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 철강 소재 배터리 팩 공개
한국메탈실리콘, "퓨어 실리콘으로 200회 충방전 가능"
제일기공, "연속식 믹서 3년 후 양산 적용 예상"

차체 경량화를 위해 필수라고 여겨지던 알루미늄 소재 대신 철강을 이용한 배터리 팩이 등장했다. 부피 팽창에 따른 불안정성이 한계로 여겨지던 퓨어 실리콘 음극재 개발도 양산에 한 발짝 다가섰다. 믹싱 공정 화두인 연속식 믹서는 향후 3년을 전후로 양산 적용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셀 성능 차별화 구현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1’에서 배터리 장비 및 소재 업체들은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들을 선보였다. 최근 국가 주력 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는 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인 기술 도약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내 핵심 양·음극재 공급업체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각각 4만톤, 4만4000톤 수준인 양·음극재 생산 능력을 6~10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오는 2030년까지 양극재 40만톤, 음극재 26만톤 생산이 목표다. 

포스코케미칼이 공개한 철강 배터리 팩. /사진=KIPOST
포스코케미칼이 공개한 철강 배터리 팩. /사진=KIPOST

그러나 이날 정작 눈길을 끈 건 포스코케미칼의 철강 소재 배터리 팩이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팩은 주로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지는데 이를 철강으로 대체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내구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지금은 철강 소재가 알루미늄보다 20~50% 더 무겁지만 향후 차세대 철강 소재를 사용해 알루미늄보다 무게를 경량화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향후 배터리 모듈을 없앤 셀 투 팩(CTP, Cell To Pack) 기술 등이 상용화될 경우 철강 소재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다. 

한국메탈실리콘은 현재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와 퓨어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 중이다. 현재 배터리 셀 업체들은 흑연을 음극재 주요 재료로 사용한다. 배터리 용량 확대를 위해 실리콘을 일부 섞기도 한다. 한국메탈실리콘에 따르면 현재 퓨어 실리콘 음극재는 연구 개발 단계를 넘어 200회 충방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실리콘은 전자 이동에 따라 부피 변화가 크다는 단점이 있으나 CNT(탄소나노튜브)를 사용하거나 충방전율을 일정 비율로 조정하면 해당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메탈실리콘 측 설명이다. 

한상무 한국메탈실리콘 차세대2차전지 소재센터장은 "지금은 실리콘 입자에 흑연을 코팅해서 부피 팽창을 방지하고 있으나 퓨어 실리콘을 사용할 경우 그 방법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에는 가격이나 배터리 수명 문제 등으로 인해 퓨어 실리콘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품질을 결정짓는 주요 공정 중 하나인 믹싱 공정에 장비를 공급하는 제일기공은 올 매출이 전년 대비 약 2배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한철 제일기공 이사는 "지난해 500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이 올해는 900억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최근에는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업황이 좋다"고 전했다. 

제일기공의 믹싱 장비. /사진=KIPOST
제일기공의 믹싱 장비. /사진=KIPOST

이 업체는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에 모두 믹싱 장비를 납품하고 있다. 최근 믹싱 공정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연속식 믹서는 양산 도입까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염 이사는 "연속식 믹싱으로 갈 경우 그에 따라 교체해야 할 부품들이나 공정이 많기 때문에 쉽게 바꾸기 어렵다"며 “양산 적용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연속식 믹싱은 기존 배치(Batch) 타입 대비 생산 효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배터리 업체들은 연속식 믹싱이 가능한 장비를 업계에 요청 중이나 현재 양산에 적용 가능한 수준으로 기술을 구현하는 국내 업체는 전무하다.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업체 성일하이텍은 향후 3공장 건설을 통해 폐배터리 처리 능력을 더욱 확대한다. 현재 이 업체의 생산 라인은 습식 제련을 통해 원재료를 얻는 국내 공장과 폐배터리를 수거·해체해 파우더로 만드는 해외 법인으로 분리돼 있다. 김형덕 성일하이텍 이사는 "향후 국내 3공장 건설을 통해 국내서 직접 폐배터리를 해체하는 공정까지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지자체에서 수거돼 있는 배터리 팩의 민간 이양도 기대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주요 배터리셀 제조 업체들은 각 사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르쉐 '타이칸'과 메르세데스-벤츠 'EQC'를, 삼성SDI는 BMW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X5', SK이노베이션은 포드의 픽업트럭 'F-150' 모델을 각각 전시했다. 이날 각 업체들은 자사가 생산하는 배터리 셀은 물론 모듈과 팩까지 공개했다. 파우치용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셀의 길이가 길어진 장축셀 모델을 전시했다. 삼성SDI는 차량에 적용되는 배터리 팩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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