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다품종 포트폴리오 전략과 차이... 생태계 조성했지만 내재적 한계

삼성전자가 퓨어 파운드리로 전환을 선언한지 만 3년이 지났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TSMC처럼 삼성 역시 중소 팹리스를 다수 유치할 필요성을 느끼고 파운드리 독립을 했지만, TSMC와 비교해 다각화가 미흡하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그동안 SAFE(삼성 어드밴스드 파운드리 에코포럼)과 디자인서비스파트너(DSP) 등 광범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팹리스 업체들을 위한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도 1년에 두번 제공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걸림돌이 있는데, 그 원인은 최근 파운드리 물량 폭증, 투자 결정 지연, CIS(CMOS이미지센서) 물량 증가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화성 캠퍼스 EUV 전용라인 전경.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해 칩을 생산하려던  AI 반도체 업체 한 곳은 최근 TSMC 등 해외 파운드리 업체를 급하게 수소문하고 있다. 삼성전자 7나노 라인이 대형 고객사 물량으로 꽉 차 양산 스케줄을 잡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 9월 SMIC 제재 이후 SMIC 고객사들이 대안을 찾으면서 삼성전자가 공정 단가 재협상을 요구해 약속했던 물량의 50%만 납기를 맞추고 나머지 공급은 연기하는 등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파운드리 호황, 웨이퍼 투입 미세공정 우선 

삼성전자는 기흥 5~7라인과 S1라인,  화성 S3 및 S4, 평택2라인 등에 파운드리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CMOS이미지센서 전용 라인인 화성 L11 및 L16-2, 최근 공정 전환 중인 화성 L13 라인을 제외한 외주 Capacity(생산능력)는 국내에서만 월 웨이퍼 투입 기준 23~25만장 수준이고, CIS와 미국 오스틴 팹을 모두 합해도 12인치 웨이퍼 기준 50만장 이하다. 

팹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웨이퍼 투입은 공정 전환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된다. 삼성은 올해 꾸준히 미세 공정 웨이퍼 투입량을 늘려왔다. 같은 공간이라도 미세공정에 투입되는 장비가 많아 공정이 전환되면 웨이퍼 투입량도 준다. 핵심 공정인 노광 장비 사용 시간도 길다.

삼성전자 2020년 국내 파운드리 생산능력. /KIPOST 업계 취합
삼성전자 2020년 국내 파운드리 생산능력. /KIPOST(업계 취합)

국내 웨이퍼 투입량을 표를 보면  특히 삼성 시스템LSI 등 대형 고객사들이 7나노 공정에서 5나노 공정으로 이동하면서 두 공정의 웨이퍼 투입량이 역전됐다. 

또 28나노 이상 하위 공정 생산량은 전반적으로 줄어든 반면14나노 최신 공정은 늘었다. 미세공정을 이용하는 대형 고객사 위주로 팹이 운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7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EUV 자원의 상당수가 5나노에 투입되고, 하위 공정의 ArF(불화아르곤), KrF(불화크립톤) 공정 역시 미세 공정에 투입되면서 전반적인 웨이퍼 생산 능력이 줄어들었다.  

TSMC의 다품종 포트폴리오는 막대한 생산능력에서 나온다. TSMC는 지난해 기준 12인치 생산능력만 월 100만장에 이른다. 삼성의 2배가 넘는다. 

TSMC 2019년 12인치 웨이퍼 생산능력. /TSMC
TSMC 2019년 12인치 웨이퍼 생산능력. /TSMC

한정된 팹 상황에서 최대한 수익이 나는 미세공정 위주로 팹을 운영하는 건 기업의 당연한 속성이다. 하지만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생겼다. 

 

EUV 투자 지연, 중소 고객 추가 이탈 우려

대만 디지타임즈는 TSMC가 EUV 장비를 50대 가량 발주해 2021년 말까지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약 2~3년에 걸쳐 세팅이 완료되고 순차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EUV 도입이 TSMC보다 빨랐음에도 추가 투자 결정이 늦었다. 삼성전자가 내년까지 확보할 수 있는 EUV 장비 대수는 10~15대 가량으로, TSMC에 비해 절반이 채 안 된다. 

5나노 이하 공정을 찾는 대형 팹리스는 삼성 시스템SLI 뿐만 아니라 퀄컴, 엔비디아, AMD가 있고, 올해부터 하위 공정 외주 파운드리를 시작한 인텔도 후보로 꼽힌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자체 AI 가속기 물량도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미세 공정 파운드리 호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파운드리 업계 2분기 기준 연간 성장률. 파운드리 전반 수요가 늘어난 한편 TSMC 매출 증가 폭이 가장 크다. /트렌드포스

현재 5나노 공정 수율은 TSMC가 약 40%, 삼성은 20%대로 알려져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TSMC가 이 물량 상당수를 소화하더라도 삼성 역시 풀가동을 할 수밖에 없다. 중소 팹리스가 홀대 아닌 홀대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CIS 물량 증가, 하위 공정도 대량 생산 중심

하위 공정 역시 삼성에는 대형 고객사가 즐비하다. 자사 시스템LSI PMIC(전력관리반도체)와 CIS, SMIC 제재 때문에 삼성으로 물량을 돌린 중국 CIS 업체에 이어 CIS 수요가 폭증하면서 자사 팹을 보유한 SK하이닉스까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 일부 CIS 물량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SMIC 구 고객들을 유치하면서 감당 못할 물량을 수주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CIS, RF(무선통신) 등이 40나노, 28나노 등 미세공정으로 전환하면서 하위 공정도 대형 발주 위주로 지원이 되고 있다”며 “국내 팹의 이점을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몇 가지(투자 지연 등) 미흡한 결정 때문에 더욱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다양한 고객사를 유치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중소 팹리스들이 다른 대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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