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웨이퍼 산출 기간 최소 두달여
정상 가동해도 시장에 풀리는 시간 기다려야

정전 탓에 사상 최장 기간 멈춰선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이 4월 완전 재가동을 목표로 정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접한 프리스케일(NXP가 인수) 라인은 초기 가동을 시작했으나, 삼성전자는 이달 말 초기 가동에 돌입한다.

4월 재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웨이퍼가 투입돼 산출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7월 이후에나 물량이 풀릴 전망이다.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4월 정상화 가능할까

 

17일 오스틴 공장 사정에 밝은 한 팹리스 대표는 “삼성전자가 오스틴 공장을 3월 말 초기 가동, 4월 말 완전 가동을 목표로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정전 기간이 길어 정상화에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후공정 업체 임원도 “삼성전자로부터 4월 중에는 웨이퍼가 정상 투입될 것이라고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오스틴에 2개의 파운드리 생산라인에서 14㎚⋅28㎚ 제품을 양산한다. 주로 자동차용 컨트롤러,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IC가 생산 품목이다. 특히 14㎚ 제품의 경우 자동차용 반도체가 많은데, 자동차용 칩은 1월부터 가뜩이나 공급이 부족했다. 이번 정전 사태가 기름에 불을 부은 격이 됐다.

그동안 국내서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정전 탓에 멈춰선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장기간 셧다운 된 적은 없었다. 국내 정전는 단 수초 정도의 짧은 사고가 대부분이어서 일부 장비 안에 로드 된 웨이퍼들만 폐기하고 바로 재가동에 들어갔다. 정상화까지 길어야 1주일 정도가 걸렸다.

오스틴 팹은 정전과 함께 용수 공급도 끊겼는데, 당초 사흘로 예고됐던 정전 기간이 더 길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와 용수가 정상공급 돼도 폐기할 웨이퍼와 살릴 수 있는 웨이퍼를 골라내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된 웨이퍼. /사진=보쉬
반도체 공장에서 생산된 웨이퍼. /사진=보쉬

특히 현지의 프리스케일 공장은 정상화를 위한 인력 투입이 비교적 수월하나, 삼성전자는 국내서 대규모 인력을 파견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자체인력 60여명, 협력업체 240여명 등 총 300여명 엔지니어를 파견해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4월 정상화돼도 산출은 7월 이후

 

삼성전자 목표대로 4월 말 오스틴 공장이 정상 가동에 들어가더라도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해소되는데는 추가로 시일이 소요된다. 14㎚ 제품은 웨이퍼를 투입해서 완제품이 나오는데까지 최소 두달여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공정이 끝난 제품을 동아시아에 집중된 후공정(패키지) 공장으로 실어와 처리하는데도 한달여가 소요된다. 계산대로라면 7월은 되어야 정상화 된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다. 프리스케일⋅삼성전자 공장이 모두 정상화 되더라도 최소 7월까지는 공급부족 현상이 해소되기는 힘들다는 뜻이다.

한 후공정 업체 임원은 “2분기부터는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일부 스마트폰 제품도 AP를 구하지 못해 생산을 줄여야 할 상황”이라며 “이는 카메라모듈⋅안테나 등 여타 스마트폰 부품 업체들 가동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의 스마트폰용 AP '스냅드래곤 888'. 텍사스 정전 사태는 스마트폰용 AP 시장 수급까지 제한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및 관련 부품 업계 가동률에 영향을 준다. /사진=퀄컴
퀄컴의 스마트폰용 AP '스냅드래곤 888'. 텍사스 정전 사태는 스마트폰용 AP 시장 수급까지 제한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및 관련 부품 업계 가동률에 영향을 준다. /사진=퀄컴

한편, 이번 정전 사태는 삼성전자의 미국 내 추가 파운드리 공장 입지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원)를 들여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인데, 당초 입지는 텍사스가 유력했다. 그러나 정전 탓에 최소 수천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면서 대체 부지를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외에 애리조나 2곳, 뉴욕 1곳 등 총 3개의 다른 도시와 투자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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