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66조원...6년짜리 장기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삼성전자 VD 사업부 의지에 달려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이 'QLED TV'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사장이 'QLED TV'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기업 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오만가지다. 주가 움직임만 놓고 특정 현상을 설명하는 건 그래서 섣부르다. 그러나 10일 일부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공통된 주가 움직임은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함축하는 것 같다. 삼성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 OLED) 패널 사업에 의구심을 갖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발표한 QD OLED 투자 규모는 13조1000억원, 이 중 시설투자금은 10조원이다. 금액만 놓고 보면 적지 않다. 그러나 2025년까지 6년짜리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집행될 평균 금액은 1조6600억원에 불과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 OLED 라인을 짓기 위해 쓴 금액은 2~3년간 최소 14조원에 이른다.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발표가 나오자 그동안 수주가 유력시됐던 장비사 주가가 주저 앉았다. HB테크놀러지(-7.09%)⋅아이씨디(-8.92%)⋅AP시스템(-5.96%)⋅에스에프에이(-6.06%)⋅힘스(-5.49%)⋅원익IPS(-2.35%) 등이 그 예다. OLED 재료를 공급하는 덕산네오룩스⋅덕산테코피아 주가도 6.13%⋅2.83%씩 내렸다.

이들 기업 주가가 하락한 다른 이유가 있을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삼성의 투자 발표가 회사 주가에 소위 ‘호재’가 되지 못한 건 분명해 보인다.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의 QD OLED 투자 계획 발표에서는 포부보다 주저함이 먼저 읽힌다. 시기상 수차례 미뤄졌고, 시장을 봐가며 단계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5년에도 대면적 TV용 OLED 투자에 나섰다가 계획을 접었다.

그도 그럴 것이 QD OLED 패널에 대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반응이 마뜩잖다. 삼성전자는 여태 단 한번도 QD OLED 패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적이 없다. 오죽하면 삼성디스플레이가 고심한 이름도 QD OLED가 아니라 ‘QD디스플레이’일까. 삼성전자는 오히려 ‘마이크로 LED’ 등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TV를 차세대 제품으로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가 QD OLED 패널에 가지는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밝기(휘도)가 약하다. 이 때문에 밝은 환경에서 시청하는데 불리하다. LCD TV는 무기물인 LED를 광원으로 쓰기 때문에 휘도를 높이는데 따르는 부담이 적다.

두 번째는 가격이다. QD OLED는 기존 LCD TV는 물론, LG디스플레이의 WOLED 방식보다 비쌀 수 밖에 없는 기술이다. QD를 위해 한번, OLED를 위해 또 한번의 봉지 공정이 들어가야 한다. LG디스플레이의 WOLED는 컬러필터 라인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지만, QD OLED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새로 도입한다.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안석현 콘텐츠팀장(기자).

삼성전자가 전격적으로 QD OLED TV를 출시한다고 해도, 초고가 라인 일부 밖에 도입하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따라서 QD OLED의 성공 여부는 삼성디스플레이 보다는, 이를 사다 쓸 삼성전자 VD 사업부 의지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날 ‘IMID 비즈니스 포럼’에서 만난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현 시점에서 품질이 좋고 가격이 싸면 어떤 패널이라도 갖다 쓰겠다는 것”이라며 “조단위 투자가 들어가는 장치 산업에서 고객사에 대한 확신 없이 전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OLED를 휴대전화에 집어 넣었다. 덕분에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생산 기술을 축적했고, 올해 ‘갤럭시 폴드’까지 출시할 수 있었다. 2021년 나올 QD OLED 패널이 일부 기준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삼성전자 TV 사업의 미래를 위해 전향적으로 봤으면 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