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75건 발주 집계
미국⋅일본 중심 협력사에 국내도 3건

중국 YMTC(창장메모리, Yangtze Memory Technologies)가 애플 아이폰용 3D 낸드플래시를 공급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진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 과점체제인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까지 가세한 5강 체제다. 여기에 YMTC가 의미 있는 규모로 시장에 진입하게 되면 6개사가 점유율 확보를 위한 강도 높은 경쟁이 불가피하다.

YMTC의 우한 공장 외관 건설 당시(2019년) 사진. /사진=YMTC
YMTC의 우한 공장 외관 건설 당시(2019년) 사진. /사진=YMTC

대만 과기신보 기사가 촉발

 

YMTC가 애플 공급망에 진입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지난 2018년부터 나왔다. 그러나 당시에는 YMTC가 제대로 된 라인조차 갖추고 있지 않았기에 업계가 크게 신경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이번에 YMTC가 공식적으로 애플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보도는 대만 IT 전문매체 과기신보에서 시작했다. 이 매체는 지난 29일 YMTC가 애플에 3D 낸드플래시를 공급할 예정이며, 첫 제품은 ‘아이폰SE’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SE는 아이폰 시리즈 중 가장 저가형 모델이며, 이번에 3세대 제품이 출시됐다. ‘아이폰13’ 시리즈 중 가장 싼 ‘아이폰13 미니’가 95만원(국내 가격 기준)부터 구매할 수 있는데 비해 아이폰SE 3세대는 59만원이 최저가다. 정규 라인업 대비 30만원 이상 저렴한 아이폰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YMTC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애플의 품질검증을 통과했을 가능성 만으로도 시선을 모으기 충분하다.

과기신보 보도 이후 몇몇 중국 매체들이 후속 보도를 내놨는데, 애플 공급망 진입 여부와 관련해 YMTC측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아이폰SE 3세대. /사진=애플
아이폰SE 3세대. /사진=애플

YMTC의 애플 공급망 진입에 업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건 가뜩이나 D램 대비 수익성이 낮은 낸드플래시 사업에 악재가 될 수 있어서다. 만약 YMTC가 애플에 낸드플래시를 공급하는 게 사실이라면, 과점화 되어가던 낸드플래시 시장이 다시 무한경쟁 체제로 재편됨을 의미한다.

한때 여러 업체가 난립했던 낸드플래시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부문을 인수하고, 웨스턴디지털-키옥시아 합병이 논의되면서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다. 시장 과점화는 곧 수익성 상승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에 YMTC가 애플에 제품을 공급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면 다시 경쟁사가 늘어나게 된다. 특히 중국 정부 자본을 등에 업은 YMTC는 다른 낸드플래시 업체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다. 과거 D램 시장 치킨 게임은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가 파산하면서 종식됐는데, YMTC는 사실상 무한정 돈을 끌어쓸 수 있는 위치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애플향 납품은 메이저 고객에게 인정받는 중요한 이정표로 판단한다”면서도 성능과 전력소비면에서 아직 열세고, 공정개선이 경쟁사 대비 느려 과대평가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YMTC의 3D 낸드플래시 주력 공정은 64단으로, 경쟁사들이 128단에서 176단으로 이동 중인 것과 비교하면 기술적 열위에 있다. 향후 196단을 건너 뛰고 224단으로 직행하는 것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128단 공정도 안정화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산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소량이나마 애플에 제품 공급을 시작하고, 생산능력을 늘려가면 중국 내수 시장이나 PC용 낸드플래시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보는 당장 실현 가능한 목표다. 

KIPOST는 YMTC의 3D 낸드플래시 공장에 장비를 공급한 협력사를 정리했다. 다른 프로젝트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일본 메이저 회사들이 이름을 올렸으며, 국내 업체로 PSK⋅미래산업⋅쎄믹스 등이 포함됐다. YMTC는 공급사명과 국적 외에 장비 내역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YMTC 장비 협력사 목록. YMTC는 업체명 외에 장비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자료=KIPOST
YMTC 장비 협력사 목록. YMTC는 업체명 외에 장비 이름은 공개하지 않는다. /자료=KI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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