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6 8.6세대 라인 건설 이전 패널 신뢰성 검증 차원
실제 양산은 B16에서 이뤄질 전망

중국 BOE가 충칭 B12에서 애플 향 IT용 패널을 개발한다. 아직 투자 초기 단계인 8.6세대(2290㎜ X 2620㎜) 라인이 본격 가동되기에 앞서, OLED 패널 신뢰성을 사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다. 

청두 B16 투자가 마무리됐을 때 조기에 애플 IT 패널 양산에 착수할 발판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애플 맥북 에어. /사진=애플
애플 맥북 에어. /사진=애플

 

BOE, B12에서 애플 향 IT 패널 6종 개발

 

현재 BOE가 B12를 통해 개발 중인 IT용 패널은 총 6종으로 파악되며, 이 가운데 1종이 ‘투 스택 탠덤’, 나머지는 ‘싱글 스택’ OLED다. 투 스택 탠덤은 적색⋅녹색⋅청색 빛을 내는 발광층을 수직으로 2개 적층한 것으로 싱글 스택 대비 패널 내구성 및 휘도가 높다. 

애플이 올해 초 선보인 ‘아이패드 프로’ 시리즈가 투 스택 탠덤 패널이며, 이르면 오는 2026년 출시할 ‘맥북 프로’에도 같은 기술이 적용된다. 프로 대비 보급형으로 개발되는 ‘맥북 에어’나 아이패드 일반형 모델 및 에어⋅미니에는 싱글 스택 OLED가 적용된다. BOE가 B12에서 개발 중인 OLED 패널은 전량 애플 향 제품이다. 개발 완료 목표는 오는 2026년이다. 

다만 BOE가 B12에서 진행하는 IT 패널은 대규모 양산까지 B12에서 진행하려는 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보다는 첫 8.6세대 라인인 B16 가동에 앞서 패널을 미리 생산해보고 신뢰성을 사전 검증하는 차원에 가깝다.

B16은 한창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빨라야 내년 2분기쯤 증착장비 1호기가 선익시스템으로부터 입고된다.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8세대급 OLED 양산 준비가 미진했던 BOE로서는 1호기 반입 이후 양산 안정화 시점까지 어느 정도 기간이 소요될 지 예단하기 어렵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BOE가 증착장비 입고로부터 1년 이내에 양산 안정화를 달성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2026년 연중 수율 제고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BOE B16 건설현장 공사 사진. /사진=신화통신
BOE B16 건설현장 공사 사진. /사진=신화통신

따라서 B16 가동 추이를 봐가며 애플향 IT 패널 개발에 돌입하면 애플 향 제품 출하 시점이 지나치게 지연될 수 있다. B16 투자를 위해 630억위안(약 12조2000억원)을 쏟아붓는 BOE로서는 가동 후 라인을 놀리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패널 신뢰성 검증을 사전에 마쳐 놓아야 한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B12에서 개발된 패널은 B12에서 시험 생산만 하고 실제 대규모 양산은 B16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풀 옥사이드 아닌 LTPO 타입으로 생산할 듯

 

다만 BOE의 B12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향 IT 제품 생산을 위해 투자 중인 8.6세대 라인과는 일부 규격이 상이하다. 기판 타입은 플렉서블 OLED며, TFT(박막트랜지스터) 관점에서 LTPO(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 방식이다. 

이와 달리 애플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공급 받을 맥북 프로용 OLED 패널은 기판 타입이 '하이브리드 OLED'며 TFT는 '풀 옥사이드'다. 하이브리드 OLED는 리지드 기판에 봉지막을 TFE(박막봉지)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플렉서블을 하이브리드로 바꾸는 건 PI(폴리이미드) 공정을 빼고 글래스 컷팅 설비만 보강하면 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다”며 “다만 LTPO를 풀 옥사이드로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에서 풀 옥사이드 TFT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샤프 정도만 보유하고 있다. LTPO는 전자이동도와 저전력 특성 등 성능면에서 풀 옥사이드에 오히려 앞서는 기술이지만, 문제는 단가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 중 처음 LTPO OLED가 적용된 '아이폰 13프로'. LTPO는 IT용 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에 어울리는 기술이다. /사진=애플
애플 아이폰 시리즈 중 처음 LTPO OLED가 적용된 '아이폰 13프로'. LTPO는 IT용 보다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에 어울리는 기술이다. /사진=애플

LTPO 공정 특성상 고가의 레이저 설비가 들어가야 하고 마스크 공정 수도 늘어나다 보니 단가가 비쌀 수 밖에 없다. 애플 입장에서는 단가가 높은 맥북 프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풀 옥사이드 기술을 쓰고, 보급형인 맥북 에어에 비싼 LTPO를 쓰는 역설에 빠지게 된다. 

당장 BOE가 풀 옥사이드 기술을 소화하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IT 패널 공급망에 BOE를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난점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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