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이드 TFT 양산 경험 없는 BOE
안전한 LTPO 선택하면 투자비 급증...ELA 도입해야
애플 승인 여부도 불투명

BOE가 8.6세대(2290㎜×2620㎜)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어떤 방식의 TFT(박막트랜지스터) 라인을 구축하게 될 지도 관심사다. 애플이 맥북⋅아이맥 등 중형 IT용 패널에 원하는 타입은 옥사이드(산화물) TFT지만, BOE는 아직 관련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BOE가 투자비 증대를 감수하고 LTPO(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 타입으로 투자할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맥북 프로 13. /사진=애플
맥북 프로 13. /사진=애플

 

옥사이드 TFT 경험 없는 BOE의 선택은?

 

BOE는 지난달 B16 투자를 위해 630억위안(약 11조4600억원)을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투자 금액과 목적⋅기간 등을 명시했지만 정확하게 어떤 기술을 응용해 라인을 구축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은 크게 프런트플레인과 백플레인으로 나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BOE가 ‘투 스택 탠덤’ 방식의 OLED로 프런트플레인을 구축할 거라는 전망에 이견은 없다. 

다만 백플레인과 관련해서는 BOE가 옥사이드 TFT 타입으로 구축할거란 의견과 LTPO로 선회할 거란 의견으로 패가 갈린다. 옥사이드 TFT는 과거 a-Si(비정질실리콘) TFT에서 일부 마스크 공정을 더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전자이동도를 결정하는 액티브층이 산화물(주로 IGZO)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옥사이드 TFT라고 부른다. 

이에 비해 LTPO는 스마트폰에 쓰는 LTPS(저온폴리실리콘) 기반에 일부 옥사이드 요소를 가미한 기술이다. 화질을 결정하는 전자이동도 측면에서 LTPO가 현저하게 우수하지만, 투자비가 비싸고 특히 대면적화가 어렵다. 옥사이드 TFT는 이미 국내 패널업체들이 8세대급 기판에서 원활하게 양산하고 있을 정도로 대면적화가 용이하다.

각 TFT별 전력소모량 비교. 문턱전압 이하에서 옥사이드 TFT의 전력 소모량이 가장 적다. /샤프
각 TFT별 전력소모량 비교. 문턱전압 이하에서 옥사이드 TFT의 전력 소모량이 가장 적다. /샤프

BOE가 TFT 투자 방식을 놓고 고민하는 건 아직 옥사이드 TFT 양산 경험이 없는 탓이다. 8.6세대 라인을 섣불리 풀(Full) 옥사이드로 투자했다가 양산 안정화가 지연될 경우 6세대(1500㎜ X 1850㎜) 투자 당시 겪었던 양산 지연 사태를 되풀이할 수 있다. 

옥사이드 TFT는 IGZO(인듐⋅갈륨⋅아연산화물)를 기반으로 생산한다. 3가지 금속 성분이 사용되는 만큼, 각 조성을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전자이동도 및 신뢰성이 크게 달라진다. 이 조성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는 장기간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더욱이 애플이 패널 업체들에게 옥사이드 TFT를 쓰면서도 전자이동도 40㎠/V·s 이상으로 개선할 것을 요청했다는 점이 BOE를 주저하게 만든다. 통상 학계에서 통용되는 옥사이드 TFT의 전자이동도는 10㎠/V·s에 불과하다. BOE로서는 인듐⋅갈륨⋅아연 조성을 적절하게 조정하는 방법으로 현재보다 전자이동도를 4배 개선해야 하는 숙제가 떨어진 셈이다.

BOE가 LTPO를 선택하면 고가의 ELA 장비를 도입할 수 밖에 없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BOE가 LTPO를 선택하면 고가의 ELA 장비를 도입할 수 밖에 없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노트북PC 정도의 화면에서 120Hz(헤르츠) 이상의 주사율을 원활하게 구현하려면 TFT의 전자이동도가 40㎠/V·s은 너끈하게 넘어야 한다”며 “아직 10㎠/V·s 수준의 옥사이드 TFT조차 양산해본 바 없는 BOE에는 난제”라고 말했다.

 

안전한 LTPO 선택해도 애플이 써줄까

 

옥사이드 TFT 양산에 자신 없는 BOE가 선택할 수 있는 솔루션은 LTPO 하나다. LTPO는 이미 ‘아이폰15’ 시리즈용 패널 생산에도 적용한 바 있는, 당장 양산 가능한 기술이다. 

백플레인인 TFT는 크게 보면 ‘스위칭 트랜지스터’와 ‘드라이빙 트랜지스터’ 두 개로 나뉜다. LTPO는 이 중에 스위칭 트랜지스터에만 국한해 옥사이드 소재를 적용한다. 옥사이드 TFT의 저전력 이점은 스위칭 트랜지스터에서, 빠른 전자이동도는 LTPS 기반의 드라이빙 트랜지스터에서 각각 취할 수 있다. 

BOE가 LTPO로 투자하면 인듐⋅갈륨⋅아연 조성을 바꿔가며 높은 전자이동도를 구현하는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다.

LTPO는 LTPS TFT 기반에 스위칭 트랜지스터(그림 내 SW TFT)에만 옥사이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LTPO는 LTPS TFT 기반에 스위칭 트랜지스터(그림 내 SW TFT)에만 옥사이드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문제는 LTPO의 투자비가 일반 옥사이드 TFT 대비 훨씬 높다는 점이다. 이는 드라이빙 트랜지스터 내부의 액티브 소재를 폴리실리콘으로 어닐링하는데 고가의 레이저 장비가 동원되는 탓이다. 지난 2017년 6세대 OLED 투자 국면에서 미국 코히어런트와 국내 레이저 장비 회사인 AP시스템 매출이 급상승한 건, 이 ELA(엑시머레이저어닐링) 설비가 동원됐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투자에서 옥사이드 TFT를 도입하며 ELA에서 해방된 반면, BOE는 다시 ELA를 써야 하는 난관에 빠질 수 있는 셈이다. 이는 투자비 증대, 장기적으로 완제품 단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설사 투자비 증가를 감수하고 BOE가 LTPO 방식으로 투자한다고 해도, 애플이 이를 구매해 줄지는 또 다른 문제”라며 “같은 모델에서 기술 분화를 허용하지 않는 애플 특성상 비싸게 투자해놓고도 애플에 어필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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