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조원 투자안과는 별도
경쟁사와 IT용 OLED 격차 확대 포석
추가 투자시 TFT 라인을 생략하는 방안 고려
가장 먼저 8.6세대(2290㎜ X 2620㎜) 설비투자에 나선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존 투자가 완료되기도 전에 추가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양산 대열에 참여하기에 앞서 생산능력을 확대, 격차를 벌인다는 전략이다.
다만 이번 추가 투자는 종전 1⋅2라인 투자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7.5~15K 추가 투자 검토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4월 발표한 IT용 OLED 생산라인 투자안은 ▲4조1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 규모의 라인을 구축한다는 게 골자다. 이는 8.6세대 기판을 월 7500장씩 투입할 수 있는 증착장비 2대로 이뤄지며, 1호기가 지난 3월부터 반입 중이다. 2호기는 내년 2월 전후로 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1개, 혹은 2개 라인을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원판투입 기준으로는 월 7500장~1만5000장 규모를 추가 투자한다는 뜻이다. 아직 삼성디스플레이의 8.6세대 증착장비 1호기 반입이 진행 중이므로, 추가 투자를 통한 3호기 반입은 빨라도 2025년 연말 이후, 현실적으로 2026년이 될 전망된다.
다만 이번 추가 투자는 이전 1⋅2호기 투자때와는 다른 옵션이 고려되고 있다. 바로 TFT(박막트랜지스터) 라인 없이 유기물 증착라인만 투자하는 것이다. TFT는 디스플레이를 픽셀별로 온⋅오프 구동하는 역할을 하며,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면적이나 금액에서 절반 안팎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 만약 TFT 라인 투자를 하지 않고 8.6세대 투자를 할 수 있다면 그만큼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해당 라인에서 쓸 TFT는 다른 곳에서 가져와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Q1 라인 내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용 TFT를 전용하는 방안이 대두된다. TFT는 증착⋅노광⋅식각으로 대표되는 반도체 공정을 이용해 생산하며, OLED나 QD-OLED나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설비들이 많다.
특히 IT용 OLED와 QD-OLED가 전면발광 방식의 옥사이드 TFT를 쓴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TFT 라인만 놓고 보면 60% 안팎의 QD-OLED 장비들을 IT용 OLED 라인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TFT를 포함해 8.6세대 월 월 1만5000장 규모로 투자할 때 4조1000억원을 지출했는데, TFT 없이 투자하는데는 7500장 기준 1조원 중후반으로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만5000장 규모를 TFT 없이 투자한다면 3조원 약간 넘는 금액으로 투자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면취 차이 극복, QD-OLED 라인 활용은 어떻게
만약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비 절감을 위해 QD-OLED 라인의 TFT를 전용해 쓴다면 두 가지 문제가 남는다. 우선 기판 면적 차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표준화 한 8.6세대 기판은 2290㎜ X 2620㎜인데, QD-OLED는 8.5세대(2200㎜ X 2500㎜) 규격이다. 가로는 90㎜, 세로는 120㎜ 더 짧다. 공정상 8.5세대 TFT 라인에서 만들어진 기판을 8.6세대 증착장비에 투입하는 것에는 큰 문제는 없다.
문제는 면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OLED 라인을 투자하면서 처음 8.6세대 라인을 들고 나온 건 향후 주요 고객사들이 추구하는 패널 사이즈를 고려했을 때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그런데 다시 8.5세대로 돌아간다면 일부 중대형 OLED 패널 생산시 면취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다. 투자비 절감을 위해 8.5세대 TFT 라인을 전용했다가 이후 양산 과정에서 면취 효율로 깎아먹을 가능성도 있다.
QD-OLED의 TFT를 IT용 OLED 생산에 사용한다면 QD-OLED 라인 활용 방안이 난망해진다는 것도 짚어야 할 점이다. 아직 삼성디스플레이가 추가 투자로 1개 라인을 더할지, 2개 라인을 더할지, TFT 라인까지 포함해서 투자할지 말지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만약 추가 투자시 TFT 라인 없이 투자하는 안이 관철된다면 QD-OLED 사업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디스플레이가 2021년 QD-OLED를 양산할 당시만 해도 생산능력은 8.5세대 원판 투입 기준 월 3만장이었다. 그러나 이후 MR(마스크리덕션, 공정감축) 작업을 거쳐 지난해 연말 생산능력은 월 3만9000장으로 늘었다. 지금은 재차 4만1000장 수준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생산능력은 가뜩이나 LG디스플레이 대비 열세다. 이 중에 일부를 헐어 IT용 8.6세대 OLED용으로 할당한다면 QD-OLED 생산능력은 여기서 내려앉을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TFT까지 포함해서 추가하는 방안도 아직까지는 열려 있다”며 “향후 추가 투자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사업에 대한 시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