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장비 반입 시작
월 9만장분 중 일부가 옥사이드 설비
바로 옆 T8도 내년 초 기공식

그동안 a-Si(비정질실리콘) LCD 투자에 집중해 온 중국 CSOT가 차세대 패널인 옥사이드(IGZO) LCD 투자에 본격 나선다. 옥사이드는 8K UHD 등 고화질 TV와 게이밍 모니터처럼 빠른 응답속도가 필요한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기술이다. 

지난해 CEC판다 인수로 옥사이드 양산라인을 획득한 BOE와 달리, CSOT는 직접 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다.

중국 CSOT가 옥사이드 LCD 라인에 투자한다. 사진은 모회사 TCL 본사 전경. /사진=TCL
중국 CSOT가 옥사이드 LCD 라인에 투자한다. 사진은 모회사 TCL 본사 전경. /사진=TCL

CSOT,  T9에 월 2만장분 옥사이드 투자

 

CSOT가 옥사이드 LCD 생산라인에 투자하는 공장은 광저우시 T9이다. T9는 올해 초 T8과 함께 기반공사에 들어갔으며, 최근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을 초청해 장비 발주에 들어갔다. 

이번에 1차로 발주가 나온 물량은 8.6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9만장 수준이다. 이 중에 7만장 정도는 기존과 같은 a-Si LCD용 장비며, 나머지 2만장이 옥사이드 LCD 생산능력에 속한다. 기판 사이즈가 2250㎜ X 2600㎜인 8.6세대는 32·50·58인치 패널을 생산할 때 가장 경제적이다. 그러나 CSOT는 T9 옥사이드 LCD 라인에서 이보다 작은 IT용 패널을 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LCD는 디스플레이를 구동하는 TFT(박막트랜지스터) 종류에 따라 ▲a-SI ▲옥사이드 ▲LTPS(저온폴리실리콘)으로 나뉜다. a-Si가 주로 대형 LCD TV, LTPS는 스마트폰용 고화질 LCD를 만드는데 쓰인다. 옥사이드는 패널 응답속도가 빠르고 전력소비도 적어 IT용 패널로 적용되는 추세다. 애플은 지난 2015년 이후 아이패드⋅맥북에 옥사이드 LCD를 폭넓게 적용해왔다. 

CSOT 라인 투자 현황. /자료=DB투자증권
CSOT 라인 투자 현황. /자료=DB투자증권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대표는 “그동안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a-Si LCD 생산에 주력해왔는데 지난해 BOE가 CEC판다를 인수한데 이어 CSOT가 T9에 투자하면서 중국 옥사이드 LCD 산업이 본격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T9용으로 발주된 장비는 내년 6월부터 순차 입고되며, 4분기 중에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T9 공장은 전체 월 18만장 수준으로 디자인 된 만큼, 내년쯤 나머지 월 9만장분에 대한 장비 발주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T8도 내년 초 기공식

 

디스플레이 업계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CSOT의 투자 프로젝트는 T9 외에도 바로 옆에 지어지는 T8도 있다. T8은 CSOT가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중심으로 TV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을 짓기 위해 추진 중인 프로젝트다. 

CSOT는 일본 JOLED와 잉크젯 기술합작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JOLED에 200억엔(약21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JOLED는 지난 2019년 일본 이시카와현 노미 사업장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적용한 5.5세대(1300㎜ X 1500㎜) 생산라인을 준공한 바 있다. 비록 생산능력은 원판투입 기준 월 2만장에, 생산품도 10인치~32인치 수준에 그치지만 세계 유일의 잉크젯 공정 구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T8과 T9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자료=시노
T8과 T9은 바로 옆에 붙어 있다. /자료=시노

CSOT가 T8에 구축할 라인은 이보다 큰 8.5세대(2200㎜ X 2500㎜) 사이즈다. CSOT 적색⋅녹색⋅청색 서브픽셀을 각각 잉크젯 기술로 제작해 OLED TV 생산비를 크게 줄인다는 목표다. 현재 LG디스플레이가 사용하는 WOLED 기술은 유기재료를 고열로 끓여 기화시키는 증착 기술이 사용된다. 잉크젯 기술에 비하면 재료사용 효율이 50% 이하에 불과한 탓에 이론상 생산비가 높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CSOT가 내년 3월 T8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라며 “T9에서 확보한 옥사이드 LCD의 TFT 기술은 T8에도 그대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업계는 CSOT의 T8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는다. 아직 8.5세대 라인에서 잉크젯 공정을 성공한 사례가 없을 뿐더러, CSOT에 기술을 공유하는 JOLED 기술도 사실상 양산 기술이라고 보기는 어려워서다. 

LG전자가 JOLED 패널을 구매해 생산한 'LG 울트라파인 OLED 프로'. 32인치 모니터 가격이 3999달러다. /사진=LG전자
LG전자가 JOLED 패널을 구매해 생산한 'LG 울트라파인 OLED 프로'. 32인치 모니터 가격이 3999달러다. /사진=LG전자

LG전자가 JOLED 노미 사업장에서 생산한 패널을 구매해 OLED 모니터를 생산하는데, 총 물량은 수만개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이를 북미 시장에 ‘LG 울트라파인 OLED 프로’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출고가가 3999달러(약 462만원)에 이른다. 32인치 모니터가 65인치 OLED TV보다 비싼데다 패널 수급도 원활하지 않아 현재는 품절 상태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임원은 “LG디스플레이 출신인 김우식 CSOT 사장은 한때 LG디스플레이와의 기술 교류를 통해 WOLED 방식의 투자도 염두에 뒀었다”며 “그러나 ‘친 삼성파’인 리둥성 TCL 회장이 삼성이 회피한 기술을 택할 수는 없다며 잉크젯 공정 구현으로 전략을 굳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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