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유증 자금은 기존 6세대 투자분에 할당
초기자금 1.5조~2조원은 마련 해야 8.6세대 투자 시동
디스플레이 3사 중 유일하게 8.6세대 OLED 투자 방안을 확정하지 않은 LG디스플레이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한 차례 자금을 확보했으나 차세대 투자를 위해서는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의 초기 자금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LCD 업황이 다시 다운턴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다.
차세대 투자 위해 당장 1.5~2조원 필요
LG디스플레이가 지난달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밝힌 자금 사용 세부 내역을 보면, 유입될 1조3578억원 중 시설자금에 할당된 금액은 4159억원이다. 나머지 9419억원은 운영자금과 기존 부채 상환에 쓰인다.
시설자금 4159억원에서 중형 OLED에 할당된 금액은 2351억원이며, 이는 삼성디스플레이⋅BOE가 최근 진행 중인 8.6세대 투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21년부터 진행 중인 IT용 6세대 투자분에 동원될 자금이다. 여기서는 애플 아이패드 같은 태블릿PC용 제품이 생산된다. 맥북 등 노트북PC를 위한 패널을 생산하려면 8.6세대 신규 투자가 시작되어야 한다.
다만 8.6세대 투자를 위해서는 최소 4조원, 현실적으로 5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하다. 지난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LG디스플레이 자력으로 확보하기는 불가능한 금액이다.
물론 투자 시점에 5조원을 모두 손에 쥐고 시작하지는 않는다. 패널 업체가 장비 협력사에 지급하는 장비 대금은 통상 계약금으로 30% 정도를 요구한다. 60%는 장비 입고 시점에, 나머지 10%는 양산 후 정상 가동을 확인한 뒤 지급된다.
따라서 LG디스플레이가 8.6세대 투자에 돌입하려면 1~2년차에 사용할 1조5000억원~2조원 정도는 확보해야 한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자금 확보 수단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크게 3가지다. ▲중국 광저우 LCD 공장 매각 ▲전략 고객으로부터의 차입 내지는 선수금 ▲추가 유상증자 등이다.
우선 광저우 LCD 공장이 매각된다면 당장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지난해 3분기 소폭 반등했던 LCD 패널 가격이 연말들어 다시 하락세로 전환한 탓이다. BOE⋅CSOT⋅HKC 등 유력한 인수 후보들 라인 가동률이 70% 안팎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유인이 떨어진다.
전략 고객으로부터의 차입은 이미 지난해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금리 등 차입 조건에 대한 상호간 시각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대규모 자금을 확충할 수 있는 카드는 추가 유상증자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발행 가능 주식수 꽉 채운 LG디스플레이
다만 LG디스플레이가 한번 더 유상증자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이 많다. 당장 정관부터 개정해야 한다. LG디스플레이 정관 상 발행 가능한 총 주식수는 5억주다. 현재 3억5781억주가 발행돼 있고, 지난달 유상증자 결정으로 1억4218만주가 신규 발행된다. 5억주 한도가 꽉 찬다.
올해 중 추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려면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 발행 가능한 총 주식수 한도를 늘려 놓아야 한다.
이미 한 차례 증자를 단행하면서 기존 주주들로부터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시 증자를 추진하는 것 또한 부담이다. 시황도 도와주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 이후 LCD 업황이 다시 하락세고, TV용 WOLED 단가와 가동률도 LCD 시황에 연동된다.
오는 2월 시작할 아이패드 OLED 패널 생산을 통해 IT용 OLED 사업의 당위성을 증명해내는 수 밖에 없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추가 증자 없이는 8.6세대 투자를 시작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LG디스플레이 규모의 기업이 유상증자를 하는 사례도 많지 않은데 2년 연속 단행한다면 주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