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판 사이즈 커지고 챔버 수 증가
국내 업체 참여시켜 증착장비 단가 인하 포석

삼성디스플레이가 업계 최초로 시도하는 8.6세대(2250㎜ X 2600㎜) IT용 OLED 생산라인 구축에 과거 대비 다양한 챔버 제조사가 참여할 전망이다. 신규 라인은 종전 6세대(1500㎜ X 1850㎜) 대비 기판 사이즈가 크고 첫 ‘투 스택 탠덤(발광층이 2개층)’ 방식이라 공정도 길다. 필요한 챔버 수가 더 많고, 제작도 까다롭다는 뜻이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15K 기준, 물류챔버 포함 총 80개 이상 필요

 

OLED 제조의 핵심인 증착장비는 크게 보면 물류챔버와 공정챔버로 구성된다. 물류챔버는 유리기판을 들고 이송하는 로봇을 포함하는 방이다. 이 물류챔버를 중심으로 여러개의 공정챔버가 둘러싼 형태로 증착장비를 구성한다. 공정챔버는 유기물 및 무기물을 고열로 끓여 유리기판에 들러붙게 만드는, 실제 공정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물류챔버 내의 로봇이 유리기판을 들고 한 공정챔버로 옮겼다가 증착이 끝나면 다음 방으로 옮기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번에 삼성디스플레이가 구축할 첫 8.6세대 라인은 월 7500장 기준으로 물류챔버 14개를 27개의 공정챔버가 둘러싸는 형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27개의 공정챔버는 22개의 유⋅무기물 증착챔버와 PT(전처리)챔버, 캐소드 챔버 등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월 1만5000장 규모까지 투자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소 80개 이상의 챔버가 필요한 셈이다. 

증착 시스템의 얼개. 가운데 물류 챔버를 중심으로 공정 챔버가 둘러싸는 형태다. /자료=선익시스템
증착 시스템의 얼개. 가운데 물류 챔버를 중심으로 공정 챔버가 둘러싸는 형태다. /자료=선익시스템

캐논도키는 이전 6세대까지는 국내 업체인 아이씨디와 일본 내 한 제조사를 협력업체로 지정해 챔버를 공급받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주도로 에이치앤이루자⋅대명ENG⋅AP시스템⋅원익IPS⋅아이씨디 등 총 다섯개 회사가 챔버 및 기타 기자재 외주제작 회사로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에 에이앤이루자는 기존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로, 주로 스퍼터 장비를 공급해왔다. 대명ENG는 LG디스플레이 향 스퍼터 업체인 아바코의 관계사다. 지난 QD-OLED 첫 번째 생산라인(Q1) 구축 과정에서 처음 삼성디스플레이에 챔버를 공급하면서 관계를 텄다.

AP시스템은 6세대 OLED 투자 당시 레이저 장비와 후공정 라미네이션 설비를 공급한 바 있다. 원익IPS는 전통적인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다. 에처(식각)⋅PECVD 등을 공급한다.

챔버는 전체 증착 시스템 차원에서 보면 공정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불과하지만, 실제 제작 난이도가 낮지는 않다. 특히 8.6세대 장비는 이번에 처음 규격이 정해져 설계부터 시작해야 하며, 기판 사이즈가 커진 만큼 챔버 크기도 커져야 한다. 향후 장비 가동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하지 않게 내부를 정밀 세정하는 것도 고난도 작업이다. 

이전 6세대 투자까지는 아이씨디가 챔버 외주 제작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아이씨디의 플라즈마 트리트머트 장비. /사진=아이씨디
이전 6세대 투자까지는 아이씨디가 챔버 외주 제작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아이씨디의 플라즈마 트리트머트 장비. /사진=아이씨디

 

국내 업체 참여로 시스템 단가 낮추려는 포석

 

이번에 다수의 국내 업체가 챔버 제조사로 참여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건 캐논도키와의 증착시스템 단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어차피 캐논도키 혼자서 시스템 전체를 제작할 수 없다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최대만 많은 외주 업체를 자체 조달하는 방식으로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예컨대 실내 인테리어 공사에서 장판과 도배만 전문업체에 맡기고 나머지는 DIY(자체시공)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캐논도키는 8.6세대 올해 초부터 증착 시스템 단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으며, 최근 간극을 좁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캐논도키는 1조5000억원을 주장한데 비해 삼성디스플레이는 1조원 미만을 고수해왔다. 지난주 삼성디스플레이가 발표한 4조1000억원 규모 투자금액은 증착장비 도입 가격으로 1조원 이내만 책정된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거론되는 회사들 중에는 에이치앤이루자가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며 “아직 어떤 방식으로 물량을 배분할 지는 결정되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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