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중도금으로 자재 대금 조달 어려울 듯
최대주주 변경되면서 증자 가능성 촉각
중국 BOE로부터 8.6세대(2290㎜ X 2620㎜) OLED 라인용 장비를 수주한 한송네오텍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그러나 한송네오텍이 약속한 스케줄대로 BOE에 관련 장비를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당초 한송네오텍이 BOE와 체결한 공급 계약 조건도 관례 대비 불리한 것으로 알려져 당장 자금조달이 이뤄져야 제때 장비를 공급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송네오텍, FMM 관련 3종 수주했으나 자금난
한송네오텍은 지난 6월 BOE로부터 ▲FMM(파인메탈마스크) 인장장비 ▲FMM IQC(입고품질검사) 장비 ▲FMM 리페어 장비를 각각 수주했다. 이들 3종 장비는 모두 청두 B16 라인에 입고되며, 총 공급금액은 200억원을 약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OLED 라인의 중심 축인 증착장비가 내년 2분기 반입되기 시작하므로, 한송네오텍 설비들은 늦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B16에 입고되어야 한다.
한송네오텍 인장장비를 이용해 용접을 마친 FMM을 선익시스템 증착장비에 넣고 공정을 진행한다. BOE가 내년에 당장 B16 양산 체제를 가동하지 않더라도 FMM 인장장비가 있어야 라인 시험가동이나마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한송네오텍이 내년 하반기 안에 약속한 설비들을 건넬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속된 적자 탓에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데다, BOE와의 공급계약 역시 관례 대비 불리하게 맺어진 것으로 알려져서다. 3종 설비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각종 소재⋅부품 등 자재를 구매해야 하는데, 여기 투입할 자금이 충분치 않다는 뜻이다.
통상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은 공급 계약시에 전체 금액의 30%를 선금으로 받고, 중도금으로 30%, 장비 입고시에 30%의 대금을 지급 받는다. 잔금 10%는 장비가 입고된 뒤 AT(Acceptance Test)를 통과해야 받을 수 있다.
다만 한송네오텍은 BOE와의 논의 과정에서 계약금⋅중도금 비중을 줄이는 대신, 반입시에 대부분의 대금을 받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송네오텍이 BOE B16 설비를 수주할 당시, 국내 업체인 케이피에스도 입찰에 경쟁사로 참여했다.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나은 케이피에스를 누르고 한송네오텍이 B16 프로젝트를 수주한 건 이처럼 BOE측에 호혜적 조건을 제시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BOE와 거래한 실적 측면에서는 한송네오텍⋅케이피에스가 사정이 다르지 않다. BOE는 6세대(1500㎜ X 1850㎜) 라인인 청두 B7, 충칭 B12에는 한송네오텍 설비를, 몐양 B11에는 케이피에스 설비를 각각 도입해 OLED를 양산하고 있다.
BOE가 공급 안정성을 고려해 FMM 인장장비 공급사로 한송네오텍이 아닌 케이피에스를 선정할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했던 게 사실이다(BOE, FMM 인장장비 공급사로 한송네오텍 낙점 '또 이변').
최대주주 변경됐지만 거래부터 재개되어야
따라서 한송네오텍이 계약금⋅중도금 수령을 통해 자금을 충당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남은 방법은 차입⋅증자로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송네오텍 최대주주가 변경되면서 증자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3일 한송네오텍 최대주주는 기존 알파홀딩스에서 ‘도미누스이노펀드제3호’로 변경됐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은 변경 후 최대주주가 명목회사(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특수목적법인 등)일 경우 1년간 보호예수 의무를 부여한다. 도미누스이노펀드3호가 최소 1년간 한송네오텍 지분을 보유할 것이란 뜻이다.
내년 연말까지 한송네오텍을 보유한 뒤, 이후 제값에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BOE와의 거래를 정상적으로 마쳐야 한다. 그래야 이후 비전옥스⋅티안마 등 중국에서 대기중인 8.6세대 OLED 프로젝트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로서 한송네오텍 밸류 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신주 인수를 통해 자금을 넣고, 장비를 제작⋅공급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송네오텍은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상태다. 이는 최대주주가 변경되기 전의 일이다. 일단 가처분 신청으로 정리매매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상장폐지 결정을 번복시키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정상화 시키는 조치들이 나올 수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지금이라도 BOE 측에 중도금 지급을 요청할 수 있지만 BOE가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며 “받아들인다 해도 전체 공급금액에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