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설비 발주 작업 본격화할 듯
삼성-도키 협상따라 여타 협력사 수주 시기·수익성 연동

아래 전문은 삼성디스플레이가 4일 오후 IT용 8.6세대 OLED 투자 방안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해당 내용을 반영해 재출고하였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참고 바랍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4일 IT용 OLED 생산을 위한 8.6세대(2250㎜ X 2600㎜) 라인 투자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0년 이후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의미있는 규모의 투자가 실종됐었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가 OLED 투자 사이클을 촉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전략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4일 8.7세대 OLED 투자 발표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윤석렬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규투자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8.6세대 OLED 라인 투자를 공식화했다. 기존 6세대(1500㎜ X 1850㎜) 라인 1개에서 연간 450만개 태블릿PC용 패널(14.3인치 기준)을 생산할 수 있는데 비해, 8.6세대에서는 연간 1000만개까지 제조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업계 예상과 달리,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OLED 라인 규격을 8.7세대가 아닌 8.6세대로 명명했다. 원장 기판 크기도 소폭 달라졌다. 디스플레이 기판 세대 규격은 반도체용 실리콘 웨이퍼와 달리 통일된 표준이 없다. 가장 먼저 투자하는 패널 업체가 면취율이 가장 높은 크기를 정해 임의로 이름을 붙인다. 이후 투자하는 회사들이 동일한 규격으로 따라가면 표준이 확립되는 식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산정한 8.6세대 IT용 OLED의 투자 규모는 4조1000억원이다.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이 아산캠퍼스를 방문한 당시에도 4조1000억원을 보고한 바 있으며, 이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KIPOST 2023년 2월 14일자 <삼성디스플레이, 8.7세대 OLED 투자 규모 4.1조원 산정> 참조).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OLED 투자 방안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관련 장비 발주 작업도 본격화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LG디스플레이의 8.6세대 OLED 라인 양산 가동 시기를 2025년 상반기 중으로 보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장비 개발⋅반입 작업(1년여)과 라인 안정화 작업(1년여)을 감안하면 늦어도 이번 분기 중에는 발주가 나와야 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8.7세대 OLED 라인은 아산캠퍼스 L8에 위치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8.7세대 OLED 라인은 아산캠퍼스 L8에 위치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캐논도키와의 협상 따라 PO 시기 결정

 

관건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도키 간의 증착장비 가격 협상이다. 지난달까지 캐논도키는 증착장비 가격으로 1조5000억원선, 삼성디스플레이는 1조원 이내를 제시하며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왔다. 두 회사 간 협상은 증착장비를 제외한 설비를 공급하는 협력사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증착장비가 단일 설비로는 가격이 가장 비싸고 납기도 긴 만큼, 캐논도키와의 협상이 마무리 돼야 나머지 장비들 PO(구매주문)도 낼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8.6세대 장비 발주는 기존 6세대(1500㎜ X 1850㎜)와 달리, 증착 외 장비업체들에게도 납기를 넉넉하게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발주가 빨리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6세대는 삼성디스플레이 내에만 11개 라인을 운용, 기존 설계를 준용하는 형식으로 발주했다. 그러나 8.6세대는 증착은 물론 TFT(박막트랜지스터)와 모듈(후공정) 라인용 장비 모두 처음부터 개발해야 한다. 납기를 길게 확보해야 협력사들도 안정적으로 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도 캐논도키와의 협상을 가급적 이른 시간에 마쳐야 할 필요가 있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캐논도키 직원들이 OLED 증착설비를 설치하는 모습. /사진=캐논도키

여타 협력사들에게 삼성디스플레이-캐논도키 간 협상 마무리 시기 만큼 중요한 요소가 가격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8.6세대 총 투자 금액을 4조1000억원으로 못박은 상황에서, 증착장비 가격을 깎지 못하면 기타 장비들 단가에 더 큰 압박이 들어올 수 밖에 없다. 독점 체제인 증착 장비와 달리 TFT용 설비들은 대부분 이원화가 이뤄져 있다. 단가 압박에 협상력이 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8.6세대 OLED 장비 업체들의 수익성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와 얼마나 협상을 잘 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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