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육성 위한 핵심 생태계
"내년, 혹은 그 이후에도 M&A 도미노 예상"

올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산하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들의 키워드는 몸집 불리기였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 육성을 천명하면서 DSP들의 수준도 규모와 질적 측면에서 업그레이드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는 올해 초 벌어졌던 합종연횡 도미노가 내년 이후에도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

“GUC 수준 될 때까지 M&A”

 

DSP 역량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인력이다. 팹리스들의 칩 설계를 파운드리 공정에 맞게 구현하는 작업은 노동력이 적지 않게 소요된다. 최근에는 디자인하우스 역할이 공정 구현, 마스크 설계 뿐만 아니라 테스트⋅패키지 외주와 완성품 유통까지 턴키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최초 설계와 제조 빼고는 모두 수행하는 것이다. 디자인하우스들이 더욱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따라서 디자인하우스가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종류와 범위는 그 회사 인력 규모가 규정한다.

세계 최대 디자인하우스로 꼽히는 대만 글로벌유니칩(GUC)은 총 600명 이상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내부에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TSMC는 처음부터 제조만 담당하는 것으로 역할을 한정했다. 대신 디자인하우스로서 자회사 GUC를 적극 육성했던 이유다.

TSMC 자회사인 GUC의 매출 및 순이익 추이. /자료=GUC 홈페이지
TSMC 자회사인 GUC의 매출 및 순이익 추이. /자료=GUC 홈페이지

이에 비해 국내 디자인하우스들의 인력 규모는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올해  연이은 인수합병(M&A) 이후 100명 이상 규모 디자인하우스가 늘었다. 

세미파이브가-세솔반도체, 하나텍-실리콘하모니, 에이디테크놀로지-아르고, 알파칩스-플러스칩 간의 조합으로 제각각 100명 안팎의 조직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업계는 DSP간의 합종연횡이 여기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M&A 이후 몸집이 커지기는 했지만, 아직 GUC와 비교하면 소규모기 때문이다. 한 디자인하우스 대표는 “디자인하우스 간 합병을 통한 규모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며 “국내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커지려면 디자인하우스 생태계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체 영입을 통한 성장도 병행

 

디자인하우스들은 M&A 외에 자체 인력 수급을 통해서도 외형 확대를 추진한다. 하나텍은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해 엔지니어들을 고용하고 있다. 그동안 해외 제조업 공장 역할을 했던 베트남은 고급 기술인력 공급지로 변모하는 중이다. 미국⋅유럽 등지에서 유학한 인력들이 귀국하는 사례는 늘어나는 반면, 아직 고급 인재들을 영입할 회사는 적어 엔지니어 확보가 국내보다 수월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역시 지난 2018년 베트남에 전속 디자인하우스(에스앤에스티, 현재 에이디테크놀러지에 합병)를 설립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사무소는 노동력⋅시장을 타깃으로 한 기존 IT 제조업체들 사례와 달리, 고급 엔지니어를 수급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세미파이브⋅알파칩스 등도 인력 규모를 늘리기 위해 엔지니어 영입과 별도로 M&A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DSP 소속 업체들 대부분 내년까지 최소 200~300명 이상 수준으로 엔지니어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는 점이 상호 M&A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다.

한 디자인하우스 업체 대표는 “국내서 반도체 설계 분야 공대 인력은 한해 손에 꼽을 정도로 배출 된다”며 “국내서 단숨에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는 M&A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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