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도키, 삼성디스플레이에 사실상 '백기'
1호기 2025년 초 양산 돌입 전망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도키가 8.6세대 OLED 증착장비 공급가로 1000억엔 수준에서 합의를 이뤘다. 이미 지난 4월 8.6세대 생산라인 투자를 발표한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증착장비 단가 측면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캐논도키와 지루한 협상을 벌여 왔다(KIPOST 2023월 5월 23일자 <좁혀지지 않는 캐논도키-삼성디스플레이의 장비 공급 단가> 참조). 

캐논도키가 공급하는 OLED 증착장비.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가 공급하는 OLED 증착장비.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 삼성디스플레이에 백기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도키는 8.6세대 증착설비 공급가격으로 1000억엔 수준을 합의하고, 최종 PO(구매발주) 절차만 남겨뒀다. 1000억엔이면 현 환율 기준으로 9100억원에 약간 못미친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9000억원을, 캐논도키는 1조5000억원을 증착장비 단가로 주장해왔다. 금액만 놓고 보면 캐논도키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캐논도키는 지난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증착장비 도입 과정에서도 약 3배 가격차로 맞서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의 뜻이 관철된 바 있다.

이번에 두 회사 협의에 따라 캐논도키는 내년 2분기와 4분기에 각 1대씩의 8.6세대 증착장비를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게 된다. ‘투 스택 탠덤’ 방식의 8.6세대 증착장비는 1대에 원판투입 기준 월 7500장씩의 생산능력을 갖는다. 따라서 내년 연말쯤 삼성디스플레이는 월 1만5000장 수준의 8.6세대 OLED 생산능력을 보유(장비 입고 기준)하게 된다. 내년 2분기에 입고될 1호기는 2024년 말~2025년 초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착 시스템의 얼개. 가운데 물류 챔버를 중심으로 공정 챔버가 둘러싸는 형태다. /자료=선익시스템
증착 시스템의 얼개. 가운데 물류 챔버를 중심으로 공정 챔버가 둘러싸는 형태다. /자료=선익시스템

1조5000억원의 다소 높은 증착장비 가격을 고수했던 캐논도키가 삼성디스플레이 뜻대로 1조원 이하에 장비를 공급하기로 한 건, 삼성디스플레이의 개별 발주 전략이 통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총 80여개에 이르는 8.6세대 라인의 챔버들을 캐논도키에 턴키 발주하지 않고 국내 회사에 나눠서 발주한다. 이를 통해 캐논도키로부터 도입하는 전체 시스템 가격을 낮출 수 있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장비업체들의 챔버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단가 협상 여지도 크다는 점에서 전체 투자비를 줄일 수 있다. 현재 8.6세대 OLED 라인 챔버 외주 공급사로는 에이치앤이루자⋅대명ENG⋅AP시스템⋅원익IPS⋅아이씨디 등 총 다섯개 회사가 거론된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아직 정식 PO를 내지는 않았지만 증착장비 가격이 현 수준(1000억엔)에서 크게 변동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8.6세대 라인 구축 속도 붙을 듯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생산라인 중심이 되는 증착장비 단가 협상을 종료하면서, 기타 장비 발주도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삼성디스플레이는 AP시스템⋅케이씨텍⋅힘스⋅필옵틱스 등에 8.6세대용 장비를 발주했다. 

그동안 국내 장비사들이 삼성디스플레이-캐논도키 양측의 협상 결과에 촉각을 세운 건, 둘 사이의 단가 협상이 그 외 장비사들 마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4월 투자 발표를 통해 총 투자규모 4조1000억원을 공언했다. 

/사진=캐논도키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가 끝까지 1조5000억원을 고수했거나, 크게 양보하지 않았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기타 장비 단가를 더 내리는 방법으로 투자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일단 당초 목표대로 9000억원선을 방어해냈기에 협상에 한결 여유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이 올해 초 비용절감 프로젝트인 ‘게놈’을 띄우면서 협력사들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진 게 사실”이라며 “캐논도키와의 협상이 잘 마무리 된 점은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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