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이달 양산에 들어가는 Q1 라인의 가동률을 조기에 끌어올린다. 통상 신규 생산라인은 불량 재고를 줄이기 위해 수율을 살펴가며 단계적으로 가동률을 높여 나간다. 

Q1은 최대한 이른 시간에 가동률을 100%로 높여 수율 안정화를 위한 경험치를 쌓을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야경. L7-1 장비들을 매각하고 A4로 전환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야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Q1, 가동률 끌어올려 수율 안정화

 

Q1 라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9년 투자를 시작한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라인이다. 지난해 7월 첫 장비 반입이 시작됐고, 이후 시험생산을 거쳐 이달 양산에 돌입한다. 

Q1 라인에 설비를 공급한 한 협력사 대표는 “Q1은 수율에 상관 없이 최대한 이른 시간에 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린다는 게 삼성디스플레이의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QD-OLED 생산에 대한 경험치를 쌓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통 새로운 생산라인이 완성되면 최소 3~6개월 정도는 수율에 비례해 천천히 가동률을 높인다. 수율이 높지 않을 때 가동률만 높이면, 불량품 재고가 대규모로 쏟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QD-OLED처럼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라면 이 기간이 더 길 수 밖에 없다.

QD-OLED의 구조. QD가 OLED로부터 빛을 받아 색상을 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 투자를 발표한 'QD디스플레이'가 이 방식이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QD-OLED의 구조. /자료=삼성디스플레이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Q1 라인의 수율에 관계 없이 단시간에 가동률을 높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행착오를 빨리 경험하고, 양산에 대한 학습량을 조기에 축적한다는 목표다. 대신 이 기간 불량 재고에 따른 재무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어차피 치를 수업료라면 기간이라도 단축하는 게 유리하다는 게 삼성디스플레이 판단이다.

이는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선단공정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대만 TSMC가 구사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TSMC는 7⋅6⋅5nm(나노미터) 공정 경쟁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압도했는데, 이처럼 수율을 불문하고 가동률을 높이는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TSMC가 애플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물량을 독식하는데 영향을 미쳤던 FO-WLP(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 기술 개발 과정에서도 양품 웨이퍼를 무제한 투입해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 

한 반도체 후공정업체 임원은 “워낙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회사고, 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있다 보니 현실화 가능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QD-OLED, 삼성전자 이어 소니에도 공급

 

삼성디스플레이는 TSMC처럼 경쟁자(삼성전자)를 의식한 전략이라기 보다는 제한된 생산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책에 가깝다. Q1 라인은 8.5세대(2200㎜ X 2500㎜) 원판 투입 기준 월 3만장의 생산능력으로 디자인됐다. 처음부터 MMG(다중모델생산)를 적용하면 한 달에 65인치 패널 9만개, 55인치 패널 6만개씩 생산할 수 있다.

이는 가동률⋅수율이 모두 100%라는 걸 가정한 계산이다. 현실적으로 수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동률이라도 100%로 높여야 최대한 많은 양품을 얻을 수 있다. 

소니가 생산한 OLED TV.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구매해 생산했다. 소니는 연말부터 삼성디스플레이 QD-OLED도 구매하기로 했다. /사진=소니
소니가 생산한 OLED TV.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구매해 생산했다. 소니는 연말부터 삼성디스플레이 QD-OLED도 구매하기로 했다. /사진=소니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부터 삼성전자, 연말에는 소니에 QD-OLED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미 고객사 출하 예정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제때 필요한 만큼의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대치의 가동률을 확보할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음 QD-OLED 생산 공간으로 낙점한 아산캠퍼스 L8 1층 왼쪽 공간은 LCD 라인 가동은 멈췄지만, 아직 장비들이 들어찬 상태다. 구형 장비를 매각하고, 또 QD-OLED용 장비를 입고하는데 짧아도 1년 반 이상 소요된다. 그때까지는 지금 지어진 Q1으로 고객사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Q1 가동률을 조기에 끌어올리면 소재 업체들에게는 호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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