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기 제작 경험 크게 어필한 듯
27일 기공식에는 선익⋅캐논도키 모두 초청

BOE가 IT용 8.6세대(2290㎜ X 2620㎜) OLED 생산라인 증착장비 공급사로 선익시스템을 선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BOE로서는 선익시스템의 높은 가격경쟁력과 함께 ‘알파(ɑ)기’ 검증 경험 등 여러 요인을 따져본 끝에 최종적으로 선익시스템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 구미 E5 이후 중대형 증착장비 양산 공급 실적이 없던 선익시스템은 물론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산업에도 쾌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선익시스템은 E5 공급 이후 아직 중대형 증착장비 양산 공급 이력이 없다. /사진=LG디스플레이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선익시스템은 E5 공급 이후 아직 중대형 증착장비 양산 공급 이력이 없다. /사진=LG디스플레이

 

류사오둥 BOE 부의장, 12일 입국...선익 만나

 

14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BOE가 선익시스템을 8.6세대 증착장비 1·2호기 공급사로 최종 선정했다”며 “1호기는 내년 5월 청두 B16 공장으로 반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류사오둥(刘晓东) BOE 이사회 부의장이 지난 12일 입국했으며, 선익시스템 및 아바코 관계자들과 회동했다. 아바코는 스퍼터 제조사로, 이번에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성하는 주요 챔버를 공동 공급하게 될 전망이다. 

일본 캐논도키와 선익시스템을 놓고 막판까지 고민하던 BOE가 선익시스템을 낙점한 건 우선 가격경쟁력 요인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두 회사는 지난 1월 말을 기해 BOE에 최종 견적을 제출했다.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 규모를 기준으로 캐논도키가 1조원대 초반, 선익시스템이 8000억원대를 각각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략 2000억원 이상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KIPOST 2024년 2월 6일자 <선익시스템-캐논도키, BOE에 8.6세대 증착장비 최종 견적 제출> 참조). 

여기에 선익시스템의 경우 LG디스플레이와 알파기까지 제작한 이력이 쌓였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알파기는 양산 장비를 처음 공급하기 전 실제 구현이 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제작하는 시제품이다. 알파기 제작 후 양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체크하기에, 알파기를 제작했다는 것은 이후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반면 캐논도키 설비는 아직 알파기 제작 이력은 없다. 물론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 설비를 양산 도입함에 따라 곧 실제 현장에서 검증되겠지만 BOE로서는 이를 기다릴 시간이 부족하다. 내년 5월 장비를 반입받기 위해서는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정식 발주가 나가야 하는데, 삼성디스플레이의 8.6세대 라인 양산 가동은 내년 하반기는 되어야 한다. 

삼성⋅LG디스플레이 대비 8.6세대 관련 R&D가 늦었던 BOE로서는 더더욱 알파기 검증 경험이 더 크게 어필됐을 것으로 보인다. 

 

캐논도키에 3⋅4호기 발주 가능성은 열어놔

 

다만 이번에 선익시스템이 1⋅2호기를 수주한다고 해서 남은 3⋅4호기까지 싹쓸이 수주하는 것은 아니다. BOE가 예고한 월 3만장 수준을 투자하기 위해서는 총 4대의 증착장비가 필요하다. 이번에 선익시스템이 수주한 것은 이 가운데 절반만이다. 

BOE는 오는 27일 청두에서 열리는 B16 기공식에 선익시스템은 물론 캐논도키 관계자까지 초청한 상태다. 향후 투자 과정에서 3⋅4호기 증착장비 공급사를 캐논도키로 변경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비록 이번에는 가격경쟁력과 알파기 제작 경험으로 보고 선익시스템을 선택했지만, 1⋅2호기 가동 후 양산 경험이 쌓이면 캐논도키로 갈아타도 무방하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BOE가 선익시스템을 선정하면서 향후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라인을 투자했을 때 애플을 설득하기가 한결 수월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