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용 패널 라인에 LLO 도입하는 BOE
6세대는 카피했던 BOE, 8.6세대는 독자노선
성공 여부는 미지수

지난 6세대(1500㎜ X 1850㎜) OLED 투자시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카피하다시피 했던 BOE가 8.6세대(2290㎜ X 2620㎜) 투자는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주요 장비의 공급사가 달라지는가 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도입하지 않는 설비들도 입찰에 나섰다. 

다만 BOE의 이 같은 시도는 기술⋅고객사 확보가 미진한 탓에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을 점치기는 이르다. 

LLO 설비는 두 개의 레이어를 분리할 때 사용한다. OLED 산업에서는 캐리어 글래스에서 PI 기판을 떼어 낼 때 쓴다. /자료=코히어런트
LLO 설비는 두 개의 레이어를 분리할 때 사용한다. OLED 산업에서는 캐리어 글래스에서 PI 기판을 떼어 낼 때 쓴다. /자료=코히어런트

 

BOE, 8.6세대 라인에 LLO 도입

 

BOE는 국내외 레이저 장비 회사들을 대상으로 2대의 LLO(레이저리프트오프) 설비 발주에 착수했다. 이 설비는 BOE가 청두에 구축 중인 8.6세대 OLED 라인인 B16에 반입된다. 

LLO는 전형적으로 플렉서블 OLED를 만들 때만 사용하는 설비다. 물렁물렁한 PI(폴리이미드) 기판 위에서는 OLED 공정을 진행할 수 없기에 우선 ‘캐리어 글래스’ 위에 PI 기판을 코팅한 뒤 OLED 공정을 진행한다. LLO는 모든 공정이 끝난 뒤 캐리어 글래스로부터 PI 기판을 떼어 낼 때 쓴다. 

BOE가 LLO 발주에 들어갔다는 건 B16에서 생산할 패널 중 일부는 플렉서블 기판을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8.6세대 라인에서 생산하는 OLED 패널은 대부분 태블릿⋅랩톱 등 IT 제품 향이다. IT용 디스플레이는 굳이 PI를 써서 기판이 휘어지게 만들 필요는 없다. BOE에 앞서 8.6세대 투자에 나선 삼성디스플레이가 처음부터 유리기판 위에서 공정이 이뤄지는 하이브리드(리지드 + 박막봉지) 방식을 택한 이유다. 

B16에 ELA(엑시머레이저어닐링) 장비가 반입된다는 점도 삼성디스플레이와 BOE의 차이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옥사이드 기술을 기반으로 TFT(박막트랜지스터) 라인을 구성하는데 비해, BOE는 LTPO(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 기반의 TFT 라인을 구성한다. ELA는 LTPO를 만들 때만 필요하고 옥사이드 TFT에는 필요 없다.

애플 맥북 에어. /사진=애플
애플 맥북 에어. /사진=애플

8세대 투자에 있어 삼성디스플레이와 BOE의 기술 갈래가 벌어지는 건, 두 회사의 고객 및 기술 확보 여부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KIPOST 2023년 12월 23일자 <풀옥사이드 VS. LTPO, BOE 선택에 업계 관심 집중> 참조). 삼성디스플레이의 8.6세대 투자는 철저하게 애플의 랩톱 제품인 ‘맥북'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애플은 2027년을 전후로 맥북 디스플레이를 LCD에서 OLED로 전환할 계획인데, 여기에 맞춰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 방식과 시기가 결정됐다. 

이에 비해 BOE는 맥북용 OLED 공급과 관련해 아직 애플과 협의를 이루지 못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OLED 구매력이 높은 고객사의 확답이 없는 만큼 B16에서 생산될 OLED 패널 고객사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따라서 ▲옥사이드 +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고정된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BOE는 ▲LTPO + 하이브리드 ▲LTPO + 플렉서블 OLED 등 다양한 옵션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고객 못 찾은 BOE의 고민

 

이 때문에 BOE가 B16에서 IT 향이 아닌 스마트폰용 패널을 우선 생산하게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IT 패널에 특화된 옥사이드 +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지만, 다양한 생산 옵션을 선택한 BOE는 스마트폰용 패널을 생산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물론 8.6세대 라인에서 스마트폰 패널을 생산했을 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논외다. 

사례는 다르지만 BOE는 지난 2017년 10.5세대(2940㎜ X 3370㎜) LCD 라인을 투자한 뒤, 65⋅75인치 패널이 아닌 32인치 패널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바 있다. 10.5세대는 65⋅75인치로 생산할 때 가장 효율적이지만 TV용 패널로는 가장 작은 32인치부터 생산에 착수한 것이다. 

LLO 공정 개략도.
LLO 공정 개략도.

당시 10.5세대 LCD 라인 가동이 세계 최초라는 점에서 초기 수율을 감안한 조치로 이해됐다. 따라서 이번에도 IT용 패널 고객 확보 여부에 따라 8.6세대 라인을 변칙 운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가장 중요한 증착장비 공급사를 일본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을 선택한 것 부터 삼성디스플레이와는 어긋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B16 1⋅2번 라인은 애플보다는 중국 내 고객사들을 위한 패널을 생산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