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OLED TV용 패널에 장착
PMIC⋅T-Con 등으로 위탁생산 모델 늘 듯

LG계열 팹리스 실리콘웍스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간 협력이 성사됐다. 국내 파운드리로 대체를 추진해 온 실리콘웍스와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로서 고객 다변화가 필요했던 삼성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그동안 삼성⋅LG 사이 협력 사례가 극히 드물었다는 점에서, 최근 두 회사의 그룹 내 지위가 최근 변경된 덕분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OLED용 드라이버 IC. /사진=시냅틱스
OLED용 드라이버 IC. /사진=시냅틱스

삼성전자, 실리콘웍스 D-IC 물량 수주

 

실리콘웍스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드라이버IC(D-IC) 한 개 모델을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위탁 생산하기 시작했다. 공정은 14나노미터(nm) 기술을 이용한다.

OLED용 D-IC는 화면 각 화소(픽셀)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부품이다. 실리콘웍스가 디자인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생산한 D-IC는 LG디스플레이 TV용 OLED 패널에 장착돼 LG전자⋅소니 등 완제품 업체로 최종 납품된다. 

그동안 실리콘웍스는 D-IC 위탁생산을 대만 UMC 및 중국 내 파운드리 업체에 맡겨왔다. 그러나 2015년 이후 파운드리 업계 공급능력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되자 국내 파운드리 대체 후보를 물색해왔다. 삼성전자와 함께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도 위탁생산 후보로 검토했으나, 보안 측면에서 국내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구동 신호 흐름도. DDI라고 표시된 부분이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IC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 구동 신호 흐름도. DDI라고 표시된 부분이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IC다. /자료=삼성디스플레이

실리콘웍스는 이번에 D-IC 한 개 모델을 삼성전자에 맡겼다. 향후 D-IC 위탁 모델수를 늘리는 한편, 전력관리반도체(PMIC)⋅타이밍컨트롤러(T-Con) 등 다른 제품도 삼성전자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지난해부터 실리콘웍스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며 “앞으로 두 회사간 협력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 내 위상 달라진 두 회사

 

그동안 삼성⋅LG 그룹 간 거래는, 특히 전자 산업에서 극히 드물었다. 창업 1세대부터 상대 그룹에 대한 경쟁심도 높고, 외부 협력사에까지 폐쇄적인 수직계열 구조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3⋅4세로 총수가 교체되고 각 사업 위상이 달라지면서 팹리스-파운드리 간 협력이 성사됐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 2017년 시스템LSI에서 분사 이후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를 지향하고 있다.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 경쟁력은 고객사 차별 없이 다양한 제품을 수주, 가동률을 끌어올리는데서 나오는 만큼 LG 계열사라고 영업대상에서 제외일 수 없다.

손보익 실리콘웍스 사장. /사진=LG
손보익 실리콘웍스 사장. /사진=LG

실리콘웍스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LG와 결별한다. 고(故)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LG그룹 고문이 실리콘웍스를 포함한 5개 계열사를 이끌고 LG그룹에서 독립하기 때문이다. 범(凡) LG 계열이기는 하나 당장 독립 생계를 꾸리는 상황에서 가격만 맞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실제 삼성전자는 실리콘웍스 물량 수주를 위해 상당한 가격적 이점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실리콘웍스가 삼성전자에 일감을 맡기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해 말이다. LG그룹 계열분리안이 공표되기 전이다. 그러나 구본준 고문이 실리콘웍스를 낙점한 시점 역시 최소 1년 이상 과거다. 이미 계열분리안이 확정된 상황에서 삼성과의 협력을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손보익 실리콘웍스 사장은 LG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BJ(구본준 고문) 라인'이다.

두 회사가 사업 전략상 상대 회사가 필요하고, 교차거래를 꺼리게 만들던 그룹 간 유리벽도 사라지면서 파운드리 협력에 물꼬가 쉽게 트인 셈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협력사 대표는 “LG전자 CTO 산하 SIC센터 위탁생산 물량이라면 삼성전자가 수주할 가능성이 전혀 없었을 것”이라며 “지난해 손보익 사장이 삼성전자 파운드리 포럼에 참석한 이후 일이 급속도로 진전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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