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이르면 이달 증착장비 공급사 선정
캐논도키 증착장비 기술 일부는 LGD에 바인딩
양산 불확실성 해소에는 캐논도키가 우위
가격 및 특허 회피 측면에서는 선익시스템
최근 8.6세대 IT용 OLED 투자를 공식화 한 BOE의 증착장비 선정은 BOE 뿐만 아니라 경쟁사들도 실시간 예의주시하는 사안이다. BOE가 어느 제조사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나머지 회사들의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르면 이달 중 BOE가 증착장비 브랜드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① BOE, 안전한 길과 효율적 길 사이에서
BOE는 지난해 연말 8.6세대 투자를 발표하고, 이달 초 청두에서 B16 공장 기공식도 열었다. 지난주에는 왕시핑 BOE 수석부사장이 우리나라에 입국하기도 했다. BOE 이사회 멤버이기도 한 왕 수석부사장이 국내 입국한 이유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계와 접촉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증착장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설비들은 ‘노미(Nomination, 공급사 후보선정)’ 작업이 마무리 된 것으로 알려졌다.
BOE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증착장비 공급사는 결국 일본 캐논도키와 국내 업체인 선익시스템, 둘 중 하나다.
애플 비즈니스를 위해 8.6세대 투자에 나선 점을 감안하면 BOE가 캐논도키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지난 6세대 투자 국면에서 선익시스템 설비를 일부 도입했으나, 애플로부터의 승인을 득하지 못한 LG디스플레이의 구미 E5 라인을 반면교사하는 것이다. BOE 역시 지난 2011년 네이멍구 오르도스(B6)에 5.5세대 OLED 증착장비로 에스엔유를 선정했다가 양산에 애를 먹은 바 있다. 이 사건 이후로 BOE는 캐논도키를 제외한 증착장비 업체에 대한 신뢰도를 낮게 본다.
다만 선익시스템이 제시하는 낮은 가격은 BOE도 쉬이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캐논도키의 8.6세대 OLED 설비 가격이 1조원(월 1만5000장 설비 기준)을 훌쩍 넘는 것과 비교하면 선익시스템은 그 절반에 같은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수 있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최근 캐논도키가 선익시스템을 의식, BOE측에 기존 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증착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며 “가격 인하가 현실화 되면 선익시스템이 캐논도키 대비 갖는 이점이 다소 퇴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② BOE가 선익시스템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LGD
그러나 BOE가 캐논도키 외에 선익시스템을 고려하는 건 단지 가격 때문만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견제도 작용한 결과다.
캐논도키의 8.6세대 증착장비 내에서 상당 부분은 이 회사가 LG디스플레이와 공동 개발한 기술이다. 특히 8.6세대 기판을 이송하고 공정 흐름을 제어하는 물류 부분에는 상당수 LG디스플레이 특허가 바인딩 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캐논도키로 하여금 자사 특허를 이용해 BOE에 동일한 증착장비를 공급하지 말 것을 여러차례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BOE가 캐논도키 증착장비를 구매하고 싶어도 이 부분을 풀지 못하면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아직 8.6세대 투자를 공식화 하지 않은 LG디스플레이는 적어도 BOE 투자 전략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 있는 무기를 가진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캐논도키가 BOE에 장비를 공급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더 나아가 BOE가 ‘울며 겨자 먹기'로 선익시스템을 선택하게 될 경우, LG디스플레이가 얻게 될 이익도 상당하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차기 8.6세대 투자시 선익시스템 장비를 선택하게 될 텐데, BOE도 선익시스템을 선택하면 애플을 설득하기가 그 만큼 수월해진다.
애플 입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BOE 3사 중 두개가 선익시스템 설비로 IT용 OLED 패널을 생산한다면 승인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가뜩이나 높은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OLED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
③ SDC도 BOE가 선익시스템 선택해야 유리
가장 먼저 캐논도키 증착장비를 이용해 8.6세대 투자에 나선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BOE가 선익시스템을 선정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대비 양산 경험과 기술력이 떨어지는 BOE가 장비까지 애플 승인을 득해야 하는 브랜드를 선택한다면 초기 양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더구나 BOE는 삼성디스플레이 2배 규모(월 3만장)의 8.6세대 투자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물량 측면에서 쉽지 않은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를 움직여 BOE를 견제하는 현 상황은 삼성디스플레이에도 나쁘지 않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아이폰용 OLED 패널 양산에 늘 지각하는 BOE가 양산 안정화에 불확실성이 커지는 선익시스템을 선정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LG디스플레이와의 특허 문제가 결부된 점 때문에 어떻게 결론날 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