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삼성⋅LG 대비 '반뼘' 더 큰 OLED TV 패널 가능
LG디스플레이 출신 영입해 옥사이드 TFT 기술 확보 시도

국내에 없는 8.6세대(2250㎜ X 2600㎜) LCD 라인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려 가고 있는 중국 HKC가 LCD에 이어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TV용 OLED의 핵심인 옥사이드 박막트랜지스터(TFT) 생산 경험치를 쌓기 위해 양산 라인도 구축할 예정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LG디스플레이 핵심 인력도 다수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HKC 디스플레이 전시 부스. /사진=HKC
HKC 디스플레이 전시 부스. /사진=HKC

HKC, LCD 양산 3년만에 중국 3대 업체 등극

 

HKC가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두각을 나타낸 건 불과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원래 외부에서 LCD 패널을 구매해 TV 세트를 생산해 온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업체였다. 그러다 지난 2017년 충칭 8.6세대 LCD 생산라인을 첫 가동하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8.6세대 LCD 규격은 국내 시장에서는 생소한 사이즈다. 삼성⋅LG디스플레이는 모두 8.5세대(2200㎜ X 2500㎜) 규격으로 8세대급 라인을 구축했다.

HKC가 중국 시장에 처음 선보인 8.6세대는 8.5세대 대비 패널 가로 길이가 50㎜, 세로 길이가 100㎜ 정도 길 뿐이다. 그러나 최종 소비자에게 주는 메리트는 그 이상이다. 

8.5세대는 8장으로 자르면 49인치 패널로 생산된다. 8.6세대는 50인치 크기로 잘린다. 6장으로 자를때의 장점은 더 크다. 8.5세대는 55인치, 8.6세대는 58인치 제품이 생산된다. 1~3인치 정도 더 큰 TV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패널 생산 원가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소비자는 거의 같은 가격에 반뼘 더 큰 TV를 구매할 수 있다. 

8.6세대 면취 예시. /자료=KIPOST
8.6세대 면취 예시. /자료=KIPOST

8.6세대 LCD 패널 시장에서 가장 먼저 치고 나간 덕분에 HKC는 2017년 이후 승승장구했다. 2017년 570만개, 지난해에는 1330만개의 TV용 LCD 패널을 출하했다. 올해는 연말까지 약 1800만개의 패널을 출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 1⋅2위인 BOE(5130만개)⋅CSOT(4000만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역 내 3위 업체로 등극했다. 양산 3년 만에 이뤄낸 성과로는 상당하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라인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충칭 외에 추저우 H2 공장이 올해 양산에 들어갔고, 몐양 H3도 내년 하반기 양산 가동된다. 셋 다 8.6세대 규격에 비정질실리콘(a-Si)  TFT 기술이 적용됐다. H1은 8.6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7만8000장, H2⋅H3는 각각 15만5000장⋅15만장씩이다. 

 

H4, 일부 라인 옥사이드 TFT로 구축

 

그동안 양산 능력에서는 BOE⋅CSOT 대비 한 수 아래라는 점에서 견제를 받지 않았던 HKC가 최근 업계를 긴장하게 만든 건 OLED TV 시장 진입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HKC는 지난해 연말 광시성 베이하이에 4번째 8.6세대 LCD 라인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앞서 지은 H1~H3와 달리 옥사이드 TFT 기술이 일부 가미된다. 옥사이드 TFT는 기존 a-Si TFT 대비 전자이동도가 10배 이상 빠르다. 대형 고화질 TV 디스플레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습득해야 할 기술이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OLED TV는 100% 옥사이드 TFT 기술이 적용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퀀텀닷(QD) OLED 투자를 앞두고 대면적 옥사이드 TFT 제조 기술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한 장비 업체 대표는 “최근 HKC가 LG디스플레이 출신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해 H4 프로젝트에 투입했다”며 “LG디스플레이가 옥사이드 TFT 생산 경험이 가장 풍부한 만큼 1순위 영입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하이 H4는 a-Si TFT와 옥사이드 TFT가 혼용 구축될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 각각 얼마만큼의 비중치를 둘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처럼 HKC가 H4에 옥사이드 TFT 양산 라인을 구축하는 건 H5에 TV용 OLED 패널 생산라인을 짓기 위한 포석이다.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HKC는 후난성 창사시에 약 5조4000억원을 투자해 OLED용 TV 생산라인을 건설하기로 했다. 건설 기간은 1년 6개월여다. 

HKC가 순조롭게 TV용 OLED 패널 생산 기술을 확보할 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삼성⋅LG디스플레이로서는 신경쓸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생소한 8.6세대 규격으로 LCD 시장을 잠식한 것 처럼, TV용 OLED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2940㎜ X 3370㎜) OLED 라인을 구축하고 있지만, 한동안 주력 생산라인은 8.5세대일 수 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HKC가 8.6세대 OLED를 양산하면, 조기에 10.5세대 QD-OLED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 8.5세대 LCD 라인을 전환한 QD-OLED로는 사이즈 경쟁에서 열세다.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OLED TV 패널.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생산한 OLED TV 패널. 8.5세대 규격에서 생산한다. /사진=LG디스플레이

한 디스플레 업체 관계자는 “옥사이드 TFT 기술은 물론, 대면적 OLED 증착 역시 HKC에는 전무한 기술”이라며 “HKC가 안정적으로 TV용 OLED를 생산하기까지는 여정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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