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엔지니어 나간 자리, 중국⋅대만계로 채워
WOLED 혹은 QD-OLED 투자 추진했으나 공회전

LCD에 이어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투자를 추진해 온 중국 HKC가 한국인으로 구성된 엔지니어팀을 해체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HKC의 신규 투자는 한동안 공회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기존 8.6세대(2250㎜ X 2600㎜) LCD 투자에 집중할 전망이다.

HKC 몐양 공장 전경. /사진=HKC
HKC 몐양 공장 전경. /사진=HKC

26일 HKC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대형 OLED 투자 방향을 검토해오던 HKC 내 한국계 엔지니어 팀이 최근 해산됐다”며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에 대한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 외국계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대표는 “HKC는 한국인들을 해산한 자리에 중국⋅대만 엔지니어들을 새로 뽑고 있다”고 설명했다.

HKC의 대형 OLED 투자가 추진된 건 지난해부터다. 후난성 창샤시 H5 공장을 근거지로 삼성디스플레이 출신 엔지니어들을 섭외해 차세대 투자팀을 구성했다. 처음에는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 OLED(WOLED) 방식 투자를 검토했다가, 올해 초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기술로 선회했다. 관련 장비 공급사 물색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초 국내로 입국해 잇따라 미팅을 갖기도 했다. 

HKC의 차세대 투자에 브레이크가 걸린 건 역설적으로 LCD 시황이 너무 좋아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LCD 수요가 급증한데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LCD 생산능력을 줄이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LCD 시장은 초호황을 구가했다. 

이에 HKC는 WOLED 및 QD-OLED 투자 계획을 후순위로 미루고 8.6세대 LCD 투자에 올인했다. 이 회사의 몐양 H4는 원래 8.6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12만장 정도로 디자인됐으나, 21만장까지 늘리기로 확정했다. H4의 LCD 생산능력을 최소 70% 이상 증대키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오르기만 하던 LCD 판가는 지난 7월 이후 하락세지만, 예년에 비하면 여전히 견조한 수준이다.

LCD 판가 현황. /자료=DSCC
LCD 판가 현황. /자료=DSCC

중국 내에서 세컨티어 LCD 회사로 꼽히는 HKC로서는 BOE나 CSOT에 앞서 굳이 선제적인 투자에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BOE가 WOLED 방식을, CSOT가 잉크젯 프린팅 기반의 대형 RGB OLED 연구개발을 지속해왔으나 두 회사조차 아직 양산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

다만 차세대 투자팀을 해체하고, 그 자리에 중국⋅대만 엔지니어들을 새로 뽑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두 나라에는 아직 WOLED나 QD-OLED 양산 투자에 나선 회사가 없다. 대신 미니 LED나 마이크로 LED처럼 무기물을 기반으로 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는 국내보다 활발하다.

당장 차세대 투자에 나서기 보다는 우선 LCD 사업을 통해 체력을 기른 뒤, 마이크로 LED 처럼 뚜렷한 강자가 없는 분야에 진출하기로 했을 수 있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정부 지분이 대거 들어간 BOE⋅CSOT와 달리 HKC는 사기업 성격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자금력도 약하고 투자 결단이 훨씬 보수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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