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스탠다드급 겨냥 배터리 기술 개발 주력할 것"
전고체 배터리 양산 위한 공정 혁신 연구 중

삼성SDI가 스탠다드급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배터리 출시에 나선다. 스탠다드급은 하이엔드급 전기차와 저가형 전기차 사이, 내연기관차로 치면 3만달러 이하 모델을 의미한다. 그동안 삼성SDI는 수익성 높은 하이엔드 시장에 집중해왔으나, 시장 규모 면에서는 스탠다드 시장이 절반을 차지한다. 

향후 배터리 사업을 규모면에서 확장하기 위해서는 스탠다드급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 개발이 필수다.

삼성SDI의 배터리. /사진=삼성SDI
삼성SDI의 배터리. /사진=삼성SDI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차세대 이차전지 세미나(NGBS) 2021'에서 정동욱 삼성SDI 전략마케팅팀 그룹장은 전기차 시장의 본격적인 세그먼트화 현상을 짚었다. 정 그룹장은 "최근 내부적으로 시장을 세그먼테이션(세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3만달러 이하 내연 기관차를 전기차가 대체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에너지·하이니켈 등에 초점을 맞추는 퍼포먼스(하이엔드급) 시장과 LFP(리튬·인산·철) 계열 전지가 차용되기 시작한 저가 시장을 제외한 스탠다드급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방향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정 그룹장은 "삼성은 현재 퍼포먼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시장이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계속해서 퍼포먼스로만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스탠다드급 전기차가 기존의 퍼포먼스급 배터리에서 기능을 줄이고 내려가거나 엔트리급 레벨에서 기술적으로 올라가는 방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2010년대 중반 본격 상용화 이후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을 주요 목표로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BEV(순수전기차) 등 소수 전기차 종류에 따라서만 개발을 달리해 왔다. 그러나 시장이 요구하는 세그먼트별 공급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에 적합한 전략적 배터리 개발 및 생산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BMW 'i3' 모델에 탑재된 삼성SDI의 배터리 팩과 모듈. /자료=삼성SDI
BMW 'i3' 모델에 탑재된 삼성SDI의 배터리 팩. 8개의 모듈과 96개의 셀로 구성돼 있다. /자료=삼성SDI

삼성SDI는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고 생산 비용을 줄일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다. 특히 자사 PHEV용 셀 기술을 활용해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의 수명을 늘리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PHEV용 배터리 셀은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보다 수명이 오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그룹장은 "전기차용 배터리는 주행 거리 뿐 아니라 장수명을 유지하는 것 역시 니즈가 있다"며 "PHEV 셀 기술을 가지고 장수명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PHEV용 셀이 설계에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게 단점이다. 충방전율을 80~90% 정도로 조절하는 방안도 고려한다. 삼성SDI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관련 사항을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비용적 측면에서 향후 셀의 크기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원통형의 경우 이미 해당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가 작년 9월 ‘배터리 데이’ 당시 4680(가로 46mm, 세로 80mm) 차세대 배터리를 공개했다. 이에 정 그룹장은 "원통형 배터리는 코스트 측면에서 향후 46 사이즈를 기반으로 대구경화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배터리 팩에 투입되는 활물질의 양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각종 모듈과 팩을 구성하는 부품의 수가 획기적으로 줄고 이에 따른 공정 감소로 인해 생산 단가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정 그룹장은 "이런 비용적 이점으로 인해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셀 투 팩(Cell To Pack) 기술이 개발되고 최근에는 셀 투 섀시(Cell to Chassis)까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셀 투 섀시 기술의 경우 2025년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동차 설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다만 원통형 배터리의 폼팩터 속성을 적극 활용해 캔 자체를 프레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그룹장은 "일론 머스크가 이미 배터리 데이 당시 힌트를 준 것"이라며 "각형에서 역시 이러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덴드라이트 억제 기술. /자료=삼성전자 뉴스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덴드라이트 억제 기술. /자료=삼성전자 뉴스룸

국내 3사 중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대한 시각이 가장 긍정적인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를 본격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SDI의 전고체 개발은 총 3단계로 이루어진다. 전고체 소재 등 가장 선행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SAIT)과 일본 연구소(SRJ)다. 이후 개발된 전고체 기술은 삼성SDI 연구소에서 제품 상용화를 목적으로 2차적으로 개발된다. 최종 공정과 설비 등은 삼성SDI 개발팀이 맡는다. 

정 그룹장은 "전고체 양산을 위해서는 기본 배터리 제조 공정 가운데 가압 공정(Additional Pressure)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활물질을 전극 위에 코팅하고 전극을 층층이 쌓는 스태킹 공정까지는 기존 공정과 같지만 이후 포메이션 공정이 빠지고 추가적인 가압 공정이 들어간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지를 이루는 모든 물질이 고체 형태이기 때문에 높은 압력을 가해 물질 간 저항을 낮추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삼성SDI는 현재 배치 타입으로 가압 공정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양산을 위해서는 해당 설비와 공정이 달라질 예정이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