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QD-OLED 추가 투자 없을 듯
입지 좁아지는 QD-OLED
삼성디스플레이가 Q2(가칭) 투자를 위해 남겨뒀던 아산캠퍼스 L8 내 장비를 매각한다. 당분간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신규 투자 계획이 없기에 중고 장비들을 매각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신규 투자는 현재 진행 중인 IT용 8.6세대(2290㎜ X 2620㎜) OLED와 OLEDoS(OLED on Silicon)로 더 집중될 전망이다.
L8 내 남은 LCD 설비들과 일괄 매각 방침
삼성디스플레이가 LCD에서 OLED로의 전환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아산캠퍼스 내 L8이다. L8은 크게 4개 라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라인은 2개층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가장 먼저 우하단 공간을 비우고 지난 2021년 연말 QD-OLED 생산라인인 Q1을 가동했다. Q1에서는 8.5세대(2200㎜ X 2500㎜) 원장 투입 기준 월 3만장의 QD-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곧 IT용 8.6세대 OLED 설비들이 반입되는 라인은 왼편 아래와 왼편 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공간에 가득 차 있던 LCD 설비들을 지난해 들어냈는데, 왼편 위쪽 공간 내 일부 설비들은 QD-OLED 추가 투자를 위해 남겨 두었다. 원래 8.5세대 LCD를 생산하던 이들 장비는 일부 개조를 통해 8.5세대 QD-OLED 생산에 기여할 수 있다. LCD나 QD-OLED 모두 TFT(박막트랜지스터) 생산설비들은 공통적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들 설비를 오른편 위쪽 공간을 채운 설비들과 함께 이들 잔여 설비들까지 일괄 매각하기로 했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8.6세대 OLED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분야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단기에 QD-OLED 추가 투자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입지 좁아지는 QD-OLED
QD-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의 WOLED(화이트 OLED) 대항마 성격으로 개발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산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아직 양산능력이 많지 않고, LCD 대비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 탓에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존재감은 크지 않다.
현재 Q1 라인에서는 65인치 및 55인치 TV용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데, 수율을 고려해 연간 150만개 안팎씩 출하할 수 있다. 글로벌 TV 출하량이 연간 2억대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라인을 풀가동해도 시장의 1%도 차지하기 힘든 셈이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시장의 주류 기술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정작 QD-OLED 패널을 가장 많이 구매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의 반응이 냉담하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와 WOLED 패널 장기 공급계약까지 체결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QD-OLED 입지가 더욱 좁아지는 형국이다.
삼성전자 VD 사업부가 LG디스플레이가 체결할 WOLED TV 패널 공급계약은 5년간 500만대 수준으로, 1년차인 올해는 약 70만대가 삼성전자측에 건네질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측에 QD-OLED에 대해 전향적인 시그널을 주지 않고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섣불리 Q2 투자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TV용 LCD 수급선 다변화를 원하는 삼성전자는 WOLED와 LCD를 패키지로 내민 LG디스플레이의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며 “결과적으로 이는 QD-OLED 입지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