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은 RGB, 양산성은 W
"당분간 두 기술이 공존할 것"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oS(OLED on Silicon) 개발 방향을 ‘RGB(적색⋅녹색⋅청색) 방식’과 ‘W(화이트)’까지 투 트랙으로 진행한다. 디스플레이 품질 측면에서 RGB 방식이 유리하지만 급격히 높아지는 FMM(파인메탈마스크) 공정 난이도를 감안, W 방식도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KIPOST 2022년 10월 28일자 <파편화하는 AR⋅VR 전용 디스플레이 기술> 참조).

오큘러스 퀘스트 프로. /사진=메타
오큘러스 퀘스트 프로. /사진=메타

 

품질은 RGB, 양산성은 W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조직개편을 통해 OLEDoS 공정 개발과 사업화를 전담할 팀을 신설했다. 팀 규모는 약 200여명이며, 최재범 부사장이 팀장을 맡고 있다. 

이 팀의 목표는 OLEDoS 및 LEDoS(LED on Silicon) 양산이다. OLEDoS, LEDoS 모두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기기에 사용되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 속한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oS 기술 방식을 바로 확정하기 보다 RGB와 W 방식을 병행 개발키로 했다. 

RGB 방식은 현재의 스마트폰용 OLED를 손톱만한 크기로 축소한 형태다. 적색⋅녹색⋅청색 화소를 직접 유기물 증착을 통해 패터닝한다. 이에 비해 W 방식은 OLED TV 패널을 축소한 구조다. 황색+청색 유기물을 수직으로 쌓아 백색광을 만든 뒤, 색상은 컬러필터를 통해 구현한다. 

W OLEDoS(왼쪽)와 RGB OLEDoS. /자료=이매진
W OLEDoS(왼쪽)와 RGB OLEDoS. /자료=이매진

RGB 방식이 컬러필터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색재현성과 소비전력 면에서 유리하다. 컬러필터는 백색광 안에서 필요한 파장만 남기고 나머지 파장은 흡수해 색을 표현한다. 같은 밝기의 빛을 낸다고 가정했을 때 컬러필터를 쓰는 W 방식의 소비전력이 더 높다. 

다만 RGB OLEDoS는 FMM 공정 난이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게 단점이다. 현재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쓰이는 OLED 패널의 PPI(1인치 당 픽셀수)가 500~600 정도인데, 디스플레이 업계는 현재 기술로 1000 PPI 이상을 구현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FMM 공정은 물론, FMM과 모재가 되는 인바(Invar) 시트를 제작하는 난이도도 급격히 올라간다. W 방식의 OLEDoS는 컬러필터를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으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PPI를 높이는 게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AR⋅VR처럼 육안 바로 앞에 위치하는 디스플레이는 PPI가 2000~3000은 되어야 격자무늬 없는 자연스런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RGB OLEDoS가 색재현성⋅소비전력 면에서 유리하다고 해도 PPI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W 방식 OLEDoS를 택해야 한다. 

전압에 따른 W OLEDoS과 RGB OLEDoS의 광도 차이. /이매진
전압에 따른 W OLEDoS과 RGB OLEDoS의 광도 차이. /이매진

올해 애플이 내놓을 VR 기기에는 일본 소니가 만든 OLEDoS가 탑재되는데, 이 역시 W 방식으로 제조한 패널이다. 앞서 OLEDoS 양산 라인을 투자한 중국 BOE 역시 W 방식으로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당분간 투 트랙으로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당분간 RGB와 W 방식을 모두 개발하고, 양산 역시 투 트랙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애플도 최종적으로는 RGB OLEDoS를 추구한다고는 하지만 양산 용이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두 가지 방식이 상당 기간 시장에 공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oS의 백플레인 역할을 하는 실리콘 기판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를 통해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기판 디자인까지만 설계해서 넘겨주면 실제 생산은 반도체사업부가 담당케 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0일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0일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용으로 유리기판에 TFT(박막트랜지스터)를 패터닝해 백플레인으로 사용해왔다. OLEDoS는 300㎜ 실리콘 웨이퍼 자체가 백플레인이 된다는 점에서 반도체 노하우를 빌려야 한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전담조직은 LED를 활용한 LEDoS 개발도 담당한다”며 “다만 OLEDoS와 LEDoS는 경쟁 기술이라기 보다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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