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반입될 1호기만 단가 확정
캐논도키, SDC와의 단가 협상에서 늘 수세
일본 캐논도키가 삼성디스플레이 8.6세대 OLED 라인에 공급할 증착장비 2호기 가격을 인상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올해 총 2대의 8.6세대 OLED 생산장비를 도입하기로 협의했으나, 연말에 입고될 2호기에 대해서는 공급가를 확정하지 않았다.
캐논도키, 2호기 가격으로 600억엔 수준 요구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월 8.6세대 IT용 OLED 라인 투자를 발표하면서 전체 프로젝트 금액으로 4조1000억원을 산정했다. 이 가운데 캐논도키가 공급하는 증착장비 가격으로 할당된 금액은 9000억원이다. 당초 캐논도키가 요구했던 1조5000억원과는 격차가 컸던 탓에 양사간 눈높이를 맞추는 데 지난한 협상을 벌였다.
이에 우선 원판투입 기준 월 7500장 규모의 증착장비 1호기를 올해 2분기 중에 아산캠퍼스로 반입하기로 하고, 공급가격을 400억엔대 중후반으로 합의했다. 이 장비가 이르면 3~4월 중 삼성디스플레이에 인도된다.
다만 캐논도키는 4분기 반입될 나머지 7500장분 증착장비(2호기)에 대해서는 600억엔(약 5300억원) 수준까지 단가를 높여줄 것을 삼성디스플레이측에 요청했다. 대략 25% 안팎의 가격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디스플레이측이 난색을 표하면서 2호기 도입 단가 협상이 평행선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캐논도키도 8.6세대 증착장비 제작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실제 개발⋅제작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비용 증가 요인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반영해 삼성디스플레이측에 단가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캐논도키에 8.6세대 증착장비를 발주하면서 장비를 구성하는 각종 챔버와 기자재들을 국내 협력사를 통해 자체 조달했다. 상대적으로 단가 협상이 용이한 국내 기업들을 동원해 전체 8.6세대 OLED 라인 투자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KIPOST 2023년 4월 11일자 <첫 8.6세대 OLED 라인에 챔버 제작사로 5개 회사 거론> 참조).
그러나 공급 범위가 좁아진 캐논도키로서는 적지 않은 금액의 수주에도 불구하고 마진을 남기기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 이에 2호기 단가 인상을 통해 마진 여유를 확보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거래는 물론, 중국 BOE 등 잠재적인 고객사들에도 함의하는 바가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한 단가 인상 요구가 관철된다면 삼성디스플레이 이후 관련 장비를 도입하는 기업들 도입 단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만 앞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도키 간 단가 협상에서 매번 삼성디스플레이가 압도적 우위를 점해 왔다는 점에서 2호기 단가 인상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관측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1년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 과정에서도 증착장비 공급단가를 놓고 캐논도키와 지난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시한 단가는 3000억원대, 캐논도키는 최대 9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제시한 단가가 거의 대부분 반영됐는데, QD-OLED 추가 투자에 대한 전망을 보고 캐논도키측이 뜻을 굽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추가 투자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두 회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보니 다른 경쟁 시장과는 단가 협상 관례가 상이하다”며 “늘 수세였던 캐논도키가 이번에 단가 인상 요구를 관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