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각형 전고체 배터리 채택 비율 80%까지 높여...세계 배터리 시장 판도 변화 예고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출처 폭스바겐
폭스바겐의 첫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D.4/출처 폭스바겐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라는 폭탄 선언을 했다. 특히 이른 시일내 ‘각형’ 배터리를 대거 채택하겠다고 밝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표준 경쟁에도 적지 않은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폭스바겐에 이어 여타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자체 생산 움직임이 잇따를 경우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파워데이’에서 오는 2023년부터 ‘통합형 셀’로 불리는 각형 전고체 배터리를 도입하기 시작해 2030년까지 80%로 비율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배터리 가격을 절반가량 대폭 낮추기 위해서다. 또 이맘때까지 유럽에 각각 40GWh(기가와트시)인 6개 배터리 공장을 신설해 대규모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폭스바겐이 각형 전고체 배터리 비중 확대와 내재화를 공식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는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지난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파워데이 행사를 앞둔 며칠 전 국내 배터리 업계에 “우리의 전기차 생산 확대 계획에서 한국 배터리의 현재 기술은 대부분 제외될 것”이라고 전했다.

폭스바겐이 밝힌 전략 중 우선 각형 통합 셀 배터리의 경우 기존 제품과는 상당히 다르다. 폭스바겐 전기차는 지금까지 차종에 따라 파우치형과 각형 배터리를 혼용했다. 앞으로는 통합 셀 방식을 채택하고 여기에 들어갈 배터리 셀의 유형은 각형으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3년부터 통합 셀을 양산해 2030년까지 80%를 주력 전기차 차종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20%는 파우치와 원통형으로 채울 계획이다.

두 번째 전략은 대규모 배터리 생산능력 확보다. 폭스바겐은 스웨덴 배터리 기업 노스볼트와 협력해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 오는 2030년까지 유럽에 생산능력이 각각 40GWh(기가와트시)인 6개 배터리 공장을 구축한다. 지난해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120GWh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에 달하는 규모다. 폭스바겐은 스웨덴(2023년), 독일(2025년), 서유럽(2026년), 동유럽(2027년)에 단계적으로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배터리 전략이 공개되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향후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이자 지난해 테슬라 다음으로 전기차를 많이 판매한 회사다.

폭스바겐은 자체 전기차 배터리 플랫폼인 MEB를 순수 전기차 ID3와 ID4 모델에 적용했고, 여기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들어간다. 내년부터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폭스바겐 전기차도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산(産) 배터리가 탑재된다. 이들 모두 파우치형 배터리다. LG와 SK로서는 장기적으로 폭스바겐용 잠재 수주 물량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SDI는 여유로운 편이다.

다만 당장 발등의 불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 많다. 배터리 개발에 착수해도 국내 배터리 업계의 기술력에 비하면 초기 단계 수준이란 분석이다. 또 이미 파우치형 배터리 물량을 국내 업체들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를 해놓은 상황이고, 폭스바겐이 자체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기까지는 10여 년은 소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와 함께 현재 배터리 공급 부족 상황인 만큼 당분간은 지금 구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폭스바겐의 경쟁사인 독일 BMW는 최근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리버 집세 BMW CEO는 19일 “한국, 중국, 유럽의 배터리 업체들과 다양한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들 업체가 향후 몇년간 BMW의 전기차 생산 확대에 발맞춰 충분한 양의 배터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폭스바겐에 이어 여타 완성차 업체들까지 배터리 내재화에 착수하면 장기적으로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미칠 타격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기업은 테슬라·폭스바겐 두 곳이다. 테슬라의 경우 작년 독일 배터리업체 ATW오토모티브를 인수하며 자체 배터리 생산에 착수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