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략 짜던 자오웨이궈 회장에 대한 책임 물은 것"
새로운 민간 투자 받아 오너십 부분 교체할 듯
"반도체 굴기 실패 아니라 패러다임 전환"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거느린 자회사들 중 상장사는 두 개다. 하나는 클라우드컴퓨팅 및 서버 사업을 영위하는 칭화유니스플렌더(紫光股份有限公司), 다른 하나는 YMTC의 모회사격인 궈신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紫光國微)다. 

지난주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칭화유니그룹이 부도처리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두 상장사 주가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칭화유니스플렌더는 가파르게 고공행진했다. 회사채가 부도난 그룹이 해가 지나도 해체되지 않고, 자회사들 주가는 평정을 유지하는 건 어떻게 설명될까.

국내외 언론은 칭화유니의 부도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종식을 알리는 신호라고 보도했으나, 현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유니SOC가 개발한 통신칩. /사진=유니SOC
유니SOC가 개발한 통신칩. /사진=유니SOC

칭화유니그룹 위기가 아닌 CEO의 위기

 

실제 지주사 칭화유니 자금경색 상황이 무색할 만큼 자회사들은 정상적인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생산하는 YMTC의 경우,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투자는 중단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 회사는 우한에 3D(3차원) 낸드플래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우한 공장은 12인치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0만장 규모까지 설비를 넣을 수 있는 규모다. 현재 약 3만장 안팎의 웨이퍼를 투입할 수 있을 정도의 설비투자가 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YMTC에 반도체 장비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 임원은 “YMTC가 예정대로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연말 그룹 유동성 위기 이후로도 대금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비업체 임원도 “일단 사태를 예의주시하고는 있다. 현지에서는 별 다른 위기감이 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칭화유니그룹 산하 통신칩 설계업체 유니SoC 역시 설계 프로젝트 중단이나 구조조정 같은 부정적 이슈가 제기된 바 없다.

실제 중국 내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의 부도를 오너십 변경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칭화유니그룹을 이끌며 반도체 사업을 일궈 온 자오웨이궈 회장을 물러나게 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진=칭화유니그룹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진=칭화유니그룹

자오웨이궈 회장은 원래 지앤쿤그룹 회장으로, 이 회사가 칭화유니그룹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칭화유니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51% 지분은 중국 교육부 및 칭화대학이 소유하고 있으나 그동안 반도체 사업 전략을 짜고 실행해 온 건 자오웨이궈 회장이다. 

정부 주도로 첨단 산업을 육성하는 모양새에 부담을 느낀 중국 공산당이 민간 기업인 지앤쿤그룹과 자오웨이궈 회장을 앞세웠다. 

공산당과 자오웨이궈 회장 간 불협화음이 난 건 2~3년 전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도 회사가 재무적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기술 발전 스케줄 마저 지연된데 대해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YMTC는 2019년 64단 3D 낸드플래시를 생산한데 이어 지난해 128단 제품을 양산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아직 제품이 대량으로 출하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병서 경희대 차이나MBA 객원교수는 “중국 정부는 인재 영입과 기술개발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육성할 것을 주문했으나 자오웨이궈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계단식 발전을 추구해왔다”며 “앞서 미국에 의해 마이크론 인수 시도 등이 좌절되면서 기술정체 오명을 자오웨이궈 회장이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M&A를 적극 추진하려면 현금을 동원하지 않는 한, 주식교환(스왑)을 위한 주가 부양이 필수다. 중국 정부는 자오웨이궈 회장이 기술개발 보다 주가 관리에 치중해 온 점을 비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자오웨이궈 차기 구도에 대한 작업을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우선 양강산업그룹으로 하여금 칭화유니그룹에 지분투자를 하게 했다. 이 때문에 지앤쿤그룹(자오웨이궈 회장측)의 칭화유니그룹 지분율은 30%대로 줄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룽다웨이 공산당 서기가 칭화유니그룹 공동대표로 부임했다. 자오웨이궈를 통한 간접 경영에서 공산당 직접경영 모양새를 취한 셈이다. 

YMTC의 3D 낸드플래시 기술 'Xtacking' ./자료=YMTC
YMTC의 3D 낸드플래시 기술 'Xtacking' ./자료=YMTC

전 교수는 “지난해 연말 겪었던 유동성 위기 당시 문제가 된 금액은 불과 2200억원 정도였다”며 “칭화유니그룹의 4대 은행 신용공여 한도가 27조원 정도 남아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도적인 지불 불이행에 속했다”고 설명했다. 자오웨이궈 회장 퇴진의 명분을 쌓기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자금줄을 잠시 묶었다는 것이다.

 

칭화유니그룹, 베이다팡정 전철 밟을 것

 

중국 현지에서는 칭화유니그룹이 중국 베이다팡정그룹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다팡정그룹은 칭화유니그룹과 마찬가지로 교육부가 소유한 교판기업이다. 단 소유 대학만 칭화대가 아닌 베이징대다. 

베이다팡정그룹은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한때 교판기업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혔다. 산하에 팡정증권⋅팡정홀딩스⋅팡정과기⋅베이다자원⋅베이다의약 등 6개 상장사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재무 상황이 악화되고, 2015년 CEO(최고경영자)인 리여우 회장이 부정부패 사건에 휘말리면서 사퇴했다. 

이후 부침을 거듭하던 베이다팡정 그룹은 올해 5월 중국 최대 보험사인 핑안보험그룹이 인수하면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앞서 베이다팡정 전성기를 이끌던 리여우 회장 등 기존 주주들 지분은 대부분 소각된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다팡정. /사진=베이다팡정
베이다팡정. /사진=베이다팡정

칭화유니와 베이다팡정은 같은 교판기업이라는 점에서,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중심 기업이라는 점에서 동일하게 비교된다. 칭화유니그룹이 베이다팡정의 후처리를 따라간다면 자오웨이궈 회장 퇴진 뒤, 또 다른 민간 투자사를 유치해 정상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자오웨이궈 회장의 지분은 경영난 책임에 따라 대부분 소각될 가능성이 높다.

한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기업인은 “두 회사 모두 산하에 상장사들이 있기 때문에 아무 이유 없이 오너십을 바꾸기에는 공산당도 부담이 된다”며 “베이다팡정의 부패 스캔들이나 칭화유니의 석연치 않은 유동성 위기를 오너십 교체를 위한 명분 쌓기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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