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 HKC가 차세대 TV용 기술 투자 방식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초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OLED(WOLED)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했으나 최근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퀀텀닷-OLED(QD-OLED)로 선회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WOLED가 차세대 TV 시장을 선점하기는 했지만, QD-OLED가 시장에 나오면 다시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판단해 최대한 투자 확정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퀀텀닷 소재. /사진=삼성전자
퀀텀닷 소재. /사진=삼성전자

“HKC, QD-OLED까지 검토”

 

9일 HKC 사정에 정통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HKC가 창사 H5 혹은 인근에 구축하려던 차세대 디스플레이 파일럿 라인 투자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고 말했다. 

HKC는 H5 내에 8.6세대(250㎜ X 2600㎜) 월 1만5000장 규모로 파일럿 라인을 짓거나, H5 바로 옆에 따로 월 3만장 규모의 파일럿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KIPOST 2021년 1월 18일자 <中 HKC, WOLED 투자 카드 다시 '만지작'> 참조).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HKC는 WOLED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했다. WOLED는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14년부터 생산하면서 양산성이 검증됐고, 시장에서 소비자 인지도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HKC 관계자가 지난해 연말 국내로 들어와 LG디스플레이의 WOLED 장비 공급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류는 지난달들어 바뀌었다. 검증된 WOLED 보다는 새로운 기술인 QD-OLED로 투자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의견이 HKC 내부에서 힘을 받으면서다. 다른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HKC에는 국내 출신 엔지니어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추저우 H2 공장은 LG디스플레이 출신들이, 창사 H5는 삼성디스플레이 출신이 주축이다. 

개구율의 개념. 왼쪽이 LG디스플레이가 적용하고 있는 배면발광 방식의 OLED다. 양산성은 높으나 빛이 TFT를 통과해서 나오는 탓에 밝기 측면에서 불리하다. /자료=KIPOST
개구율의 개념. 왼쪽이 LG디스플레이가 적용하고 있는 배면발광 방식의 OLED다. 양산성은 높으나 빛이 TFT를 통과해서 나오는 탓에 밝기 측면에서 불리하다. /자료=KIPOST

향후 기술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QD-OLED가 더 용이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배면발광(Bottom Emission)으로 생산하고 있는 WOLED와 달리,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부터 전면발광(Top Emission)으로 개발하고 있다. 전면발광이 고화질의 밝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데 더 유리하다.

다만 HKC가 QD-OLED로 선회한다면 비(非) 카드뮴계 QD 재료를 확보하는 것은 난제다. 카드뮴은 QD 합성이 용이하고 효율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소재지만, 독성 탓에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 등급 1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카드뮴 대신 인화인듐(InP)을 활용한 QD 소재를 TV에 사용해 처음으로 ‘찬환경 QD’를 상용화했다. 이 기술은 삼성종합기술원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친환경 QD 기술을 외부에 라이선스하지 않는다.

퀀텀닷 알갱이의 구조. 코어-쉘-리간드 3층 구조다. 알갱이 크기에 따라 색상이 달라진다. /자료=삼성전자
퀀텀닷 알갱이의 구조. 코어-쉘-리간드 3층 구조다. 알갱이 크기에 따라 색상이 달라진다. /자료=삼성전자

이 때문에 HKC가 조기에 투자 방식을 결정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가 시장에 나오지 않은 만큼 좀 더 시간을 갖고 투자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차세대 TV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옥사이드 TFT(박막트랜지스터) 생산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글로벌 장비 업체 대표는 “옥사이드 TFT 라인을 깔고 양산성을 검증하는데도 최소 1~2년 이상 걸린다”며 “일단 옥사이드 TFT 파일럿을 진행하면서 기술 방식은 차후에 결정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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