와 비교하면 디스플레이 위에 서브픽셀의 수가 4배 많다. 4K TV 위에는 약 2500만개, 8K UHD TV 위에는 약 1억개의 서브픽셀이 오밀조밀 모여 있다. 

TV 위에 올라가는 서브픽셀 수가 4배 많은 만큼, 각 서브픽셀의 정밀도는 이론상 4배로 향상되어야 한다. 동일한 크기의 정사각형 안에 1개의 점을 찍는 것 보다, 4개의 점을 찍는게 난이도가 더 높은 것과 같다.

미국 카티바의 OLED용 잉크젯 프린터. /사진=카티바 홈페이지
미국 카티바의 OLED용 잉크젯 프린터. /사진=카티바 홈페이지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10.5세대(2940㎜ X3370㎜) 이상 대면적 QD디스플레이 라인 투자에 나설것을 가정해도 잉크젯 프린팅 협력사 이원화는 필수다. 기판 면적이 넓어지면 TFE용 잉크젯 난이도가 훨씬 높아진다.

지난 2019년 세메스에 장비 발주를 몰아준 탓에 Q1 때는 다른 대안이 없었으나, 향후 세메스-카티바 경쟁 체제가 확립되면 성과가 좋은 회사를 주요 협력사로 끌어올릴 수 있다. 각 사들로 하여금 기술개발에 매진하도록 독려하는 효과가 크다. 물론 단가협력력도 높아진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2019년에는 세메스-카티바 모두 잉크젯 성능은 ‘탈락(Out of Spec)’ 수준이어서 어차피 머리를 맞대고 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카티바 대비 장비 가격이 20~30% 가량 저렴했던 세메스가 물량을 독식했다. 현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당시 선택은 현명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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