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사업부 떼어 냈지만
여전히 '한 몸'이라 인식

지난 2017년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했을 때의 주문은, 두 사업부가 각자 분야에서 1등이 되라는 의미였다. 이에 파운드리 사업부는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로서 시스템LSI 외 대형 팹리스 물량을 유치하는데 집중했다. 

반대로 시스템LSI는 더 이상 파운드리 사업부에만 위탁 물량을 배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경제성만 맞다면 대만 TSMC 팹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파운드리 대안 찾는 시스템LSI

 

그러나 결론적으로 시스템LSI 사업부와 TSMC 간의 협업은 당분간 성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정 기술 노출을 우려한 TSMC가 시스템LSI 일감 수주를 저어하기 때문이다. 

실제 시스템LSI는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40nm(나노미터) 이하 레거시 공정 제품을 TSMC에 일부 맡기는 방안을 추진했다(KIPOST 2019년 8월 16일자 <시스템LSI, 파운드리와 결별 준비… TSMC 손 잡나> 참조). 10nm 이상 하이엔드 물량은 TSMC 역시 생산능력이 부족한데다 서로 기술유출 우려가 커 우선 선폭이 큰 제품부터 위탁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만약 TSMC가 시스템LSI에 팹을 개방하면 PDK(프로세스디자인키트)를 제공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공정 IP(설계자산)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다. TSMC는 PDK 정보가 시스템LSI를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로 넘어가는 상황을 우려한다. 

TSMC가 생산한 반도체 칩. /사진=TSMC
TSMC가 생산한 반도체 칩. /사진=TSMC

물론 2017년 이후 시스템LSI 사업부와 파운드리 사업부는 별개 조직으로 움직이고 있다. 전산도 완전히 분리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 같은 항변이 TSMC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첨단 파운드리 사업에서 TSMC와 경쟁하는 유일한 회사인 만큼, TSMC로서는 작은 가능성조차 배제할 수는 없는 셈이다. 한 반도체 업체 대표는 “대만 내 또 다른 파운드리인 UMC는 이미 시스템LSI 물량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TSMC는 삼성전자를 견제해야 할 위치라는 점에서 고객사로 유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 거래 선호하는 TSMC 

 

기술 유출 우려와 함께 TSMC가 삼성전자 시스템LSI 물량 수주를 회피하는 이유는 또 있다. TSMC는 팹리스들과 거래를 트면 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기를 선호하는데, 시스템LSI 물량은 파운드리 시황 탓에 일시적으로 넘쳐온 거라고 판단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파운드리 팹이 부족해지면서 시스템LSI가 TSMC에 물량을 맡기려 할 뿐, 수급이 안정화되면 자사 파운드리 사업부로 회귀할 거라는 의심이다. 특히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TSMC에 비해 레거시 공정 생산능력이 열세다. 시스템LSI의 위탁 물량이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는 TSMC의 시각은 타당하다.

이 같은 두 회사의 시각차를 감안하면 당장 시스템LSI가 TSMC에 생산을 위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LG 계열인 실리콘웍스 물량까지 수주하며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로서 위상을 갖춰가는데 비해, 시스템LSI 사업부의 운신의 폭은 넓지 않다.

TSMC 2020년 3분기 매출 현황. 28nm 이전 레거시 공정 비중도 여전히 적지 않다. 가용한 팹 생산능력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자료=TSMC
TSMC 2020년 3분기 매출 현황. 28nm 이전 레거시 공정 비중도 여전히 적지 않다. 가용한 팹 생산능력이 그 만큼 크다는 뜻이다. /자료=TSMC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임원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간 독점 계약이 만료된 2020년 상반기 이후 파운드리 공급부족 현상이 극심해졌다는 게 시스템LSI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라며 “시스템LSI가 설계만 하고 백엔드 공정까지 TSMC에 맡긴다면 거래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KIPOST 2019년 10월 31일자 <시스템LSI⋅파운드리 각자도생 유예기간 만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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