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nm EUV 적용시, 노광 54번에서 28번으로 감소
반도체 시장 전체로 보면 영향 크지 않아
"EUV⋅DUV 함께 발전할 것"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 상용화가 낳은 오해 중 하나가 앞으로 심자외선(DUV) 시장이 크게 위축될 거라는 전망이다. 더 미세한 공정 기술이 나온 만큼, 기존 기술들은 시장이 정체될 거라는 이유에서다. 철기시대 개막이 석기시대를 종식시켰다는 해석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EUV 기술이 성숙해가는 시대에도 DUV 기술 발전은 여전히 중요하다. EUV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극히 일부 선단공정에 국한되고, 그 안에서도 몇 개 레이어(Layer)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EUV 장비 내부 모습. /사진=ASML
EUV 장비 내부 모습. /사진=ASML

7nm, EUV 사용하면 DUV 절반 이하

 

DUV는 193나노미터(nm), 248nm 등 EUV 대비 장파장 자외선을 사용하는 노광 장비다. EUV는 13.5nm 단파장 자외선을 사용한다. 

네덜란드 ASML에 따르면 7nm 공정을 100% DUV 장비로만 수행할 경우, 총 54번의 노광 작업이 필요하다. 만약 같은 칩을 만드는 데 EUV 장비를 이용하면 9번의 EUV 노광과 19번의 DUV 노광이 수행된다. EUV 도입으로 총 노광 횟수가 54번에서 28번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12% 공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반도체 수직구조. 7나노 칩에도 BEOL은 100% DUV 노광 기술이 동원된다. /자료=ASML
반도체 수직구조. 7나노 칩에도 BEOL은 100% DUV 노광 기술이 동원된다. /자료=ASML

주목할 건 EUV를 도입 후 노광 횟수가 크게 줄긴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의 DUV 장비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수직구조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소자는 크게 프런트엔드(FEOL) 부분과 백엔드(BEOL) 부분으로 나뉘는데, 여기서 EUV 장비가 사용되는 분야는 FEOL에서도 아주 일부다. BEOL는 100% DUV, FEOL에서도 DUV는 여전히 많이 사용된다. 

물론 EUV를 사용해도 BEOL 등 덜 미세한 레이어를 만들 수 있지만, 이는 비용 측면에서 손해다. 기술이 성숙된 DUV와 달리 EUV는 아직 장비는 물론 포토레지스트(PR) 등 소재 비용도 비싼 탓이다. 

페인트를 칠하는데 굳이 세밀한 미술용 붓을 들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따라서 7nm는 물론 5nm, 혹은 그 이하 선단 공정에서도 DUV 장비는 지속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7nm 공정을 100% DUV만 사용했을 때(위)와 EUV를 혼용했을 대의 노광 횟수. /자료=ASML
7nm 공정을 100% DUV만 사용했을 때(위)와 EUV를 혼용했을 대의 노광 횟수. /자료=ASML

사실 반도체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아직 DUV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EUV는 세계적으로 딱 2개 회사, 삼성전자와 TSMC가 비메모리 반도체 최선단 공정에만 도입한 기술이다. 

TSMC 매출의 60%는 여전히 10nm 이전, EUV 장비가 전혀 필요 없는 분야에서 나온다. 16nm 공정 매출도 전체의 16%에 달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월 웨이퍼 투입량은 23만장 안팎인데, 이 중에 EUV 장비가 사용되는 3~7nm(R&D 포함) 투입 비중은 2만장에 불과하다. 역시 전체 생산량의 90%는 EUV를 전혀 쓰지 않고 진행된다.

시야를 메모리 반도체까지 넓히면 EUV의 범위는 더 좁혀진다. D램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D램 생산에 EUV를 사용하는 회사는 삼성전자 한 곳이다. 그나마도 가장 노드가 짧은 1개 레이어에만 EUV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반드시 EUV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 D램 생산에도 EUV를 투입했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투자비를 감안해 최대한 늦게 EUV를 도입할 계획이다. 

TSMC 2020년 3분기 매출 현황. EUV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10nm 이전 공정 비중이 여전히 높다. /자료=TSMC
TSMC 2020년 3분기 매출 현황. EUV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10nm 이전 공정 비중이 여전히 높다. /자료=TSMC

또 다른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플래시는 패턴 자체를 작게 만드는 것 보다는 3차원(3D) 수직으로 높게 적층하는 방향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에 EUV 장비를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

반도체용 노광장비는 ASML 독점 품목이지만, 이는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 함의하는 바도 크다. 웨이퍼 노광 횟수에 증착⋅식각⋅세정⋅검사 등 기타 공정 횟수가 연동되기 때문이다. 모두 국내 반도체 업체들 다수가 공급 가능한 장비 품목들이다. 

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EUV 적용으로 인한 스텝수 감소 영향은 국내 업체들에게는 제한적인 전망”이라며 “멀티패터닝 공정 적용도 꾸준히 증가해 증착⋅식각 등 장비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ASML “DUV 기술도 지속 발전”

 

이 때문에 ASML은 EUV 못지 않게 DUV 장비에 대한 업그레이드도 지속하고 있다. 현재 ASML이 반도체 업계에 공급하고 있는 DUV 장비는 ‘트윈스캔 NXT2000i’다. 올 연말부터는 기존 제품 대비 더 성능이 개선된 ‘트윈스캔 NXT2050i’가 인도될 예정이다. 

ASML의 DUV 장비는 EUV 장비와의 혼용성(크로스 플랫폼)을 높일 수 있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노광 장비 안에서 웨이퍼는 웨이퍼 스테이션 위에 얹혀 위치를 이동시킨다. 웨이퍼 스테이션은 진공 흡입력으로 웨이퍼를 붙잡는데, 이 역할을 하는 벌(Burl)은 원래 2.5㎜ 간격으로 빼곡히 위치해 있다. 그러나 트윈스캔 NXT2000i부터는 벌 간격을 1.5㎜까지 줄였다. 벌이 웨이퍼를 잡아 당기는 힘에 의해 웨이퍼가 아래로 쳐지는 새깅(Sagging)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연말 인도되는 트윈스캔 NXT2050i에도 이 기준은 그대로 적용된다.

노광 장비 안에서 웨이퍼는 웨이퍼 스테이션 위에 얹혀 이동한다. /자료=ASML
노광 장비 안에서 웨이퍼는 웨이퍼 스테이션 위에 얹혀 이동한다. /자료=ASML

팰리클이 발생시키는 편광(빛이 일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보정하기 위한 알고리즘도 가미된다. 팰리클은 포토마스크에 이물질이 끼는 것을 막아주는 얇은 막인데, 노광 과정에서 마스크가 고속으로 이동할 때마다 공기압에 의해 약간씩 변형된다. 

DUV 빛이 변형된 팰리클을 통과할 때 편광이 발생하면 웨이퍼 위에 정확한 패턴을 그릴 수 없다. ASML은 포토마스크가 이동할 때 팰리클이 변형되는 정도가 항상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 이를 보정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덕분에 더욱 정확한 패턴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이재원 ASML코리아 매니저는 “EUV 기술을 적용한다고 해도 아직 많은 패턴들은 DUV 장비를 이용해 그려진다”며 “DUV 기술은 EUV와 함께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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