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O 50% 절감하는 기술"
실제 발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3사간 기술독점 권한은 해제

 삼성디스플레이가 필옵틱스⋅트럼프와 진행하던 SLA(Solid State Laser Annealing) 관련 양산 검증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SLA는 기존 중소형 OLED 설비투자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ELA(Excimer Laser Annealing)를 대체하는 기술이다. 

비싼 희가스가 필요한 엑시머 레이저 대신 고체인 다이오드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운영비 절감 이점이 크다. 

트럼프의 OLED LLO 공정용 레이저. /사진=트럼프
트럼프의 OLED LLO 공정용 레이저. /사진=트럼프

 

삼성디스플레이, SLA 테스트 종료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을 기해 필옵틱스⋅트럼프와 진행했던 SLA 파일럿 검증 작업을 종료했다. 앞서 지난해 2월 삼성디스플레이는 필옵틱스로부터 최대 8세대급 OLED까지 대응할 수 있는 SLA설비를 1대 도입했다. 트럼프가 설비의 핵심인 레이저 튜브를 만들면, 필옵틱스가 이를 시스템화 해 장비로 공급하는 구조다.

SLA가 쓰이는 TFT(박막트랜지스터) 공정은 유기물 증착과 달리 유리기판을 절반으로 자르지 않고 원장 그대로 진행된다. 이 원장 크기를 기준으로 필옵틱스⋅트럼프의 SLA 설비는 6세대(1500㎜ X 1850㎜)는 1스캔, 8.6세대(2290㎜ X 2620㎜)는 2스캔 만으로 기판 전체를 커버 할 수 있다. 

보통 짧은변을 기준으로 어닐링이 진행되므로, 필옵틱스 장비의 레이저 너비는 1500㎜ 보다는 크고, 2290㎜ 보다는 작음을 추정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필옵틱스⋅트럼프 3사간 SLA 검증은 디스플레이 장비 투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어닐링 측면에서 대안을 만들어 냈다는 의미가 크다. 앞서 6세대 투자 국면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물론 중국 기업들도 AP시스템⋅코히어런트가 만든 ELA를 어닐링 설비로 도입했다. LG디스플레이만 LG전자⋅코히어런트 조합의 ELA를 썼다.

ELA 공정 개념도. /자료=삼성디스플레이
ELA 공정 개념도. /자료=삼성디스플레이

ELA는 성능면에서 검증된 게 장점이지만 가동을 위해 지속적인 희가스 공급을 필요로 한다는 게 단점이다. 공정상 기체 소재가 필요하다면 장비 주변으로 배관설비 등 관련 인프라도 뒤따라야 한다. 이는 투자비와 운영비를 늘리는 요소다. 

SLA는 레이저를 형성하기 위해 가스가 아닌 다이오드를 활용한다. 달리 ‘Diode-pumped, Solid-state(DPSS)’ 레이저라고 부르는 이유다. ELA 내부 레이저 튜브는 3~4개월에 한 번씩(풀가동시) 교체해 줘야 하는 반면, SLA의 유지보수 기간은 이보다는 훨씬 긴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저 업체들에 따라 ELA를 SLA로 바꾸는 것으로 TCO(총소유비용)가 50% 절감된다는 데이터를 내놓기도 한다. 

따라서 향후 삼성디스플레이가 어닐링 설비에 신규 투자한다면 공급사 후보는 AP시스템(코히어런트) 외에 필옵틱스(트럼프)가 추가되고, 기술 방식은 ELA⋅SLA 중에 고를 수 있게 됐다. AP시스템(코히어런트)의 ELA 말고는 대안이 없던 상황에서 후보군이 각각 늘어날 것이다. 앞서 AP시스템도 코히어런트와 공동으로 8세대급까지 대응 가능한 SLA를 개발한 바 있다. 

 

실제 발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다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실제 SLA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수주 기회가 많지 않다. 삼성디스플레이의 6세대 투자는 종료 수순이고, 8.6세대는 어닐링 자체가 필요 없는 옥사이드 TFT 기술 방식이 적용됐다. 

SLA 발주는 8.6세대가 LTPO(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로 업그레이드 되는 시점은 되어야 기대해 볼 수 있다. LTPO는 LTPS(저온폴리실리콘) TFT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므로 SLA든 ELA든 어닐링 설비가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필옵틱스⋅트럼프가 공동 진행한 SLA 검증 결과도 관건이다. 3사가 1년 반 검증을 통해 만족할만한 SLA 성능을 확보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어닐링 성능 측면에서는 기존 ELA 방식이 SLA 보다 앞선다는 게 통설이다. 만약 지난 검증 기간 ELA와 유사하거나 버금가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 향후 8.6세대 LTPO 발주시에도 SLA가 아닌 ELA를 고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ELA는 LTPS, 혹은 LTPO 방식의 OLED 라인을 구축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은 코히어런트의 ELA용 라인빔 레이저 시스템. /사진=코히어런트
ELA는 LTPS, 혹은 LTPO 방식의 OLED 라인을 구축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은 코히어런트의 ELA용 라인빔 레이저 시스템. /사진=코히어런트

물론 삼성디스플레이 외 다른 디스플레이 업체들로의 공급을 타진할 수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필옵틱스⋅트럼프는 지난달 SLA 검증을 종료하면서 상호간 기술 독점권한은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옵틱스⋅트럼프가 원한다면 BOE 등 8.6세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다른 패널사로 SLA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는 “BOE에 이어 비전옥스도 LTPO 타입으로 8.6세대 투자를 추진하는 등 수주 기회는 국내보다는 우선 중국에서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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