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시장 2030년 800GWh 규모로 성장 전망
성일하이텍, 내년 4월 코스닥 상장 통해 생산능력 확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에 대한 업계 관심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300만대를 기록한 가운데 수명이 다한 폐배터리 처리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셀 업체들을 물론 완성차 업체들까지 다양한 배터리 재사용(Reuse) 및 재활용(Recycling) 방안을 내놓고 있다.

2030년에는 800GWh(기가와트시) 규모 폐배터리가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는 보통 1000회 가량 충방전을 반복하면 최초 성능 대비 주행거리가 20% 줄어든다. 충방전 속도가 저하되고 배터리 안전성 문제도 함께 발생한다. 배터리 성능이 70% 이하까지 떨어지면 전기차 구동용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환경부·산업부, 올해 안으로 사용후 배터리 관련 제도 마련

글로벌 폐배터리 발생량 전망치. /자료=메리츠증권

현재 구매시 보조금 혜택을 받은 전기차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사용후 배터리를 의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도록 되어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에 약 500여대의 배터리 팩이 회수되어 있는 상태다. 각 팩의 용량은 전기차 모델 및 제조사에 따라 상이하지만 팩당 평균 50~60킬로와트시(kWh) 수준이다. 정부는 회수된 배터리를 민간 업체에 매각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 중이다. 내년 1월부터 지자체의 배터리를 민간 업체가 받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사용후 배터리는 재사용과 재활용으로 용도가 분류된다. 재사용은 전기차에서 사용되던 배터리를 모듈이나 팩 단위로 다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4월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ESS(대용량저장장치) 연계 태양광발전 실증 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용후 배터리 가운데 비교적 성능이 좋은 팩이나 모듈이 주로 ESS로 재사용되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은 새로운 성능평가 기준 및 인증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최초 판매 시 국토교통부의 인증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사용후 배터리는 새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국토부로부터 새로운 인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사용후 배터리는 화재 위험 등으로 인해 성능 검증이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국가기술표준원은 올해 안으로 관련 법률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ESS의 경우 한 번 화재가 나면 파급효과가 크다보니 업체에서 새로운 인증 제도에 대한 요구 사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이렇게 이루어진다 

폐배터리. /사진=GEM
폐배터리. /사진=GEM

재활용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를 팩에서 모듈, 모듈에서 셀 단위로 해체한 이후 화학 작업을 통해 배터리 원재료를 다시 얻는 방법이다. 니켈, 코발트, 망간, 리튬 등 리튬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전략 금속들을 추출해 다시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배터리 셀 업체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원료의 수급 불안정성에 대처할 수 있다. 전반적인 공급망 관리도 훨씬 용이해진다. 

배터리 재활용 전문업체 성일하이텍은 현재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현대자동차 등 배터리 셀 업체 및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 중이다. 정부가 수거한 사용후 배터리는 아직까지 민간에 양도가 안 되기 때문에 이 업체가 재활용하는 배터리는 셀 제조 공정 중 나오는 불량 배터리 혹은 스크랩(부산물) 등이 주를 이룬다. 작년 기준 이 업체가 처리한 폐배터리는 총 1만2000톤 규모다. 이중 5700톤 가량이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였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진행하는 곳으로는 성일하이텍을 포함해 벨기에 유미코아, 중국의 BRUNP·GEM·화유코발트 등이 있다.

배터리 리사이클링 작업은 물리적인 전처리 공정과 용매 추출 과정으로 나뉜다. 폐배터리가 입고 되면 폭발 위험성을 고려해 1차적으로 방전 처리를 한다. 이후 배터리 팩을 셀 단위까지 해체하고 분쇄하는 과정을 거치면 양·음극재로만 구성된 배터리 파우더가 만들어진다. 여기까지가 물리적인 전처리 공정이다. 

이후 습식 공정을 통해 리튬, 니켈 등 각 원료를 침출한다. 용액 속에 녹아 있는 원료들을 하나씩 뽑아내고 순도를 높이는 절차가 반복된다. 그런 다음 결정화를 통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전구체인 황산 코발트, 황산 니켈, 황산 망간, 탄산 리튬 등을 만들어낸다. 전기 공정을 더할 경우 구리도 메탈 형태로 나오게 된다.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정도. /자료=KDB산업은행

전구체 형태의 원료들을 배터리 소재 업체에서 가공 처리하면 최종적으로 양극재가 만들어진다. 성일하이텍은 에코프로비엠⋅앨엔에프 등 주로 양극재 업체에 원료들을 공급하고 있다. 성일하이텍 관계자는 "배터리 조성에 따라 다르지만 최근 하이니켈 배터리 추세로 인해 니켈이 많이 추출된다"고 말했다. 이 업체가 처리하는 폐배터리 기준으로 니켈이 코발트에 비해 1.5배에서 2배 가량 많이 생산된다. 

사용후 배터리에서 추출된 원료의 가격은 기존 광석 추출 원료 대비 약간 저렴한 수준이다. 성일하이텍 측은 "보통 재활용 원료라고 하면 가격이 더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원료의 성능이나 순도 측면에서 기존 제품과 대비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업체별로 판매 금액이 워낙 상이하지만 보통은 국제 금속 시세에 연동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성일하이텍은 향후 배터리 해체 공정을 간소화할 계획이다. 모듈이나 팩 단위에서 바로 폐배터리를 처리하면 생산 효율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내년 4월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IPO(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자금 유치를 통해 생산 능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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